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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해외 부진 타개 고민, 최태원 '도시바 시너지' 구상

 재계 총수들에게 명절 연휴는 통상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재충전의 시기다. 그러나 최장 10일에 달하는 올해 추석 연휴는 다르다. 기업의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내년 경영계획을 그려야 할 시점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보복 등 중국발 경영 위기, 그룹 내부의 오너 리스크, 정부의 고강도 사정(司正) 기조까지 더해져 주요 그룹 총수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명절을 보내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 공백 삼성전자
반도체 ‘수퍼 사이클’ 이후 고민

구본무 LG그룹 회장
차기 CEO 누굴 뽑을까, 인사 준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휴에 더 바쁜 직원 찾아가 격려

허창수 GS그룹 회장
전경련 어떻게 바꿀까 밑그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태양광 수익성 확대 방안 고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장남이 대신 공항서 특별수송 지휘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중심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는 “반도체의 ‘수퍼 사이클(장기 호황)’이 언제까지 갈지, 북핵과 사드 보복 이슈가 해외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며 “각종 변수에 철저히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인사는 물론 사업계획·투자·인수합병(M&A)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삼성은 사업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열사별로 일부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연휴에도 출장길에 오른다. 아직 중국발 영향은 크지 않지만 중국에 반도체·디스플레이·가전 등 공장이 있고 실제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사드 보복에 직격탄을 맞은 만큼 예의주시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현대차그룹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연휴기간 대외 일정을 전혀 잡지 않고 서울 한남동 자택에 머무르며 중국 등 해외 시장의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묘책을 구상한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현대·기아차의 올해 중국 누적판매량(57만6974대)은 전년 동기대비 44.7% 감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친환경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현대차그룹이 앞서가기 위한 방안도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내적으로도 최근 기아차 사측이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패소해 2심을 준비해야 하는 등 챙겨야 할 현안이 많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44% 줄었고 하반기부터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여 쌓아야 할 손실충당금만 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하기로 확정되면서 연휴 내내 인수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구상에 전념할 예정이다.  
SK 관계자는 “도시바 인수를 계기로 반도체·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분야를 대폭 강화하려는 게 (최 회장의) 방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8일부터 경기도 이천에서 2박3일간 진행되는 ‘10월 CEO 세미나’에도 그 어느 때보다 공을 들이고 있다. 최 회장은 그룹의 중장기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이번 세미나에서 사회적 책임을 비중 있게 다룰 전망이다. 특히 공유 인프라 운영 방안이 최 회장의 가장 큰 관심사다. 최 회장의 지시로 지난 6월 SK이노베이션은 주유소를 공유 자산으로 내놓고, SK텔레콤도 동반성장센터를 협력사에 개방한데 이어 이번엔 계열사 간 협력을 바탕으로 한 공유 인프라 후속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LG그룹은 올해부터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CEO 인사와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하고 구본준 ㈜LG 부회장이 일상적인 운영 전반을 챙기는 체제다. 구 회장은 추석 연휴에 별도 일정 없이 한남동 자택에서 하반기 경영구상에 전념한다. LG그룹은 매년 11월 사업 보고회를 개최한 이후 CEO 인사가 이어지는데 연휴기간 차기 CEO 인사를 구상할 수 있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업 면에선 프리미엄 가전제품과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사업 주도권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자동차 전장부품·배터리 사업 등 미래 성장산업 경쟁력 확보 전략을 가다듬을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발 손실을 만회하고 국내 유통사업의 부진을 극복하는 게 가장 큰 숙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연휴 동안 트레이드마크인 ‘현장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는 백화점과 마트·편의점 등 유통사업장이 주력이기 때문에 직원 상당수가 추석 연휴에도 근무한다. 신 회장은 이를 감안해 13만 명에 달하는 롯데 직원들에게 고급 배·사과세트를 추석 선물로 발송했다. 이어 수도권 내 주요 백화점과 마트 매장 등을 돌며 현장을 살피고 롯데케미칼 등 지방 공장도 방문할 예정이다. 연휴 후반 주말엔 일본 자택에 머물며 가족들과 보낼 계획이다. 다만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만날지는 미지수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회장직을 겸직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골칫거리다. 전경련은 지난해 불거진 국정 농단 사태에서 정경 유착의 고리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3월 24일 명칭을 한국기업연합회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대규모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6개월째 지지부진하다. 허 회장이 장기간 연휴에도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경영구상을 하겠다”고 밝힌 것도 서울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전경련 쇄신안 추진을 고심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은 서울 가회동 자택에서 차례를 지낸 이후 별다른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경영구상을 한다. 다만 자택 인테리어비 30억원을 대한항공에 떠넘긴 혐의를 받고 있어 편안한 명절이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조 회장을 대신해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추석 특별 수송기간 공항 등 현장을 방문해 안전운항을 당부했다. 대체공휴일 도입으로 추석 연휴기간이 사상 최장기간(10일)으로 길어지면서 비행기를 타고 국내외 여행을 떠나는 승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소아·문희철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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