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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money)가 뭐길래]② '8억원 유산' 7살 지훈이 보호자는?

가족 간에도 돈은 민감한 문제다. 최근 논란이 된 가수 고(故) 김광석 씨 가족도 오랫동안 저작권 분쟁을 했다. 그래서 요즘에는 아예 후견신탁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돈 문제로 가족 간에 얼굴을 붉히느니, 차라리 전문 금융기관에 돈 관리를 맡기는 것이다. 치매를 앓는 부모님의 재산,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살다 홀로 남은 아이의 상속 재산, 새 아빠에게 성추행당한 딸에게 남겨진 공탁금…애매한 돈 문제로 갈등을 겪다 해결점을 찾은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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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이혼, 남겨진 7살 지훈이의 8억원 
결혼식을 마친 부부는 신혼여행을 떠났다. 아내는 혼전임신으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다. 평생 한 번이라는 신혼여행지에서 부부는 말다툼을 했다. ‘이런 사람과 앞으로 평생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여행지에서 각자 돌아왔다. 별거가 시작됐고, 결국 이혼했다.  

아내는 아이를 혼자 낳았다. 지훈(가명)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친정 식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지훈이의 친권과 양육권은 모두 아내에게 있었다. 지훈이 아빠는 그새 재혼해 새 가정을 꾸렸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아내는 지훈이 바라보는 재미에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내는 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지훈이가 7살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아내가 지훈이 앞으로 8억원 상당의 재산을 남긴 것이 화근이었다. 지훈이 아빠는 법원을 찾아가 “지훈이의 친권을 회복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을 접한 지훈이 외삼촌은 반발했다. 아이가 태어난 뒤 여태껏 아빠 노릇 한 번 하지 않은 사람이 뒤늦게 아이를 되찾겠다고 하는 것은 아이 재산을 노린 처사라고 생각했다. 지훈이는 누구와 함께 살고, 지훈이의 친권은 누가 가져야 할까?
 
춘천지방법원은 외삼촌의 손을 들어줬다. 지훈이가 외가 식구들과 살아왔다는 점을 고려했다. 정서적으로도 외삼촌과 함께 지내는 것이 옳다고 봤다. 법원은 미성년자인 지훈이의 후견인으로 외할머니를 지정했다. 또 지훈이가 물려받은 재산 8억원은 금융기관에 신탁하도록 결정했다. 지훈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돈을 매월 은행이 외할머니에게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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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이의 경우와 달리 부모가 다 살아 있는 경우에도 이혼할 때 아이 양육비를 신탁할 수 있다. 이혼남인 B(41)씨는 최근 은행을 찾아가 양육비 신탁 상담을 했다. 그간 전처 계좌로 매달 110만원 씩을 입금해왔는데, 앞으로는 이를 은행에 맡기려는 것이다. B씨는 ”아이 양육비가 제대로 쓰이는지 걱정 안 해도 되고, 전처와 계속 연락을 주고 받는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5년 한해 이혼 건수는 약 10만9000쌍을 기록했다. 이혼과 함께 법원에서 양육비 지급 결정(양육비 이행 의무 확정)을 받은 건수는 2015년 1885건에서 지난해 3046건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실제 양육비를 지급하는 비율은 34.3%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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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견 신탁?
후견(後見)이란 말 그대로 ‘뒤를 봐준다’는 뜻인다. 통상 미성년자 등의 보호자 역할을 대신하는 것을 말하지만, 성인도 치매 등의 질병이나 장애로 일상생활이 힘들 경우 재산관리와 신상보호 역할을 하는 후견인을 둘 수 있다.  
 
국내에는 2013년 7월 1일 성년후견제가 도입됐다. 성년후견인 신청은 법원을 통해 할 수 있다. 법원은 배우자 또는 자녀, 제3자인 전문후견인 중에서 적합한 후견인을 정한다. 후견인은 대상자의 재산관리와 신상보호의 역할을 담당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3년 637건이었던 후견 신청은 지난해 3209건으로 늘어났다.
 
우리보다 앞선 2000년 같은 제도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후견인이 3억엔(약 30억원)을 빼돌리는 사건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2012년 후견신탁을 통해 후견제도를 보완했다. 후견신탁은 후견인이 담당하던 재산관리를 전문 은행에 맡겨 유용을 막는 제도다. 특정한 목적 외에는 돈이 쓰이지 않도록 설계(특정금융신탁)하면 후견인 또는 친인척이라 하더라도 인출이 불가능하다.
 
우리 법원 역시 최근 가족 간 분쟁을 줄이기 위해 후견신탁을 이용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로 부모를 잃은 A양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법원은 A양을 돌보던 고모를 임시후견인으로 정하고 보상금 등을 은행에 맡기도록 했다. 매월 A양의 생활비를 고모에게 지급하되, 신탁된 돈의 절반을 A양이 25세에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 절반은 30세가 되야 은행에서 찾아쓸 수 있도록 설계했다. 법원은 최근에는 현금성 자산 외에 부동산까지 금융기관에 맡기도록 하고 있다.  
 
후견신탁을 하려면 일반 성인은 금융기관과 직접 계약을 하면 된다. 반면 미성년자나 장애ㆍ질병 등으로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진 성인은 후견신탁을 하기 위해선 법정 후견인이 법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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