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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 입사 좀 시켜줘” 요즘 인사 특혜는 뇌물

“공공기관 인사 비리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반사회적 범죄다.”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나온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감사원 실태 점검 결과를 본 이 총리가 채용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로 욕망 채우면 뇌물” 법 해석
KAI 전 사장 10개 구속사유 중 하나

감사원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이튿날 강원랜드·대한석탄공사·한국디자인진흥원·한국서부발전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틀 뒤(22일)에는 금융감독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최근 채용비리 수사는 뇌물죄를 적극 활용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구속된 하성용(66)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의 10개 혐의 중에도 ‘뇌물공여’가 포함됐다. KAI가 위치한 사천시의 고위 공직자와 경찰 간부의 청탁을 받고 그 자녀들을 KAI에 채용시켜 준 행위를 뇌물공여로 본 것이다.
 
이 같은 검찰의 시도에는 여러 단계의 법리적 판단이 담겨 있다. 첫 번째 쟁점은 ‘일자리도 뇌물이 될 수 있느냐’다. 판례는 “금전·물품 등 재산적 이익뿐 아니라 사람의 수요·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무형의 이익도 뇌물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KAI에 자신의 아들을 입사시킨 송모 전 육군 대령, 자격 미달인 지인의 아들을 합격시킨 김모 전 육군본부 시험평가단장(준장)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확정했다.
 
두 번째 문제는 ‘자식이 얻은 일자리를 공무원이 받은 뇌물로 볼 수 있느냐’다. 일자리로 발생하는 임금과 복지라는 경제적 이익을 직접 누리는 것은 공무원이 아니라 그 자녀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그래서 검찰은 방산기업의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자녀의 일자리를 얻은 공무원들에게 단순 수뢰가 아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주로 적용하고 있다. 하 전 KAI 사장에게는 ‘제3자 뇌물공여’, 자녀를 채용시킨 공무원들에게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에 채용 압력을 가한 공무원은 모두 제3자 뇌물수수죄가 될까. 마지막 관문은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다. 김 전 준장의 경우 육군의 시험평가를 앞둔 수리온 헬기의 수락 시험비행과 관련된 최종 결재권을 가지고 있어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됐다. 그러나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갑을관계’에서 벌어진 채용비리라도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선명하지 않다면 뇌물죄를 의율하기는 쉽지 않다. 이 경우 채용을 청탁한 공무원에게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특혜 채용한 공공기관 관계자에게는 ‘업무방해죄’가 적용된다. 뇌물죄보다는 형량이 가벼운 범죄들이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과 달리 고위 공직자 자녀들까지 취업난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자식의 일자리를 책임져 주는 것이 최고의 뇌물이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이 그동안 뇌물죄 구성 요건인 대가성에 대해 소극적으로 판단했던 태도에서 벗어나 국민의 법감정에 맞는 판결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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