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추석 당일 당직근무 신청한 며느리 … 끙끙 앓는 시어머니

이례적으로 긴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며느리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휴일이 늘어난 만큼 가족 행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압박감 때문이다.
 

최장 열흘 명절에 눈치작전 치열
“오래 쉬니 더 있다 가라”는 말 두려워
왕복티켓 예매 뒤 “남은 표 그것뿐”
시어머니는 속내 알면서도 말 못해
“거짓말·흉보기는 가족 신뢰 해쳐”

A씨(34·여)는 한 달 전부터 추석 당일 당직근무를 노렸지만 ‘동료들의 배려’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명절 당일 시댁에 모이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시부모님이 A씨와 함께 시댁 어른들 집을 함께 돌면서 인사드리고 싶어 하는 눈치여서 벌써 걱정이다.
 
그는 “며느리가 시댁에 가는 건 사위가 처가에 가는 것과 스트레스 차원이 다르다”며 “소파에 편히 앉기는커녕 처음 뵙는 시댁 어른 집 부엌에서 과일을 깎고 있을 생각을 하니 화가 난다”고 한숨을 쉬었다.
 
눈 딱 감고 여행을 ‘감행’한 며느리도 적지 않다. B씨(34·여)는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 친구들과 4박5일 해외여행을 떠난다. 그는 “남편은 ‘2박3일로 짧게 여행을 하고 돌아와 시댁에 함께 가자’고 했지만 모처럼 긴 휴일이 아까워 표가 4박5일로 돌아오는 것밖에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올해 결혼한 새댁 C씨(30·여)는 “오래 쉬니 더 있다 가라”는 말을 들을까 봐 지난 8월부터 핑곗거리를 만들어 뒀다. KTX 예매가 시작된 날 오전 6시에 일어나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붙들고 1박2일 일정으로 왕복 기차표 예매에 성공했다. 시댁에는 “남은 표가 그것밖에 없었다”고 둘러댔다. C씨는 “남편도 공범이다. 집에서 나와 산 지 오래돼 남편도 부모님 집에 너무 오래 있으면 불편하다며 예매작전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D씨(30·여)의 시댁은 이번 추석부터 제사 음식 가짓수를 줄이고 모두 사서 차리기로 해 며느리의 부담이 줄었다. “성당 위령미사로 치르자”는 시어머니와 “차례는 직접 지내야 한다”는 시아버지의 ‘합의점’이다. D씨는 “남편이 버틴 덕에 시조부모를 찾아뵙는 것도 생략했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친정은 아버지가 고향에서 제사 지내는 걸 당연시해 어머니가 시골에 내려가 제사 음식을 준비한다. 어머니가 나를 보며 ‘부럽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종갓집 맏며느리로 살다 몇 해 전 며느리를 본 이영순(60·여)씨는 “요즘 시어머니들은 시집살이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강박증 같은 마음이 있다. 속으로 서운해도 말을 못한다”며 “가족 간에 정직·신뢰는 기본 중의 기본이니 거짓말은 절대 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어머니들도 쿨한 척만 하지 말고 언짢은 게 있으면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단 비난과 흉보기는 금물”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또 “더 늙게 되면 어느 정도든 자식들한테 기댈 수밖에 없는데 그때 받을 보살핌을 조금 아껴 둔다는 생각으로 지금은 아들·며느리를 배려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