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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사랑이의 2000만원, 학대 방치한 친엄마가 못 빼내간다

올해 12세인 ‘사랑이(가명)’는 쉼터라고 불리는 아동보호 시설에서 산다. 낳아 준 부모가 있지만 어른이 될 때까지는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
 

성추행했던 새아빠 기소당하자
감형 위해 손해배상금으로 공탁
법원, 은행에 돈 관리 맡겨
사랑이가 어른된 뒤 쓸 수 있게 해

사랑이 엄마는 사랑이를 낳고 사랑이 친아빠와의 헤어졌다. 대신 새아빠 김모(42)씨를 만나 함께 살기 시작했다. 덩달아 사랑이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엄마는 새아빠와 사이에서 동생들을 낳은 뒤 사랑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 했다. 대신 “어린 동생들을 돌보라”고 했다. 한번은 학교로 사랑이를 찾아와 일부러 조퇴까지 시킨 뒤 동생들을 돌보게 했다. 새아빠 김씨는 엄마가 없는 틈을 타 사랑이 몸을 만지려 했다. 사랑이가 며칠씩 학교에 가지 못하자, 아동학대를 의심한 이웃들이 지난 3월 경찰에 신고했다.
 
금방이라도 새아빠의 그늘에서 벗어날 것만 같았지만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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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사랑이 엄마와 새아빠 김씨를 방임과 유기, 신체학대 혐의로 조사했다. 경찰 조사를 두려워하던 엄마는 사랑이와 동생들을 버리고 잠적했다.
 
사랑이는 동생들과 아동보호시설인 쉼터에 가게 됐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올 초 사랑이를 성추행하고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새아빠 김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였던 김씨는 손해배상금 조로 2000만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법에 따르면 가해자가 피해자의 피해 보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합의와 무관하게 일정 금액을 법원에 맡길 수 있다. 김씨는 감형을 받기 위해 이 제도를 이용한 것이다.
 
사랑이를 돕던 대한법률구조공단 전주지부의 임현주 변호사는 이 돈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미성년자인 사랑이의 친권자는 수사를 피해 잠적한 엄마다. 친권자는 법원에 공탁된 돈을 찾아갈 수 있다. 2000만원은 사랑이에게 중요한 돈이다. 하고 싶은 공부를 맘껏 할 수 있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결국 임 변호사는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엄마가 사랑이를 위해 쓰여야 할 돈을 마음대로 빼 가지 못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는 ‘법원이 친권자의 의사 표시에 갈음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법원이 엄마의 친권 행사를 정지하고, 은행에 공탁금을 맡길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이다.
 
김상곤 전주지방법원 판사는 사랑이의 공탁금을 신탁하도록 했다. 어른이 될 때까지 부모 대신 은행이 돈을 관리하도록 묶어 놓은 것이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배인구 변호사는 “부모로부터 학대받던 아이를 위해 쓰여야 할 돈을 법원이 가해자인 부모로부터 보호해 준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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