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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지 말죠” 귀향 줄고 벌초 맡기고

추석 일정

추석 일정

회사원 정지원(30)씨 가족은 이번 추석을 언니가 사는 영국에서 보내기로 했다. 연휴를 통째로 외국에서 보내기 위해 지난 주말에 미리 성묘도 다녀왔다. 정씨는 “지난해 추석부터 친척들이 모이지 않고 있다. 명절에 힘 빼지 말고 다른 때 보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귀성·성묘 가장 중요” 40% 응답
벌초 대행 서비스 1년 새 40% 증가
차례 대신 절·성당서 합동 형식으로
“민족대이동이란 표현도 퇴색할 것”

명절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귀성·차례·성묘를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줄고 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17~18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번 추석 연휴에 가장 비중 있게 계획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 ‘고향 방문과 성묘’라고 답한 응답자는 40.4%였다. ‘집에서 쉬기’(38.7%), ‘여행’(15.3%)이 그 뒤를 이었다.
 
‘고향 방문과 성묘’는 10년 전인 2006년 조사연구팀이 똑같은 질문으로 성인 남녀 658명에게 설문조사를 했을 때 응답자 중 55%가 선택한 답이었다. 당시에도 ‘집에서 쉬겠다’는 응답은 42%로 높은 편이었지만 ‘여행’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올해 집에서 차례와 성묘를 둘 다 지낸다고 한 응답자는 53.8%에 그쳤다. ‘둘 다 안 한다’고 답한 사람들은 17.5%였다. 직장인 고수현(29)씨의 가족과 친척들도 최근 ‘올해 추석을 시작으로 차례를 없애자’는 데 모두 동의했다. 음식을 주로 준비하시는 고씨 어머니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고 차례 비용·이동시간 등의 부담도 만만찮다는 이유에서였다. 고씨는 “주변에 차례 지내는 가정이 점점 줄어드는 걸 보며 다소 보수적이던 집안 어른들도 명절을 따로 보내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 느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벌초를 농협이나 지역 산림조합, 업체 등에 대신 맡기는 사람도 늘었다. 각 지역 농협의 벌초 대행사업인 ‘산소관리서비스’의 지난해 이용건수는 1만8308건으로 2015년(1만3180건)보다 40% 가까이 증가했다. 대행 수수료는 묘지 1기당 6만~10만원 수준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고향을 찾아 직접 벌초를 하는 것보다 시간적으로나 경비 측면에서 벌초 대행이 훨씬 수월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례상 음식을 직접 조리해 배달해 주는 대행업체도 인기를 얻고 있다.
 
차례 대신 절에서 합동다례제나 성당에서 합동위령미사를 드리기도 한다. 한국만의 추석 문화가 만들어 낸 독특한 풍경이다. 서울 조계사는 추석 당일인 4일 오전 8시·11시, 오후 1시 세 차례 ‘한가위 합동다례제’를 연다. 약 1000가구가 올해 다례제에 함께할 예정이다. 조계사 관계자는 “집에서 차례 지낼 형편이 안 되는 분이 많이 온다. 불자이면서 친정에 아들이 없어 절에 오거나 집에서는 시댁 차례를 지내고 절에서는 친정 다례를 지내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명동성당은 같은 날 오전 6시30분·10시, 오후 6시·7시 네 번에 걸쳐 합동위령미사를 드린다. 명동성당 측은 “‘조상을 위한 미사’로 누구를 위해 미사를 드릴 것인지 미리 사전 접수를 받았다. 당일엔 2000명 정도 미사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추석 당일 직장인 유모(26)씨 가족은 반찬가게에서 간단히 전 등 음식을 주문해 함께 먹은 뒤 오후에 합동미사를 지내러 동네 성당에 가기로 했다. 유씨는 “성묘나 제사를 제대로 안 지내면 ‘조상님이 노여워하신다’는 어르신들의 말씀보다 이제 교통 정체, 친척들 잔소리, 다음 날 출근 등이 더 걱정인 게 현실이다. 꼭 ‘의식’을 치러야 한다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제사라는 과거의 전통은 핵가족·1인 가족 등으로 파편화된 생활을 하는 요즘 세대에 맞는 문화는 아니다. ‘민족 대이동’ ‘민족 대명절’ 등 추석을 상징하는 표현들도 앞으로는 점차 퇴색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홍상지·여성국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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