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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10일 중 7일 근무 … 할머니 병문안도 못 가”

지난달 29일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구태형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고 있다. 외과계 중환자실엔 수술 뒤 상태가 불안정한 환자가 많아 세심히 살펴야 한다. 구씨는 연휴 기간 7일을 출근한다. [최정동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구태형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고 있다. 외과계 중환자실엔 수술 뒤 상태가 불안정한 환자가 많아 세심히 살펴야 한다. 구씨는 연휴 기간 7일을 출근한다. [최정동 기자]

“연휴에 제대로 못 쉬지만 괜찮아요. 제가 연휴에 환자를 보듯, 대구에서 우리 할머니를 봐주시는 간호사들이 계시니까요.”
 

대형병원 의사·간호사
응급실 환자 많아 평소보다 바빠
친지와 성묘 가기도 여의치 않아

서울종합방재센터 소방관
병원·약국 안내서 의료상담까지
시민들 안전을 지키는 게 우리 일

서울대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구태형씨는 3일 ‘정상 근무’한다. 오는 6일까지 연거푸 나흘을 일한다. 7, 8일 이틀을 쉬지만 한글날인 9일 다시 출근한다. 남들은 최장 열흘을 쉬는 이번 연휴에 그는 지난 2일을 포함해 사흘만 쉰다.
 
그는 5년 차 간호사다. 중환자실에만 있었다. 지금은 외과계 중환자실에 있다. 외과수술을 끝내고 마취도 채 풀리지 않은 상태의 환자를 주로 돌본다. 환자들은 심장박동 수, 혈압이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한다. 간호사들은 잠시도 환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번 연휴에도 평소처럼 3교대 근무를 한다. 환자들의 24시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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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에 고향 생각이 나는 것은 구씨라고 예외는 아니다.
 
“맞벌이 부모님 대신 저를 키워 주신 할머니가 지금 대구의 한 병원에 입원해 계세요. 이번 연휴는 길어서 ‘병문안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할머니랑 통화도 했는데….”
 
구씨는 대구에서 자라 대학생이 되면서 서울로 왔다. 그때까지 구씨를 돌봐준 친할머니(75)는 두 달 전 허리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다. 구씨는 “중환자실에 오래 있는 환자들은 가족이 찾아오고 나서 상태가 좋아질 때가 있다. 우리 할머니도 나를 보시면 아주 반가워하실 텐데 못 가는 게 아쉽긴 하다”고 말했다.
 
의료진에게 열흘간의 연휴는 ‘남의 얘기’다. 환자는 명절에도 나오고 응급 상황은 언제든 발생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연휴에 전국 응급실 운영기관 535곳이 평소와 동일하게 24시간 진료를 제공한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이유를 보면 가벼운 손상이 가장 많았다. 이어 감기·장염, 염좌(인대 파열)·두드러기·복통·고열 순이었다. 교통사고와 미끄러짐·화상 등의 사고도 많았다.
 
명절에는 응급실이 평소보다 더 바쁘다. 지난해엔 전국의 응급의료센터(151개 주요 병원 응급실)에서 추석 당일에만 3만 명의 환자를 받았다. 평일의 2.3배, 주말의 1.6배였다. 연휴에는 동네 병·의원과 약국 등이 문을 닫아서다.
 
서울대병원도 이번 연휴에 의사 1300여 명과 간호사 1900여 명이 당직·3교대 등 평소 근무를 유지한다. 외래진료는 없지만 입원환자들이 있는 병동 운영은 평소와 똑같다. 추석을 맞아 퇴원하거나 외출하는 환자가 일부 있지만 10% 정도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송경준 교수는 “약국 등이 문을 열지 않아 가벼운 증상의 환자들까지 큰 병원 응급실로 몰린다. 명절에는 응급환자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송 교수도 연휴 열흘 중 사흘간 24시간 당직을 선다. 연휴를 끼고 며칠씩 여행을 떠나는 것은 쉽지 않다. 친지들과 함께 성묘를 가는 것도 여의치 않다. 송 교수는 “가족들도 익숙해져 연휴에 내가 그나마 며칠이라도 쉴 수 있으면 감지덕지한다”고 말했다. 도서벽지의 작은 병원도 ‘비상 대기’에 들어가는 것은 대도시 대형 병원과 다를 바 없다. 공중보건의 1년 차 임정현(30·흉부외과)씨가 있는 전남 진도 진도한국병원도 그중 하나다. 이 병원은 의사가 5명뿐이다. 임씨는 이번 연휴에 추석 당일인 4일, 그리고 6일 당직을 선다. 7일엔 응급실 진료를 본다. 임씨는 2일 근무를 마치고 부모님이 있는 경남 진주에 갔다. 4일 새벽 다시 출근할 계획이다. 임씨는 “올해 4월 공보의를 시작해 명절 연휴를 맞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도에서 밤에도 응급실을 여는 곳은 우리 병원이 유일해 다소 긴장도 된다”고 말했다.
 
서울종합방재센터 역시 연휴와 상관없이 평소대로 돌아간다. 119로 걸려 오는 모든 전화에 응대하고 화재 등 위급 시에 119안전센터로 내용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종합방재센터에서 7년째 근무하는 배영선(44) 주임은 “명절 때는 전화가 평소보다 많이 온다. 병원·약국 안내와 간단한 의료상담까지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배씨는 올해로 15년 차 소방관이다. 방재센터에 오기 전엔 서울 강동소방서에서 구급·진압대원으로 일했다. 명절 연휴를 온전히 쉴 수 없는 건 방재센터에 온 뒤로도 마찬가지다. 서울센터 상황접수요원 130여 명은 이번 연휴에도 근무 인원을 줄이지 않고 평소와 동일하게 3교대로 근무한다. 고향인 전북 남원에 이번에도 못 가지만 배씨는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현장에 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나중에 나오는 게 소방관입니다. 연휴에도 시작부터 끝까지 시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우리 일이죠.”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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