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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이 암호화폐 발행하면 해커 집중공격 받는다"

2008년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후 현재 민간이 발행하는 암호 화폐는 현재 1100여개가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후 현재 민간이 발행하는 암호 화폐는 현재 1100여개가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지속한 유동성 파티를 끝내느냐를 고민하기에만도 머리가 아픈 중앙은행 총재들 앞에 새로운 과제가 나타났다. 화폐의 정의를 흔드는 디지털 가상 화폐의 등장이다.
 

헝가리 GDP까지 커진 암호화페 시장
영국ㆍ스웨덴 중앙은행 긍정적 검토
미국 Fed, 해킹 위험 등으로 소극적
한은 “은행간 거래 특화될 가능성 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 기업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암호 화폐를 발행해 유통하게 되면서 화폐 발행이라는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이 흔들리게 돼서다. 통화 시스템의 혼란이 야기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암호 화폐 시장의 급성장이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해칠 위험이 있는 만큼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의 특성을 파악하고 직접 발행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디지털 화폐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관련 최근 논의 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상위 4개 가상통화 시가총액은 1127억 달러다. 
 
지난해 헝가리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인 1243억 달러에 근접했다. 한 나라의 경제 규모만큼 커진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개발된 가상통화는 전 세계에 11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에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가 문을 열었다. 고객들이 대형 전광판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에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가 문을 열었다. 고객들이 대형 전광판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중앙은행 간의 입장은 엇갈린다. 자국 통화와 금융 시장의 영향력 등에 대한 손익 계산에 따라 디지털 화폐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디지털 화폐를 화폐의 일종이 아닌 상품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지난달 19일 J포럼 강연에서 “가상화폐는 희소성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출렁대기 때문에 지급 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는 일반 상품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디지털 화폐 문제에 소극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제롬 파웰 Fed 이사는 지난 3월 한 강연에서 “암호 화폐와 관련한 사이버 공격의 취약성과 위ㆍ변조 문제,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크 카니 영국은행 총재는 "암호 화폐를 미래 금융 부문의 잠재적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중앙포토]

마크 카니 영국은행 총재는 "암호 화폐를 미래 금융 부문의 잠재적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중앙포토]

 디지털 화폐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중앙은행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영국은행이다. 마크 카니 영국은행 총재는 “가상 화폐는 미래 금융 부문의 잠재적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영국은행은 2015년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생을 중요한 연구 과제로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또한 USC 등 민간 컨소시엄과 예금 계좌를 이용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발생 가능성도 비공식적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웨덴도 디지털 화폐 발행 가능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진행하며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 지위를 잃지 않으려는 영국과 현금 이용과 화폐 발행액이 크게 감소한 스웨덴은 현실적인 이유에서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가능성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국 중앙은행 중 가상화폐 발행에 가장 근접한 곳은 중국인민은행이다. 블룸버그는 “인민은행은 가상화폐 초기형을 제작해 시범운영까지 마쳤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내부용으로 고유의 가상 화폐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일부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에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에서 일반 화폐처럼 쓰이기에는 아직 한계가 분명한 것으로 지적된다.
 
 한국은행은 “지금으로써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가 조만간 발행될 가능성은 낮고 발행되더라도 은행간 거래(국내거래)나 중앙은행간 거래(국내거래)에 특화된 지급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문제는 거래 대상과 결제 시스템이다.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면 모든 국민이 중앙은행과 직접 예금거래를 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데 이는 중앙은행의 설립 취지와 상충된다. 현재 많은 중앙은행은 법률에 따라 일반 경제주체와 직접 예금거래를 할 수 없다.
 
 또한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면 자금세탁방지 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 등 복잡한 법률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게다가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행하는 민간업체와 중앙은행이 경쟁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와함께 한국은행은 “디지털 화폐가 법화로서 모든 거래에서 자유롭게 이용되려면 중앙은행이 운영하는 결제시스템도 24시간 가동돼야 한다”며 “이는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이 전세계 해커의 집중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암호 화폐 시장에 대한 각국의 엇갈린 시각 만큼 대응법도 제각각이다. 일본은 지난달 29일 암호 화폐 거래소 11곳을 정식 승인했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암호 화폐를 지급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 스위스는 암호 화폐 유치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규제의 칼을 뽑아들었다.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된 탓이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달 4일 새로운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 모집 방법인 ICO(Initial Coin Offering)를 전면 금지했다. 
 
 한국도 전면 금지 대열에 합류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9일 “ICO를 앞세워 투자를 유도하는 유사수신 등 사기 위험 증가, 투기 수요 증가로 인한 시장과열 및 소비자 피해 확대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기술ㆍ용어 등에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ICO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관련 상품 출시 등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현실적인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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