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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 여는 맛집] 벌써 기름 냄새에 질려? 이럴 땐 막국수

추석 연휴 동안 어디론가 떠나지 못하고 서울에만 머문다고 아쉬워할 필요 없다. 해외나 지방 휴가지로 떠나는 이들이 부럽지 않을 만큼 프랑스·일본·이탈리안·한식 등 다양한 맛집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긴 연휴에 웬만한 식당은 다 쉴 것 같지만 소문난 맛집 중 의외로 문을 여는 곳이 꽤 많다. 연휴 기간 동안 매일 한 곳씩 '오늘 문 여는 맛집'을 소개한다. 오늘(10월 3일)은 남경막국수다.  

남경막국수는 싱싱한 깻잎과 상추를 고명으로 올려낸다. 김경록 기자

남경막국수는 싱싱한 깻잎과 상추를 고명으로 올려낸다. 김경록 기자

명절 음식 준비하느라 벌써부터 기름 냄새에 질렸다면 상큼하고 가벼운 한 끼 식사로 막국수가 어떨까. 마침 남경막국수가 올 추석 연휴에 정기 휴무일인 월요일(2일·9일)과 추석 당일(4일)을 제외하고 줄곧 문을 연다. 
남경막국수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2016년 신천역에서 변경) 먹자거리에서 새마을시장 방향으로 난 좁은 골목에 있다. 임수호(43) 사장은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고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 이곳에 일부러 가게를 열었다.  

인적 드문 주택가 남경막국수
조미료 안쓴 심심한 맛 하루 600명 찾아
할머니 손맛 내려 평창 생수만
"맛없는 조미료 범벅 '맛집'에 화나"
연휴 기간 2·4·9일 3일만 쉬어

“부동산에 가서 권리금 없는 안 좋은 자리 없냐고 물어봤죠. 새마을시장 안도 아니고 신천역 먹자거리에서도 골목골목을 굽이 돌아 들어와야해요. 가진 돈이 적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안되는 곳에서 나만의 음식을 팔고 싶다는 도전의식 같은 게 컸어요.” 
심심한 맛의 반전
임수호 사장은 할머니 막국수 맛을 재연하려고 반죽할 때 수원지가 평창인 생수만 사용해 손으로 반죽한다. 김경록 기자

임수호 사장은 할머니 막국수 맛을 재연하려고 반죽할 때 수원지가 평창인 생수만 사용해 손으로 반죽한다. 김경록 기자

2011년 5월 드디어 가게를 열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부르던 애칭 ‘남경’으로 상호를 정했다. 동네 사람들 예상대로 역시 손님이 없었다. 어쩌다 찾은 손님들마저 “맛없다”며 화를 냈다. 손님들이 전부 “맛이 심심하다”고 불평하자 임 사장은 슬슬 불안해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장사라기보다는 놀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조급해지는 마음을 다스렸다. 처음 생각하대로 ‘건강한 국수를 만들겠다’는 마음을 계속 다잡았다. 
곧 임 사장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매일 저녁 7시면 꼭 찾아와 국수를 먹던 백발의 할아버지다. 이 할아버지도 처음엔 "못 먹겠다"며 화를 내고 갔는데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 집 국수를 먹었더니 속이 편하다"며 다시 찾았다. 임 사장은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었구나”라고 안도했다. 할아버지에 이어 새마을시장 상인과 동네 주민을 비롯해 멀리서도 국수 한 그릇 먹겠다며 찾아왔다. 그렇게 금세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맛없는 ‘맛집’에 화나
막국수 비빔앙념은 손님에 맞춰 그때그때 만든다. 여성은 조금 싱겁게, 중년 남성은 조금 짜게 낸다. 김경록 기자

막국수 비빔앙념은 손님에 맞춰 그때그때 만든다. 여성은 조금 싱겁게, 중년 남성은 조금 짜게 낸다. 김경록 기자

임 사장은 막국수가게를 열기 전까지 식음업 쪽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성균관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첫 직장은 마케팅 회사였다. 어느날 회사가 있던 홍대 근처의 유명 막국수 체인점에 간 게 인생을 바꿨다. 그는 “정말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이었는데 그 국수를 먹고 있는 손님들이 전부 불쌍해 보일 정도로 맛이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길로 회사를 그만두고 할머니가 있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으로 내려갔다. 2006년 일이다.
“어릴 때 할머니가 메밀로 국수를 해줬거든요. 맛없는 국수를 먹는 순간 그걸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집 국수를 알리자, 사람들이 틀림없이 좋아할 거란 자신이 있었죠.”
멀쩡한 직장을 관두고 시골에서 국수를 배우겠다니 부모 속은 까맣게 탔다. 친구들은 ‘또라이’라고까지 했다. 여든 넘은 할머니도 말렸다. 하지만 임 사장은 고집을 꺽지 않았다. 꼬박 3년을 할머니 옆에서 배웠다. 할머니가 전문 요리강사가 아닌데 양념 그램 수나 반죽법, 시간 등을 체계적으로 알려줬을 리 없다. 그저 늘 하던대로 손 대중으로 국수를 만들고, 임 사장은 옆에서 지켜봤다.  
불편함을 추구하는 이유
임수호 사장은 모든 국수를 직접 만드는데 전자동 기계 대신 손으로 직접 치댄 뒤 기계에 밀어 넣는다. 김경록 기자

임수호 사장은 모든 국수를 직접 만드는데 전자동 기계 대신 손으로 직접 치댄 뒤 기계에 밀어 넣는다. 김경록 기자

“할머니는 언제나 ‘시간이 지나면 다 안다’고 했어요. 레시피가 아니라 자기 손으로 깨달아야 한다는 거죠. 또 내 몸 편하면 절대 안되고 미련하게 요리해야 진실된 맛이 난다고 늘 강조했어요. 이제야 그 뜻을 조금 알거 같아요.”
반죽할 때 전자동 기계에 넣어 손쉽게 하는 대신 손으로 치댄 뒤 기계에 밀어넣는 번거로운 과정을 고집하는 것도, 미리 하루치 반죽을 다 만들어 놓지 않고 50~60그릇씩만 하는 것도, 모두 할머니 가르침 때문이다. 양념도 미리 만들지 않는다. 다른 국수집들이 다대기라 불리는 양념장을 미리 만들어 놓는 것과 달리 고춧가루와 마늘 등을 즉석에서 섞어 양념을 만든다. 또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을 눈여겨 보고 각자에게 맞는 양념을 만든다.
“손님이 여자나 남자냐, 어르신이냐 아이냐에 따라 양념을 조금씩 달리 해요. 여자들은 보통 조금 싱겁게, 중년 남성들은 조금 짠 걸 선호하거든요. ”
고춧가루와 마늘, 간장 등을 주방에 준비해놓고 그때그때 양념을 만든다. 김경록 기자

고춧가루와 마늘, 간장 등을 주방에 준비해놓고 그때그때 양념을 만든다. 김경록 기자

흔히 춘천식 막국수엔 김가루와 오이 등이 올라가지만 임 사장은 할머니에게 배운 대로 깻잎·상추 등 싱싱한 채소를 듬뿍 올린다. 반죽할 때도 수돗물을 쓰지 않는다. 진부에서 먹던 막국수 맛을 내기 위해 평창이 수원지인 생수만 쓴다. 처음엔 평창에서 직접 물을 가져와 썼는데 너무 힘들어 수원지가 평창인 생수로 바꿨단다.  
백화점 입점 거절한 이유
잠실새내역 안쪽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남경 막국수.

잠실새내역 안쪽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남경 막국수.

좁은 가게는 늘 사람들로 북적이다. 하루에 550그릇씩 팔릴 정도다. 자리가 없어 돌아간 손님도 많았다. 장사가 잘되자 분점을 내자는 제안도 여럿 있었다. 신세계·롯데 등 백화점 입점 제의도 이어졌다. 수수료를 면제해주겠다는 파격 조건을 내세운 곳도 있고 1년 넘게 찾아와 함께 장사하자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매번 거절했다.  
“사람 써서 더 많이 팔거나 가게를 여럿 내면 더 많이 남겠죠.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한 그릇의 소중함을 알거든요. 그 소중한 한 그릇을 맛있게 드시는 손님이 고맙고요. 아직 준비가 덜 됐어요. 준비되지 않았을 때 사업 규모만 넓히면 맛이 변할거 같아요.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이나 늦어도 후년엔 내 이름을 건 좀더 큰 규모의 매장을 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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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메뉴:물막국수·비빔막국수 8000원씩, 곱배기 1만원, 시골수육 3만(中)·4만(大)원, 감자전 7000원  ·개점: 2011년 ·주소: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207-13 101호 ·전화번호: 02-417-0060 ·좌석수: 40석(룸 없음)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월요일 휴무) ·주차: 6대(가게 옆 주차장)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다음은 소개순서  
10월 1일 동경전통육개장  
10월 2일 순희네빈대떡  
10월 3일 남경막국수  
10월 4일 전주청국장  
10월 5일 동원민물장어

10월 6일 논현동 고향집
10월 7일 야래향  
10월 8일 닭한마리감자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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