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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학생 혼내자 교사 고발…소송보험 가입한 교사 2만명

지난해 초등학교 5학년 교사 A씨는 자신 학급의 B군이 같은 반 친구를 때리고 거짓말을 해 1분간 손을 들게 했다. 얼마 후 B군이 또 다른 친구를 플라스틱 재질의 자로 때리려 하자 주의를 주고 학부모에게 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 뒤 B군이 체육 시간에 같은 반 친구를 넘어뜨려 발로 차는 일이 또 발생했고, A교사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B군 문제를 제기했다. 위원회에서 B군이 피해 학생에게 사과하라는 결정을 내리자, B군의 학부모는 A교사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교사의 훈육에 대한 학부모 고소 난무
피고소 대비 보험 상품 2만여 건 판매
교사들 “교권 중시하지 않는 풍토 문제”
전문가 “학생 처벌 강화 제도 마련해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교사의 정당한 훈육에 소송으로 대응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고 있다. 최근 부산과 강릉 등지에서 학생들의 잔혹한 폭력 사태가 드러나고 있지만, 현장 교사들은 학생들을 선도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학교 폭력이 발생해도 교사들은 학부모로부터 욕을 먹거나 폭행을 당할까 걱정하는 것과 더불어 법률 싸움까지 대비해야 하는 처지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김모씨는 “수업시간에 교탁을 세게 쳤다는 이유로, 체육 시간에 실수로 학생 쪽으로 공을 찼다는 이유로 고소당하는 동료 선생들을 봤다. 나에게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지난해 소송에 대비하는 보험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학교 교사 조모씨는 “학생들이 성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영어 단어를 발음해 달라고 해서 ‘이건 성희롱이야’라고 했더니, 오히려 반항하더라. 순간 크게 화를 낼 뻔했다. 작은 꾸중에도 고소가 들어올지 몰라 관련 보험 가입을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파악한 민형사 소송 사례에는 교육 현장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5년 한 중학교에선 담임교사에게 폭언을 하고 교실을 무단이탈한 학생에 대해 선도위원회 참석요청서를 주려고 학생 가정을 방문해 요청서를 전달하자, 학부모가 교사를 무단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에 담임에 대한 욕설을 적었다가 발각된 한 고교생은 10분간의 훈계를 받은 뒤 “인격적 모멸감을 받았다”는 이유로 담임을 직접 아동학대로 고소했다.  
 
이처럼 교사들이 훈육에 따른 소송에 휘말리자 보험 업체들이 소송에 대비하는 법률지원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2006년 동부화재가 만든 ‘참스승배상책임보험’은 계약건수가 그해에는 306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4배 가량인 4395건이 됐다. 현재까지 누적 계약 1만7423건으로 누적 가입금액은 약 2억8000만원이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학교의 부당한 징계 등으로 행정소송을 할 시 이를 지원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주로 교사들은 학부모의 고소ㆍ고발 대비 목적으로 가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만든 더케이손해보험에서도 비슷한 보험인 ‘THE-K 교직원 법률비용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1년 새 계약 건수가 약 3000건이 됐다.    
 
보험까지 들어가며 법률 지원을 받으려는 교사들이 늘어나자 교육청도 나섰다. 지난 6월 22일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서울시내 11개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 및 교권보호 전담 변호사를 배치한다는 내용의 합동 성명을 발표했다. 전담 변호사는 이르면 다음달에 배치된다.  
 
한국교총의 김재철 대변인은 “교권침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폭언ㆍ폭력을 넘어 고소까지 빈번해 교사들의 사명감과 긍지가 크게 저하되고 있다. 교권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권 침해 사례는 2만3574건으로 연평균 4700건에 달한다.  
 
교권 침해 사례가 늘어도 보호 조치는 별로 없다. 지난 4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참교육연구소가 전국 유ㆍ초ㆍ중ㆍ고 교사 14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교사로부터 교권침해 피해 사실을 통지받은 교장 등 학교 관리자가 적극 대처한다는 응답은 37.2%에 그쳤다. 이에 대해 교사들의 과반(54.5%)은 “교육청과 학교가 민원을 민감하게 여겨 교권보호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고 응답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국 일부 주처럼 교권 침해가 인지됐을 경우 학교나 교육청이 학생을 상대로 민ㆍ형사상 고소를 하는 등 강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법 제ㆍ개정을 통한 교권 보호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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