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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성희의 어쩌다 꼰대(14) 청첩장 보내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기자
김성희 사진 김성희
결혼식. [사진 pixabay]

결혼식. [사진 pixabay]

 
“결혼은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결혼식은 두 번 다시 못 올리겠어요.” 신혼여행을 막 마치고 온 제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결혼식이 얼마나 신경 쓰이는 일인지 한마디로 보여준달까. 이것 저것 준비할 것이 많다 보니 그 과정에서 신랑·신부 당사자는 물론 양가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까지 더해져 그런듯하다.  

학교친구들은 명단에 넣었지만
문제는 직장 선후배, 사회 친구들
역지사지 심정으로 반성해 보기도

 
아들 결혼을 앞둔 요즘 이걸 피부로 느낀다. 참한 며느릿감에 좋은 사돈댁을 만나 그야말로 물 흐르듯 진행될 걸로 믿었다. 실제 ‘많이 벌어놨더라면…’하는 아쉬움을 잠깐 잠깐 느끼긴 했지만, 아내와 아들에게 모든 준비를 맡겨놓고 손님처럼 구경하던 차였다.
 
한데 역시 고심해야 할 일이 생겼다. 바로 청첩장을 보내는 일이다. 알게 된 지 몇십 년이 된 학교 친구들이야 당연히 초청 명단에 넣었다. 문제는 직장생활 하면서 인연을 맺은 선후배, 사회 ‘친구’들이다. 내게 ‘할당’된 하객 수가 제한되어 있으니 뭘 기준으로 초청자를 정할지 어지럽다.  
 
 
청첩장.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청첩장.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현직에 있을 때 뿌린 축의금을 거둔다는 차원은 얍삽하다. 같은 직장, 같은 부서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준을 잡자니 숫자도 많거니와 공연히 부담을 주는 듯해 망설여진다. 형님 동생 하던 취재원도 여럿 있지만, 퇴직 후 자식 청첩장을 보내는 건 마치 고지서라도 보내는 기분이어서 더욱 꺼려진다.
 
 
딸은 작은 결혼식 
 
딸을 보낼 때는 이런 일이 없었기에 한결 고민스럽다. 딸은 양가 친척 16명씩만 참석해 작은 결혼식으로 치렀다. 그러자니 식후 “연락도 안 하다니 섭섭하다”는 주변 사람들이 꽤 있었다. 문제는 이게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린 말인지 가늠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저 인사치레로 하는 말인지 진심으로 서운한 건지, 나로서는 구분이 잘 안 된다.
 
 
모바일 청첩장. [중앙포토]

모바일 청첩장. [중앙포토]

 
‘집사람 밥을 먹어본 사람들만 초대하자’란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언젠가 그런 구상을 밝혔더니만 아끼는 후배에게서 “아니, 그럼 선배 자녀 결혼식에 가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서 형수가 해주는 밥을 먹으란 말이냐”는 투정 아닌 투정을 듣기도 했으니 이것도 정답은 아니지 싶다.
 
이런저런 고심 끝에 명단을 정하고는 반성했다. 당사자나 혼주는 그래도 고심 끝에 보냈을 텐데 나는 흡사 귀찮은 고지서 보듯 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또한 미처 초대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보이지 않는 사과를 했다. “이건 친소 관계를 따져 보내는 건 아니랍니다”하고. 어쩌면 내 청첩장을 받지 않은 이들은 다행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말이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jaejae99@hanmail.net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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