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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풍계리 인근 만탑산 정상 지표면 4m 폭삭

싱가포르 관측소, 6차 핵실험 전후 위성사진 분석
자료: 노르웨이지진연구소(NORSAR)

자료: 노르웨이지진연구소(NORSAR)

북한이 여섯 차례 핵실험을 벌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만탑산 정상(해발 2205m) 부근의 지표면이 4m가량 주저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지구관측소 왕텐 선임연구원이 독일항공우주센터의 위성(TerraSAR-X) 자료를 활용해 6차 핵실험이 있었던 지난달 3일 전후의 영상 변화를 분석한 결과다. 이는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상업위성 플래닛의 위성사진을 분석해 풍계리 산악지역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리는 등 광범위한 지형 변화가 발생했다고 최근 보도한 것을 입증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난양공대 지구관측소 분석을 보면 산의 높이가 4m 내려앉은 곳이 있는 반면 일부 지역에선 땅이 솟아오르는 현상이 관측됐다”며 “이런 결과는 3일 북한의 핵실험이 생각보다 강력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있은 지 8분 뒤(지난달 3일 낮 12시38분) 지진(규모 4.4)이 있었고, 지난달 23일에도 두 차례 발생했다. 기상청은 23일 당시 1차 지진(오후 1시43분) 규모를 2.6, 2차 지진(오후 5시29분)은 3.2로 각각 발표했으며 자연지진으로 추정했다. 자연지진이란 핵실험에 의한 인공지진이 아니라는 의미다. 두 지진 모두 진원은 풍계리 핵실험장으로부터 북북서 방향 5㎞ 떨어진 곳이다.
 
이곳에선 북한이 핵실험을 시작한 2006년 이전만 해도 지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기상청 기록을 뒤져봐도 지진 발생 기록을 찾기 힘들다. 특히 풍계리 핵실험장의 산악지역은 화강암 지대여서 지반이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지진 발생의 원인이 되는 단층 같은 구조도 이 일대에선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지진만 세 차례 발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진 전문가들은 “핵실험 이후 발생한 여러 차례의 지진은 핵실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도 지난 23일 지진과 관련해 “핵실험 당시에는 동굴(갱도)만 붕괴했는데 이후 지진은 만탑산이 슬슬 붕괴하는 징조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핵실험 이후 만탑산 정상 지대의 일부가 주저앉으면서 산사태가 발생했다면 이런 경우에도 산사태가 지진으로 오인될 수 있을까.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남동부 이탈리아 국경과 가까운 마을에서 발생한 산사태도 규모 3.0 지진으로 측정됐다는 점에서 가능하다. 또한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 당시 연평도에서 규모 1.5의 지진파가 관측된 적이 있다. 이처럼 산사태가 발생할 때 역시 지진파가 측정된다. 다만 단층으로 인한 지진과 산사면의 토사가 쏟아져 내리는 산사태는 발생 이후 나타나는 파형(wave form)에서 차이가 난다. 연세대 홍 교수는 “지난달 23일 북한과 중국 접경 지역의 관측소에서 측정된 지진 파형을 분석하고 있으나 지진 강도가 약해 산사태로 인한 것인지, 보통의 지진인지 원인 파악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6차 핵실험 직후 당일 발생한 지진은 핵실험장 내부의 갱도 붕괴가 원인인 것으로 지목됐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산 중턱을 파낸 뒤 만든 수평 갱도 실험장이다. 난양공대 지구관측소의 영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어느 지점은 푹 꺼지고, 어떤 지점은 솟아올랐는데 산 중턱의 갱도가 붕괴하면 이런 현상이 벌어질 수 있을까.  
미국의 핵실험장인 네바다 지역에선 1960년대 지하 핵실험 당시 지표면이 깨지는 현상(spalling)이 수반됐고, 폭발 원점을 중심으로 지표면 주변에 둥글게 분화구(crater)가 생겼다. 움푹 파인 것이다. 네바다 핵실험장은 수직으로 땅을 파 만든 수직 갱도 실험장이다. 수평 갱도 방식의 핵실험장이 있는 풍계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측됐다. 그렇다면 만탑산 정상 부근의 지표면 붕괴 현상은 핵실험 직후 발생한 갱도 붕괴에서 원인을 찾기보다 산사면을 따라 토사가 무너져 내리는 과정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원인이든 붕괴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 과정에서 틈새가 생겨 핵실험 이후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새어나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지난달 3일 핵실험 직후 방사성 물질(제논)이 강원도 고성에 설치된 관측 장비에서 소량 검출된 적은 있으나 이후 수치가 올라갔다거나 추가로 검출됐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치명적인 환경오염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긴 현재로선 힘든 상황이다.
 
풍계리 핵실험의 또 다른 문제는 이곳에서 114㎞ 떨어진 백두산 분화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분화란 지표에 용암이나 화산재 같은 것을 분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연세대 홍 교수는 지난 2월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이때 발생한 응력이 백두산 지하 마그마방(마그마가 모여 있는 곳)을 자극해 분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화산이 분화하기 위해서는 마그마가 일정 구간에 모여 있어야 하고, 마그마방에 마그마가 꽉 차게 되면 그 압력에 의해 마그마가 지표면으로 분출하게 되는데 북한의 핵실험이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지난달 26~27일 개최한 ‘제1회 백두산 국제학술회의’에서도 백두산은 지하에 거대한 마그마의 존재가 확인된 매우 위험한 활화산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핵실험 방아쇠 역할을 놓고 논의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이윤수 지질자원연 박사는 “핵실험이 백두산의 마그마에 영향을 줘 분화 활동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없다”며 “1970년대 초 미국 알래스카 알루션 열도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 규모의 수백 배에 달하는 핵실험이 이뤄졌는데도 인근 60~80㎞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해저 화산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도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 밑에 있는 마그마방을 건드린다고 하면 마그마방에 있던 마그마들이 운동하게 돼 있고 마그마방 상부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핵실험 이후에도 그런 징후들이 없다”고 말했다. 백두산 마그마방은 지하 10㎞ 밑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느 정도 규모인지,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규명돼 있지 않다.
 
 
강홍준 사회선임기자, 김도연 인턴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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