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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답정남’?

[꽃중년 프로젝트 사전] ‘읽다’
‘답정너’라는 신조어는 “내가 듣고 싶은 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그것을 말하기만 해”라는 문장의 준말이다. 보통 젊은 여성들이 남자 친구한테 많이 하는 말이다.
 
‘답정남’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답이 정해져 있는 남자’라는 뜻으로, 보통 아버지를 칭할 때 쓴다. “우리 아들 원하는데 가야지?” “우리 딸 먹고 싶은 거 먹자”로 시작하면서도 결국엔 횟집이나 고깃집으로 향하는 아빠들을 두고 “우리 아빠는 답정남”이라고 표현한다.
 
사실 ‘답정남’ 스타일은 집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자주 만난다. 분명 내 말에 경청하는 듯 보였지만, 결국은 그동안 공부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준하는 ‘고개 끄덕이기’ 제스처만 취했을 경우가 많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듯, 결국엔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건 그나마 신사다. 심지어 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 못하는 중년의 남자들도 많다. 왜 내가 그런 사람 앞에서 입 아프게 이야기했는지 자괴감이 들 정도다. 이 같은 현상은 컨설턴트나 변호사 같은 전문가 집단의 시니어 그룹에서 더 심하다. 잘나가는, 연봉 수준이 높을수록 ‘답정남녀’일 확률이 아주 높다.
 
확실한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결론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은 물론 좋다. 하지만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감정을 공유해 보지 않고,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이론만으로 뭔가를 확신하기엔 요즘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모든 ‘답정남’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다. 기업 PI(President Identity) 컨설팅 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사장님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컨설팅을 진행할 경우 리더가 ‘답정남 스타일’로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쏟아 부으면, 마음 읽기가 편하다. 솔직하게 쏟아 낸 이야기들은 컨설팅에 중요한 데이타 베이스가 되어서, 그것만 분석해도 정체성(Identity)을 찾는데 상당 부분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순간 말을 아끼고 “당신이 알아서 찾아봐라”는 리더일 경우 그것만큼 곤란한 것이 없다. 내가 점쟁이도 심령술사도 아닌데 어찌 그 속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직원들도 마찬가지일 터다. ‘답 없는 리더’만큼 직원들에게 답답한 일도 없다. 전문가들이야 어떻게든 고객이 생각하는 답을 근간으로 추구해야 할 것과 추구하지 않아야 할 것을 찾아낸다. 그게 일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가능할까. 만약 모든 직원이 리더의 마음을 읽기 위해, 그의 심기를 살피기 위한 ‘심기관리 비즈니스’만 한다면 조직은 어떻게 될까. 말만 들어도 필자 귀에는 조직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젊은이들에게 ‘답정남은 꼰대’라지만, 조직에서 더 큰 문제는 답 없는 리더일 수 있다.
 
식사 장소를 고르는 작은 고민부터 시원한 답을 찾지 못해 헤맬 때가 종종 있다. 이럴 때 “오래간만에 평양냉면 어때요?” 라고 시원하게 말하며 상대에게 의견을 물어주는 사람은 참 빛나 보인다. 작지만 그 순간 자신만의 확실한 답도, 배려도 갖춘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배려를 버무린 ‘답정남’이 나쁘지만은 않은 이유다.
  
허은아
(주)디 아이덴티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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