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략폭격기·전투기도 핵 장착
공격용 잠수함엔 순항미사일
핵전력이 다시 국제질서 좌우
신냉전에 슬기롭게 대비해야
전략자산의 원래 의미는 적의 핵 도발에 대응하고 억제할 수 있는 핵 공격 능력이다. 적에게 강력한 보복 능력을 보여줘 핵 공격을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통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그리고 핵 폭격 능력을 갖춘 전략폭격기로 이뤄진다. 이러한 핵 능력 ‘삼지창’을 모두 갖춰야 비로소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다. ICBM은 통상 본국의 사일로에서 발사하므로 한반도 순환배치가 가능한 전략자산은 SLBM 또는 순항미사일 장착 잠수함과 항공전력이다. 항공전력을 싣고 다니는 항공모함도 당연히 포함된다.

미국은 수중전력으로 1종류의 탄도유도탄잠수함(SSBN)과 3종류의 공격용잠수함(SSN)을 보유하고 있다. SSBN으로 오하이오급 18척을 운영하는데 이 중 4척은 순항미사일잠수함(SSGN)으로 개조했다. SSBN은 가공할 핵무기를 인류를 절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다량 싣고 다니는 전략잠수함이다. 함에 따라 각각 대형 핵탄두 8개를 장착한 트라이던트ⅠC4 SLBM(최대사거리 7400㎞) 24발이나, 각각 중형 핵탄두 12개를 장착한 트라이던트ⅡD5 SLBM(최대사거리 1만1000㎞) 24발씩 탑재할 수 있다. 그야말로 절대적인 보복 능력이다. 적이 선제적으로 핵 공격을 할 경우 수중에서 핵전력을 보존한 뒤 보복 공격을 가해 적을 절멸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누가 선제공격해도 결국 쌍방이 모두 파괴되므로 핵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상호확증파괴(MAD) 이론’을 뒷받침하는 SLBM 전력이다.
이론적으로 척당 192~288발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지만 비용과 전략무기감축협정 등에 의해 적절하게 조절한다. 71년 제1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Ⅰ)에 따라 미국은 ICBM 1000기와 SLBM 710기, 소련은 ICBM 1408기, SLBM 950기로 제한하기로 했다. 79년의 STARTⅡ에서 미국은 다탄두미사일 1200기, 전략폭격기와 미사일은 합쳐서 1320기로 제한하기로 했다.
오하이오급 잠수함은 대형 발사관을 통해 미사일은 물론 잠수정 등 은밀한 적진 침투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의 이동수단을 내보낼 수 있다. 다양한 작전 능력을 보유했으니만큼 적이 도발 엄두를 낼 수 없게 하는 억제력도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그야말로 국제 정치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전략무기인 셈이다.
잠수함 전력은 적 영토에 가까운 물속 깊숙한 곳에서 최장 6개월 정도 대기하다 결정적 순간에 적의 수상 및 수중 전력을 제압하거나 지상 공격에 나설 수 있어 ‘수중의 비수’라 할 수 있다. 핵을 싣든, 싣지 않든 이러한 강력한 전력의 잠수함이 한반도 인근 해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도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적 영토에 가까운 수중에서 은밀히 대기하다 상대에게 대비할 틈을 주지 않고 수분 만에 지휘부나 미사일 발사대, 핵무기고를 강타할 수 있다.
전략자산 순환배치를 하게 되면 엄청난 핵무기를 운용할 수 있는 운반수단들이 한반도를 둘러싸는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된다. 핵전력이 다시금 국제질서를 좌우하는 엄중한 신냉전시대를 맞을 수밖에 없다. 동맹과 손발을 맞춰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사적 상황을 슬기롭게 풀어갈 실력이 절실하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