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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숙의 Q] 한 달 강연 요청 2000건 … 죽기 전까지 인간 이해하고 싶다

기자
배양숙 사진 배양숙
최근 ‘알쓸신잡’에 출연해 흥미로운 과학수다로 화제가 된 정재승 교수. 물리학도였던 그는 ‘카오스’와 ‘프랙탈’이라는 개념에 매료돼 복잡계 과학으로 분야를 옮겼고 ‘1.4kg의 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치매에서 소아정신까지 두루 관찰했고, 이를 관통하는 장애 중 하나가 '의사결정 장애'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최근에도 새로운 논문을 발표하며 의사결정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정신질환자의 공통점은 의사결정 장애
더 나은 의사결정하는 사회 만들고파
제4차 산업혁명 차근차근 준비해야

인류는 ‘제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이는 정치적 유행어일 뿐이라며 비판을 하기도 한다. 정재승 교수는 수식어에 휘둘리기보다 다가올 변화를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그가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의 과학수다로 사람들이 ‘지식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했으면 좋겠다는 정재승 교수. 뇌를 연구하게 된 계기부터 인간의 의사결정, 제4차 산업혁명, 잘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의 고품격 수다 듣기 위해 ‘배양숙의 Q’가 정재승 교수를 만났다.
 
 
'배양숙의 Q'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를 만났다. 최정동 기자

'배양숙의 Q'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를 만났다. 최정동 기자

 
 
새로운 논문을 발표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논문이 출간됐나요?
“네, 이번 방학은 각별히 뿌듯했습니다. 지난 3년간 저희 연구실에서 했던 연구들이 주요저널에 5편이 한꺼번에 출간됐습니다. 특히, 우울증 환자들의 의사결정에 대한 연구가 가장 뜻깊었습니다. 우울증 환자 중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환자들과 한 번도 자살을 생각해본 적 없는 환자들은 의사결정 과정이 어떻게 다를까요? 두 환자그룹을 어떻게 미리 구별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면, 우리가 자살을 시도할 우울증 환자들에게 그것을 막기 위한 특별한 치료법을 제공해 줄 수 있으니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92명의 우울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선택과정도 관찰하고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으로 뇌활동도 촬영했었습니다. 우울증 환자 중에서 위험과 실패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이 있는 환자들이 어떻게 감정조절 실패를 경험하다, 결국 자살 시도를 하게 됐는지, 또 그것이 뇌에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진행됐는지 살펴본 것입니다.”
‘카오스’의 저자 제임스 글릭에 매료돼 천체물리학에서 복잡계 과학으로 분야를 옮기셨다고요.
“네, 돌이켜보면 평범한 물리학도는 아니었죠. 원래 천체물리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카오스’와 ‘프랙탈’이라는 개념에 매료돼 신생 분야인 복잡계 과학으로 분야를 옮겼습니다. 새 학문분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보면서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때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논문을 두세 편씩 읽었죠. 그 중에서도 ‘뇌’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한 시스템을 모델링하는 것으로 박사학위를 했습니다. 치매 환자의 복잡한 뇌를 컴퓨터상에서 네트워크 모델링 해 앞으로 병세가 어떻게 나빠질지 시뮬레이션 하는 것으로요.”
 
복잡성 이론은 기본적으로 이 세상의 모든 질서가 몇 개의 이론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불가사의한 복잡성으로 얽혀 있다는 이론이다. 즉, 복잡계에서는 수많은 변수가 유기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1 대 1 대응방식의 기계론적 과학이 적용되지 않는다. 복잡계 연구를 위한 구체적인 수단으로는 카오스(혼돈), 프랙탈(형상), 퍼지(법석), 카타스트로피(파국) 이론 등이 있다.
 
 
정재승(오른쪽)은 치매극복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회 치매극복의 날 기념식에서 홍보대사로 위촉된 방송인 김미화 씨(왼쪽),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서울=연합뉴스]

정재승(오른쪽)은 치매극복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회 치매극복의 날 기념식에서 홍보대사로 위촉된 방송인 김미화 씨(왼쪽),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서울=연합뉴스]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가 의대 정신과에서 연구하셨습니다.
“박사학위를 받을 즈음에 미국의 한 학회에 가서 발표를 했는데, 의대교수님께서 질문을 하시더군요. 치매 치료제가 없는데 치매 병세를 예측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저는 그때까지 치매치료제가 없다는 걸 잘 몰랐습니다. 의대에 가서 제대로 정신의학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그 후 미국 의대 정신과에서 연구원과 조교수를 하게 됐습니다. 소아정신과였는데, 그곳에서 틱장애, 소아 우울증,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 장애를 분석하고 모델링하는 연구를 주로 했고요. 뇌파와 fMRI, 그리고 컴퓨터 모델링을 사용해서요.”
처음부터 의사결정을 연구한 건 아니었군요.
“치매에서 소아정신과까지 소아와 노인을 두루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데, 이들을 관통하고 있는 장애 중 하나가 의사결정 장애, 즉 잘못된 선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귀국 후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에 와서는 의사결정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됐습니다. 의사결정이 뇌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정신질환자들은 왜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지, 로봇에게 생각만으로 내 의사결정을 수행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인공지능에게 인간처럼 의사결정을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구하는 것이 저희 연구실의 핵심 연구주제입니다.”
미국 예일대와 콜롬비아대, 그리고 카이스트에서 연구를 하셨습니다. 각 학교의 환경은 어떻게 다른가요?
“이제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느껴집니다. 당시로 돌이켜보면, 학생들 수준은 카이스트 학생들이 오히려 가장 우수하다고 느꼈습니다. 카이스트에서 같이 공부했던 제 친구들이 제가 미국에서 가르쳤던 학생들보다 더 우수했으니까요. 다른 점은 예일대나 콜롬비아대 교수들이 한국의 교수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연구하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하에 놓여있었습니다. 결국 학교의 성취 차이는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교수들에게 비롯된 걸 겁니다. 교수의 학문적 수준 낮다기 보다는 학문적 성취를 잘 추구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 분위기와 문화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런 점에서 저도 반성을 많이 합니다.”
 
 
정재승 교수는 미국 예일의대 정신과 연구원, 콜롬비아의대 정신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정동 기자

정재승 교수는 미국 예일의대 정신과 연구원, 콜롬비아의대 정신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정동 기자

 
 
행동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동물이 아니라고 합니다. 과학자가 우리 사회를 합리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인간들이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안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복잡하고 다양한 것을 고려해요. 자신의 경제적 이득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 과거의 기억, 미래에 대한 전망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선택을 하죠. 따라서 저는 인간의 뇌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지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시스템을 우리 사회에 도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우리가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가치와 정보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건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논리적 사고겠죠. 과학이란 우주와 자연과 생명과 의식에 대한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자 태도에요. 그런 태도는 누구에게나 더 나은 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면 어떤 분야에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나요?
“저는 주요일간지에 ‘오늘의 운세’가 사라지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조금만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이게 맞을 까닭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사람들은 재미삼아 본다면서 신경을 쓰죠.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고 믿거나, 궁합이 나쁘면 결혼을 안 하거나 하는 미신이 아직도 우리 삶과 정신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증거가 부족한 음모론에 쉽게 휘둘리고, 매사에 이분법적인 답을 요구하고, 타인을 쉽게 도덕적으로만 판단하죠. 저는 우리 사회가 나와 다른 생각에 너그럽고 다양성을 존중하되,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사려 깊게 대응하는 사회가 되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반과학적 태도, 반지성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것이 학자로서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인간을 행동하게 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인문·사회·예술까지도 뇌과학이 아우를 수 있는지요?
“아우르기 보다는, 뇌과학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예술은 지난 수천년간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행동을 잘 설명하고 표현해 왔죠. 여기에 더해, 뇌과학은 뇌의 구조와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의 인지와 마음이 어떻게 형성되고 사회적 행위가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생물학적인 의견을 더해줄 겁니다. 그것은 타고난 부분도 있겠지만, 환경과 경험에 의해 바뀐 측면도 매우 강할 것이고요. 어쨌든 인간의 행동이 마지막으로 결정되는 장소인 뇌에 대한 이해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도와줄 겁니다.”
 
 
책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정재승 정용 김대수 지음.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무대인 뇌 과학의 현장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 [사진 사이언스북스]

책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정재승 정용 김대수 지음.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무대인 뇌 과학의 현장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 [사진 사이언스북스]

 
 
2009년 다보스포럼 ‘차세대 글로벌리더’로 선정되셨습니다.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귀한 기회를 여럿 얻었는데요,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연수를 받기도 했고요, 매년 차세대 글로벌 리더 서밋, 중국에서 열리는 서머 다보스 등에서 발표를 하기도 했죠. 너무 신자본주의를 따르는 것 같아 세계경제포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내부를 들여다보니, 글로벌 이슈를 함께 해결해보려는 의지와 노력, 전세계 리더들의 힘을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보스포럼이 얘기하는 ‘제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수사에 휘둘릴 필요는 없습니다. 제3차 산업혁명의 후기일 수도 있고, 뭐라고 부르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가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 의해 고스란히 비트의 정보로 저장되면, 그걸 인공지능이 분석해 맞춤형 예측 서비스를 해주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IT기술이 온라인 안에만 머물지 않고, 제조업과 유통업에 혁신을 불러온다는 것이지요. 이걸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지 않더라도, 이런 세상이 올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합니다. 혁명이라서 올해 혹은 내년에 오는 것이 아니라, 제1차 산업혁명이 100년에 걸쳐 이뤄졌듯이, 이런 변화도 수십년간 서서히 지속될 겁니다. 따라서 이걸 준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충분하고 불안해 할 필요 없이 차근차근 준비하면 됩니다.”
최근 서울대 홍성욱 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정치적 유행어일 뿐, 사회발전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구호만 외칠 뿐, 실제로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것, 심지어 이것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에 대한 비판이겠지요. 저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우리의 교육을 지식주입형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문제해결형 교육, 사려깊고 심사숙고 하는 인재 교육, 다양성의 존중 등으로 나아가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미비한 사회 제도도 수정하고, 법률 규제도 다시 들여다보는 귀한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차이나는 클라스’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을 다루면서 결국 교육의 문제를 얘기하셨군요.
“큰 주제는 ‘인공지능 시대, 인간 지성의 미래는?’였습니다.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고 불안해하고 있지요. 지식을 제대로 분석하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해의 단계’가 필요한데, 컴퓨터가 지식을 이해하려면 멀었다고 생각했고, 인공지능 전문가들도 인공지능이 현장에 적용되는 데에 아직은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머신 러닝은 ‘이해의 단계’를 건너뛰어, 데이터의 양으로 문제를 해결했지요. 이것이 충격을 준 것입니다. 바둑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한 알파고가 인간 최고의 고수 이세돌을 이기는 현장을 우리 모두가 목격했으니까요.”
 
 
 
 
 
‘알쓸신잡’ 이후로 강연요청, 방송 요청이 많이 늘었을 것 같습니다. 평소 섭외하기 어렵기로 유명하신데, ‘알쓸신잡’은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요즘 매달 강연요청이 약 2,000건, 방송출연이나 인터뷰 요청도 30~40건이 넘습니다. 방송에 나가서 얘기하는 걸 워낙 어색해 해서 대부분 하지 않고 있고요. 토론과 강연은 즐기는 편이지만, 외부강연도 거의 못 하고 있습니다. 대본 없이 자유롭게, 어렵고 깊이 있는 얘기도 마음껏 할 수 있는 기회라서 용기를 냈죠. ‘지식이 주는 즐거움’을 모두가 만끽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출연했는데, 평이 좋아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알쓸신잡’ 출연진들을 ‘각 분야에서 시대에 안주하지 않고 상식을 깨온 사람들’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알쓸신잡’에 출연한 분들은 타분야를 존중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 않고 설명하되, 설득이 되면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미덕을 가진 분들입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깊은 지식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늘 열린 태도를 유지하는 것, 쉬운 일이 아니지요. 덕분에 저는 매우 즐기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예능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각 분야의 전문가인 음식평론가 황교익, 작가 유시민, 소설가 김영하, 가수 유희열, 물리학자 정재승이 나와 '잡학' 수다를 떤다. [사진 tvN]

예능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각 분야의 전문가인 음식평론가 황교익, 작가 유시민, 소설가 김영하, 가수 유희열, 물리학자 정재승이 나와 '잡학' 수다를 떤다. [사진 tvN]

 
 
평소 독서량이 많으신 걸로 압니다. 서재는 ‘일요일, 나른한 오후의 공동묘지’라고 표하기도 하셨는데요. 교수님께 독서는 어떤 의미인가요?
“책이 가득한 서점이나 서재에 가면 마음이 설레고 심장이 막 뛰죠. 책과 함께 있는 순간, 책 속에 파묻혀 있는 시간을 아주 즐깁니다. 나와 다른 시대, 다른 환경을 살아온, 다른 경험을 해온 분들이 평생 동안 고민해 얻은 삶의 성찰을 엿보는 즐거움이 독서의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15년 동안 ‘선택’의 뇌과학에 대해 연구해오셨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얼마 전 살펴보니, 대학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난 20년간 국제저널에 논문 100편정도를 썼더라고요. 학자로서 연구를 통해 새로운 과학지식을 만들어내어 학계에 기여하는 것은 당연한 역할입니다. 여기에 학자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하나 더 덧붙이자면, 제가 하는 연구를 우리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 연구실과 세상을 연결하는 작업을 해야겠죠. 제 꿈은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데 학자적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세상을 떠날 즈음에 사람들로부터 ‘정재승이라는 과학자 덕분에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어요.” 
마지막으로 '잘 사는 삶'이란  무엇일까요?
“죽기 전까지, 인간에 대해 깊이 이해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제가 얻은 통찰을 나누어주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데 기여까지 할 수 있다면 더 행복하겠지요. 다음 세대까지 제가 얻은 통찰을 나누어줄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겁니다. 학자로서, 지식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제가 꿈꾸는 삶입니다.”
 
인터뷰 당일 인사를 나누는 순간 정재승 교수에게서 누적된 피로감이 느껴졌다. 매월 강연요청 약2,000건, 방송출연과 인터뷰요청 30건~40건씩 몰려오니 그럴만도 하다. 두달전 예정된 인터뷰였는데 질문을 해야하는 것이 오히려 미안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그가 즐거워할 만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새로운 논문을 발표할 때 가장 행복하시다고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논문이 출간됐나요?”

피로가 묻어나던 그의 얼굴이 어느새 행복한 표정으로 바뀌며 대답했다. 그 질문 하나로 인터뷰의 반 이상이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정재승 교수는 지난 20년간 국제저널에 약 10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 오랜시간의 연구는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사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뇌과학자, 정재승. ‘알쓸신잡’을 비롯한 방송에서 비춰진 그의 모습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깊이있는 연구의 여정을 잘 알 수 있었다.
 
배양숙 (사)서울인문포럼 이사장 betterlife65@daum.net  
정리 = 장하니 인턴기자 chang.hany@joongang.co.kr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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