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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문구 프랜차이즈에 끄떡없는 울산 구암문구의 비밀은?

울산 구암문구 박봉준 사장이 삼산본점에서 제품 진열법을 설명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울산 구암문구 박봉준 사장이 삼산본점에서 제품 진열법을 설명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울산 구암문구에는 없는 게 없다. 누구든지 없는 걸 말하면 어느새 매장에 놓여 있다. 대형 문구회사의 프랜차이즈와 다이소 같은 생활용품 전문점의 공세에도 ‘토박이 문구점’으로 35년 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이다. 
 

35년 토박이로 울산 지킨 초졸 출신 박봉준 사장
울산에 5개 지점, 70여 명 직원 둔 기업으로 키워
12만 개 품목 구비해 사무실 등에 원스톱 지원 가능

가격보다 품질 중시, 문구점이라는 것 잊지 않아
문구점 짓느라 환경 훼손했다며 옥상에 숲 조성
울산대학교 등에 기부한 금액이 7~8억원 넘어

구암문구 본점은 울산에서 가장 번화한 남구 삼산동 현대백화점 옆 골목 7층 건물에 있다. 1~4층이 매장이다. 한 층 면적은 661㎡(200평) 정도. 지난 28일 오후 층층 마다 많은 고객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었다. 1층은 액세서리, 캐릭터 용품 같은 잡화 매장이다. 2·3·4층은 생활용품과 완구, 전문 문구, 목공·화방 용품 등을 판매한다.  
울산 남구 산산동 번화가에 있는 구암문구 본점 전경. 1~4층이 매장이고 옥상에 정원이 있다. [사진 구암문구]

울산 남구 산산동 번화가에 있는 구암문구 본점 전경. 1~4층이 매장이고 옥상에 정원이 있다. [사진 구암문구]

1층 ‘구암카페’에서 만난 박봉준(61) 사장은 “품목이 12만 개 이상으로 대형마트보다 많다”고 말했다. 가지 수가 많은 건 샤프심이나 지우개 같은 자잘한 제품이 많아서다. 
 
박 사장은 1982년 남구 신정동 시청 앞에 구암문구 1호점을 낼 때부터 품목을 꾸준하게 늘려왔다. 연필·지우개 같은 순수 문구에서 완구·사무기기·전산용품, 사무실에 필요한 생활용품까지 품목을 늘리다 보니 과자·커피믹스·통조림·양말·의자·칼·전구·가습기·나무판 등 없는게 없을 만큼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게 됐다. 없는 물건을 고객이 찾으면 반드시 구해다 준다는 게 박 사장의 신념이다. 
구암문구에서는 사무실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사진은 의자 판매 코너. 최은경 기자

구암문구에서는 사무실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사진은 의자 판매 코너. 최은경 기자

문구점에 목공 기계와 공구 제품을 둔 사연이다. 목공용 나무판 등을 찾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하나둘 들여놓은 게 목공용품 매장이 됐다고 한다. 한 식당 사장이 실리콘 호스를 구하기 어렵다고 한 뒤 4층 매장에 구비해놓은 적도 있다.
 
박 사장은 요즘 목공기계로 제품 진열대를 스스로 제작하기도 한다. 매장에서 만난 손님 조예림(25)씨는 “인터넷에 찾는 용품이 없으면 무조건 구암문구를 찾는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구암문구는 사무실에 필요한 모든 문구 물품을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문구 품목 수가 훨씬 많다”며 “문구점이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문구와 비문구 제품의 매출 비중은 7대 3 정도다.
목공용 나무판 등 목공용품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 코너를 따로 만들었다. 건물 6층에 목공기계도 들여놨다. 최은경 기자

목공용 나무판 등 목공용품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 코너를 따로 만들었다. 건물 6층에 목공기계도 들여놨다. 최은경 기자

많은 물품을 ‘저가’로 파는 건 그의 전략이 아니다. 가격은 다른 문구점과 비슷하게 책정하고 품목을 정리할 때마다 C급 제품 10%를 버리고 A급 제품 10%를 새로 들여 놓는 등 품질을 높이고 있다. 특히 도루코 칼, 시디즈 의자, 프린텍 포스트잇 같은 한 우물을 파는 국산 중소기업 제품을 선호한다. 그는 이들 제품을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한다. 박 사장은 “제품 공급업자들에게 적당히 마진을 확보해줘야 더 좋은 물건을 가져다준다”며 “20년 이상 거래하는 납품업체가 여럿”이라고 자랑했다. 
울산 구암문구 삼산본점 1층에 있는 구암카페. 결제 포인트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최은경 기자

울산 구암문구 삼산본점 1층에 있는 구암카페. 결제 포인트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최은경 기자

구암문구 삼산본점을 찾는 하루 방문객은 1200~2400명 정도다. 이보다 규모가 작지만 2~3층 건물을 갖춘 지점이 울산에만 4곳 더 있다. 전체 직원은 70여 명.
 
박 사장은 내년 북구 화봉동에 매장을 하나 더 낼 계획이다.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려 문구점 문을 닫는 업계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박 사장의 경영수완에 놀라곤 한다. 울주군 범서읍에 매장을 낸 것도 번화가에 나오기 힘들어하는 주민들을 위해서였다. 그는 “이익만 생각하면 다른 곳에 매장을 낼 수 있지만 울산시민에게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한다는 마음이 커 과감히 주민이 불편을 겪는 곳에 매장을 낸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에 이익을 환원하는 나눔경영이 구암문구의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고객을 위해 삼산본점에 결제 포인트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구암카페, 청소년 휴게실, 옥상정원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매장은 학생들의 유통업계 진로체험 장소로도 쓰인다.
 
삼산본점 옥상정원은 폐수를 재활용해 나무에 물을 대고 포도를 기르거나 새·닭이 살 수 있게 가꿔놓고, 태양열 온수기·풍력 발전기를 설치해놓았다. 문구 생산으로 훼손한 환경을 갚는다는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울산 구암문구 삼산본점 옥상에 있는 옥상정원 숲. 태양열온수기와 폐수재활용 장치 등 친환경 설비를 갖췄다. 새와 닭이 산다. 최은경 기자

울산 구암문구 삼산본점 옥상에 있는 옥상정원 숲. 태양열온수기와 폐수재활용 장치 등 친환경 설비를 갖췄다. 새와 닭이 산다. 최은경 기자

그는 울산대학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초·중·고등학교, 무료급식소, 저소득층 가정 등에 기부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부액만 총 7억~8억원을 넘는다. 매년 네팔 아동에게 문구류를 기증하기도 한다. “당연히 해야할 의무 아니냐”고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박 사장은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초등학교를 겨우 나와 부잣집에서 잔심부름을 하거나 막노동일 등을 하다 문구점 점원으로 일한 인연으로 구암문구를 창업했다. 그는 “변치 않겠다는 각오로 산 위의 바위라는 뜻의 구암(丘岩)문구로 이름 지었다”며 “최근 5년 동안 매출이 정체된 상태지만 망하기 전에는 계속 재투자하며 돌파구를 찾겠다”고 말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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