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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하만윤의 산 100배 즐기기(6) 흑심 품을 원추리는 없었지만 마음은 노고단 운해에 풍덩

기자
하만윤 사진 하만윤
노고단에서 바라본 운해. 멀리 반야봉이 구름 위에 홀로 솟아있다. [사진 하만윤]

노고단에서 바라본 운해. 멀리 반야봉이 구름 위에 홀로 솟아있다. [사진 하만윤]

 

성삼재에서 반선매표소까지 무박 2일 지리산 종주
뱀사골은 다양하고 개성있는 계곡 있어 더 매력적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 이원규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중에서
  
산을 가끔이라도 다녀본 사람 중에 지리산을 동경해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삼대째 내리 적선해야만 마주할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이나,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40km가 넘는 지리산 주 능선 구간을 완주하는 화대 종주는 누구나 꿈꾸는 로망이다.  
 
이중 화대 종주는 거리가 만만치 않아 웬만한 산악인이 아니면 하루에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 필자와 일행 역시 그랬다. 늦은 밤 출발해 다음 날까지 꼬박 종주하는 무박 2일 일정을 잡았다.  
 
밤 11시께 서울에서 출발해 전남 구례군에 있는 성삼재휴게소로 향한다. 차 두 대를 대절할 정도로 인원이 많고 등산 경험조차 제각각인 탓에 화대 종주를 두 번에 나눠 진행키로 했다. 
 
이번엔 노고단에서 반야봉을 거쳐 화개재, 뱀사골로 내려가고, 다음에 다시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넘어 장터목을 지나 세석, 벽소령을 거쳐 음정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하루에 돌파하든, 며칠에 걸쳐 완주하든 지리산 주 능선 구간을 종주하는 건 역시나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이슥한 새벽녘,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갈 길을 재촉했다. [사진 하만윤]

이슥한 새벽녘,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갈 길을 재촉했다. [사진 하만윤]

 

버스는 밤새 길을 재촉해 새벽 3시를 훌쩍 넘어 성삼재휴게소에 도착했다. 9월임에도 와 닿는 새벽바람이 찼다. 필자와 일행은 노고단 대피소를 향해 출발을 서두른다. 짙은 어둠에 혹여 이탈할세라 열을 지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인원이 적지 않으니 헤드랜턴 불빛 또한 장관이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대피소까지는 임도가 잘 나있어 걷기가 어렵지 않다. 40여 분이면 도착한다. 노고단 정상은 하루에 세 번, 출입 가능한 인원도 제한돼있으므로 국립공원관리공단 예약통합시스템(https://reservation.knps.or.kr)에서 시간 및 인원을 꼭 확인해야 헛걸음을 피할 수 있다. 
 
대피소에서 이십여 분을 쉬고 노고단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섰다. 전체 탐방시간과 일출시간을 고려한 것이었다. 노고단에서 맞는 일출은 또 얼마나 근사할 것인가.  
 
 
노고단에서 생일파티  
 
노고단 정상은 다행히 한갓졌다. 일행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준비한 간식으로 허기를 달랬다. 때마침 일행 중 생일을 맞은 이가 있어 조촐하게나마 생일파티를 열었다. 노고단 정상에서 케이크에 불을 켤 줄이야. 생일을 맞은 이는 물론이고 축하하는 일행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위풍도 당당한 노고단 정상석. [사진 하만윤]

위풍도 당당한 노고단 정상석. [사진 하만윤]

 

노고단과 반야봉, 천왕봉에는 하늘의 딸 마고할미와 지리산 수행자 반야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한다. 반야와 사랑에 빠져 천왕봉에 자리 잡고 여덟 명의 딸을 낳은 마고할미는 또 다시 수행길에 나선 반야를 기다리다 결국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다. 
 
그 때문인지 노고단과 반야봉에는 유독 운무가 잦고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마고할미의 애틋한 사랑을 구름이라도 대신 전하려는 것일까. 오늘 역시 그랬다. 구름인지, 안개인지가 밀려왔다 밀려가기를 수차례. 다들 어렵게 걸음한 것인데 일출도 운해도 보지 못하려나 싶어 아쉬움이 앞섰다. 내내 기다리다 마음을 접고 하나둘 배낭을 멨다. 그런데 바로 그때, 운해가 몰리기 시작했다. 
 
노고단 운해는 지리산 8경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장관이다. 일행은 처음 접하는 운해에 너나 할 것 없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자주 온다고 만날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니 여유를 갖고 운해를 만끽했다. 비록 흑심을 품을 원추리 꽃무리는 없어도 이미 마음은 노고단 구름바다에 풍덩 빠졌다.   
 
 
노고단에서 한 컷. 함께한 추억으르 사진으로 남긴다. [사진 하만윤]

노고단에서 한 컷. 함께한 추억으르 사진으로 남긴다. [사진 하만윤]

 

노고단 운해의 여운을 간직한 채 두 번째 목적지인 반야봉으로 출발했다. 노고단에서 반야봉까지는 비교적 쉬운 능선길이다. 반야봉은 지리산 네 번째 봉우리이나 실제로는 천왕봉 다음으로 손에 꼽히는 봉이다. 천왕봉과 함께 지리산 주 능선 양쪽 끝자락에 자리 잡고 산 전체를 든든히 받치는 봉이라 그럴 것이다.  
 
 
반야봉, 천왕봉으로 향하는 들머리, 노고단 고개. 천왕봉까지는 25.5km다. [사진 하만윤]

반야봉, 천왕봉으로 향하는 들머리, 노고단 고개. 천왕봉까지는 25.5km다. [사진 하만윤]

 

노고단 고개를 들머리로 길을 잡고, 돼지령 근처에서 아침 허기를 달랬다. 원거리 산행에서는 대개 산에서 두 끼 이상을 해결해야 하므로 간편한 행동식이라도 먹어 허기지지 않게 해야 한다.  
 
 
일행 중 누군가가 배낭을 지켜준 덕분에 조금은 쉽게 반야봉에 오를 수 있었다. [사진 하만윤]

일행 중 누군가가 배낭을 지켜준 덕분에 조금은 쉽게 반야봉에 오를 수 있었다. [사진 하만윤]

 
 
해발고도 1732m 반야봉에서 바라본 능선들은 겹겹이 농도를 달리 해 신비롭기까지 하다. [사진 하만윤]

해발고도 1732m 반야봉에서 바라본 능선들은 겹겹이 농도를 달리 해 신비롭기까지 하다. [사진 하만윤]

 

간단히 요기한 후 반야봉 입구인 노루목삼거리에 도착한 일행은 배낭을 풀어 한쪽에 가지런히 놓고 반야봉에 올랐다. 몸을 가볍게 해 반야봉에 올랐다 내려오는 시간을 줄이기 위함인데, 배낭을 지키는 누군가의 배려와 희생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반야봉을 내려오면 이제부터는 하산길이다. 삼도봉을 넘어 화개재에 이르면 힘든 구간은 끝이 나는 셈이다.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경계를 이루는 삼도봉. [사진 하만윤]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경계를 이루는 삼도봉. [사진 하만윤]

 

반선매표소까지 9km에 달하는 뱀사골 계곡은 길기도 하나, 곳곳마다 간장소, 제승대, 병풍소, 병소, 뱀소, 탁룡소 등의 다양하고 개성 있는 계곡을 품고 있어 더 매력적이다. 하산길에 접어든 일행은 조금 한갓진 계곡 옆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여름의 한 자락 끝에 시원한 계곡 옆에서 즐기는 한 잔의 커피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뱀사골계곡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세상 부러운 게 없다. [사진 하만윤]

뱀사골계곡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세상 부러운 게 없다. [사진 하만윤]

 

 
산행의 참맛이란


산행의 참맛은 기대치 않았던 멋진 풍경에만 있는 건 아니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 ‘산’을 매개로 만나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배려하며 진정한 산 동료로 거듭나는 것이야말로 산행의 묘미이자 산이 일깨우는 지혜가 아닐지. 
 
막걸리 잔 부딪히며 일행 한 명 한 명을 찬찬히 바라본다. 어느 시인의 시처럼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절교하지는 않을 이 사람들을.  
 
 
지리산 곳곳에 핀 구절초와 쑥부쟁이. 산은 이미 가을을 품었다. [사진 하만윤]

지리산 곳곳에 핀 구절초와 쑥부쟁이. 산은 이미 가을을 품었다. [사진 하만윤]

 

산행경로 : 성삼재휴게소~노고단~반야봉~삼도봉~화개재~뱀사골계곡~반선매표소
 
산행거리 : 약 22Km, 산행시간 : 약 11시간 30분
 
 
지리산 반야봉 종주 트랙 레코드. [사진 하만윤]

지리산 반야봉 종주 트랙 레코드. [사진 하만윤]

 
하만윤 7080산처럼 산행대장 roadinmt@gmail.com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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