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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의 블랙코드] 어디까지 들추려 하는가

최민우 정치부 차장

최민우 정치부 차장

김대중 정부 후반기인 2001년 11월, 소설가 이문열씨의 문학 사숙 ‘부악문원’ 앞에 몇몇 시민단체 회원이 모였다. 이들은 이씨의 소설 733권을 관 속에 넣고 운구하듯 옮기며 조시(弔詩)를 낭독하는, 이른바 ‘책 장례식’을 거행했다. ‘홍위병을 떠올리는 이유’ 등 김대중 정부를 비판하는 칼럼을 이씨가 썼기 때문이었다. 흡사 진시황의 분서갱유를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 훗날 이씨는 이렇게 회고했다. “책이 아니라 내 자식의 장례식을 하는 것 같았다. 진보정권 10년간 문화는 심하게 통제받았다. 감옥에 보내야만 억압이 아니다. 하나의 방향만 강요하는 것도 통제다.”
 
문화예술계 편파 논란은 노무현 정부에서 극심해졌다. 노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3년 1월 강내희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은 “새 정부에서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 같은 기득권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고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을 비롯한 진보 세력이 전진 배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대로 됐다.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을 필두로 민예총·문화연대 출신의 현기영 문화예술진흥원장,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철호 국립국악원장 등이 잇따라 임명됐다. 이 밖에 한국영상자료원장·문화재청장·국립민속박물관장·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 등도 진보 인사로 채웠다. 사실상 싹쓸이였다.
 
블랙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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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몰렸다. 김대중 정부 이전만 해도 예총(회원 120만 명)과 민예총(회원 10만 명)의 정부지원액은 회원 수에 비례해 통상 10배 정도 차이가 났다. 하지만 노 정부 들어와 역전돼 2006년 예총은 19억원, 민예총은 22억원을 지원받았다. 당시 지원 업무를 맡은 예술위 직원은 “눈치 빤한 거 아닌가. 심사위원을 대개 진보 성향 인사로 꾸려 그쪽에 자연스레 많이 가게끔 했다”고 토로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이명박 정부로까지 옮겨 가고 있다. 급기야 검찰은 박근혜 정부에서 관제시위를 벌였다는 뉴라이트 계열의 시민단체 10여 곳을 지난 27일 압수수색했다.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 대해서도 칼끝을 겨눈 꼴이다. 정부 지원을 받았다고 사법처리 운운하는 게 온당한 일일까. 현 정부는 과연 어디까지 들춰야 직성이 풀릴까. 자신들이 행했던 ‘편파 지원’은 진정 청산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최민우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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