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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리 칼럼] 허리케인의 교훈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근래 미국을 강타한 일련의 허리케인은 명칭과 피해, 발생 지역이 다를 뿐 전례 없는 수준의 강력한 위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첫 번째 허리케인인 하비가 지난달 말 미 남부를 휩쓸었다. 텍사스에서만 70명 이상의 사망자와 1600억 달러에 가까운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그보다 더 강력한 허리케인 어마가 카리브해와 미 플로리다주를 강타했다. 사망자 수가 10명, 재산 피해 규모는 500억 달러 이상이었다. 그리고 어마가 지나가자 이번에는 허리케인 마리아가 이곳을 다시 집어삼켰다.
 

위력 커진 허리케인의 피해 막심
재난 발생의 근본원인 인식이 우선
해수 온도 상승 대처방안 마련하고
건설허가 기준, 보험 가입 강화해야
재앙의 학습만이 재앙에 대비케 해

피해 정도를 비교하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엄청난 위력의 약탈자인 이번 허리케인 사태는 참사요, 재앙이랄밖에 달리 쓸 표현이 없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그 섬들을 나는 잘 안다. 그곳에는 지인도 꽤 산다. 그래서인지 그 많은 실종자와 유실물, 허리케인이 삼켜버린 선박과 조업 장비를 방송 화면으로 접하면서 그 비극성을 더욱 생생하게 느낀다.
 
그러나 한탄만 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불행에서 배우는 경험이 진짜 경험이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말이 언제나 옳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가 들어맞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문제 해결을 과도하게 서둘지만 않는다면, 모든 걸 이번 허리케인 발생 이전과 똑같이 돌려놓는다는 헛된 목표에만 골몰하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이라도 미래를 위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이번 허리케인 피해로 드러난 문제점을 직시하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다.
 
우선, 허리케인 발생의 근본 원인부터 따져보는 것이 자명한 수순이다. 전 지구적인 이산화탄소 과다배출과 플라스틱 쓰레기의 바다 유입으로 해수 온도가 오른 것이 가장 큰 원인일 테고, 여기에 과도한 조업 문제도 빠뜨려선 안 될 것이다. 다음으로, 이로 인한 피해의 양상이 불평등하다는 점이다. 허리케인의 피해를 본 섬마다 고급 주택과 특급 호텔이 있고, 그보다 광범위한 지역에 빈곤층 거주지가 분포되어 있다. 섬 주민들은 자신이 사거나 빌려서 살던 집, 일하던 건물이 어느 지역에 지어졌느냐에 따라 피해 정도가 극명하게 엇갈리곤 한다. 손해보험이나 생명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계층은 태풍 희생자 중에서도 더 억울할 수밖에 없다. 더 넓게 보면 이 섬들에서는 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뒷거래 또한 만연해, 건설업자들은 규정을 어기기 일쑤였다.
 
아탈리 칼럼 삽화

아탈리 칼럼 삽화

원인 분석이 끝났다면 재건 작업이 그 다음 단계다. 재건이라고 하면 전보다 더 나아진 모습이어야지, 과거의 비리가 온존하는 판박이 원상복구는 곤란하다. 우선, 현지 문화와 어울리는 미적 일관성을 추구한다는 차원에서 토지사용과 건설 허가에 대한 종전 관행에 일대 전환이 와야 한다. 난개발을 막기 위해 당국의 부동산개발 계획이 좀 더 투명해져야 한다. 경관이 뛰어난 곳에 튀는 건축물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불량자재를 쓰지 않도록 감시가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모든 재산과 자연인에 대한 필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는 이제껏 손대지 못한 정확한 인구센서스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프랑스 영토 안에서는 앞으로 그 누구도 보험 없이는 살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공공단체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이상적인 사회라면 공공단체의 책임은 공공 인프라 재건과 법적 연대 이행까지로 한정하는 것이 맞다. 마지막으로, 가스·석유·메탄 소비를 억제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대폭 감축함으로써 허리케인의 근본 원인을 줄여 나가야 한다.
 
요컨대 재앙에서 제대로 배우고 올바른 예방책을 만들 수만 있다면, 이번 허리케인은 고용을 창출하고, 성장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또한 피해를 본 섬들이 ‘예전의 그 섬들 맞나’ 싶을 정도로 건축·관광의 천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은 이번 사태의 교훈을 통해 생산·소비의 방향을 재설정할 것이다. 결국 더 바람직한 모델, 미래 세대를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모델로 향하는 것이다. 이는 비단 앤틸리스 제도뿐 아니라 근접해역 수온이 높은 여타 허리케인 취약지, 나아가 프랑스 본토에까지 당연히 해당되는 이야기다.
 
미국도 그동안 숱하게 찾아온 허리케인의 교훈을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야 했다. 지금 같은 대처를 하면서야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 허리케인은 사전 공지 없이 들이닥칠 수 있다. 재앙을 통해 배우고 재앙에 제대로 대비해야 한다.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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