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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의 시시각각] 과거 청산만 해대는 게 진짜 적폐다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

30대엔 검사가 최고, 40대엔 기재부 공무원이 최고지만 50대엔 공부 잘하는 자식 둔 아빠가 최고, 60대 이후엔 중소기업 오너가 최고란 우스갯말이 있다. 방점은 물론 60대 이후인데 이유가 그럴듯하다. 집이든 별장이든 자동차든 모든 비용을 회사에 떠안길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자택 공사에 회삿돈 30억원가량을 빼돌려 쓴 혐의로 경찰에 불려간 재벌회사 오너를 보면서 오래전 국회의원에게 들었던 농담이 생각났다.
 

적폐 내걸고 전 정부 손보기 올인
과거정부 실패경로 따라갈 뿐이다

용평이나 제주도의 최고급 휴양 시설이나 독일제 자동차를 법인 이름 아닌 자기 명의로 사거나 굴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선진국 기업이라면 아니다. 매출액이 1000억 달러나 되던 미국 엔론사는 고작 15억 달러 분식회계로 CEO가 24년4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이라면 지금쯤 원래 자리로 돌아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제계는 툭하면 정치를 욕하지만 3류 정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건 기업인들일지 모르겠다. 법이 없거나 처벌이 무른 걸 정치가 누구보다 잘 안다.
 
불필요한 규제가 너무 많고 아예 지키기 힘든 법이 넘친다는 것도 국회가 잘 알고 있다.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이 법을 꼭 지켜야 한다는 관념이 약한 걸 보면 그렇다. 19대 국회선 임기 4년간 의원직 상실자가 22명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100년간 1~2명 수준이다. 금배지 뗄 정도의 중범죄가 아니라도 장관 인사청문회를 보면 위장전입이나 다운계약서는 틀면 나오는 유행가 가락이다. 추석 연휴엔 100만 명 넘게 해외로 나갈 거라던데 면세 범위를 지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노무현 정부 때 시행된 건설산업기본법이란 게 있다. 건설회사 말단 직원이라도 뇌물을 주고받다 걸리면 해당 회사가 최장 1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도록 한 법이다. 훌륭한 입법 취지에 반대할 사람이야 누가 있겠나. 하지만 우리 건설회사 규모란 게 직원만 수천 명에 매출액은 수십조원이다. 1년 영업정지라면 회사는 문을 닫으란 얘기다. 어차피 당사자를 뇌물죄로 다스리는 마당에 굳이 회사에 연대책임을 지우는 건 장사하는 사람에게 성직자의 윤리를 요구하는 거란 불평을 샀다.
 
3류 정치가 만든 이런 적폐들로 옴짝달싹 못하는 대한민국이다. 기업 오너가 별다른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고 무소불위 권한을 행사하는 기업 풍토엔 손을 대야 한다. 거꾸로 기업을 옥죌 뿐이거나 그저 잠재적 전과자를 양산하는 데 그치는 법이라면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재벌 개혁이든 규제 철폐든 지금 국회가 한 방에 날려 버리길 바라는 건 연목구어다. 왜 그런 것인가. 정치가 자기 진영에 속한 대기업과 노조란 기득권 세력의 대변자 역할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기어이 그 길로 나서는 참이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똑같이 반복한 진영 싸움의 코스 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사정(司正) 공세엔 불이 붙고 야당 인사에 대한 수사가 잇따르고 있다. 전 정권이든 전전 정권이든 잘못한 게 있다면 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전전전 정권이든 그 전 정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다고 느끼니 당하는 MB는 "적폐 청산은 퇴행적 시도”라고 반발하는 것이다.
 
전 정권들도 통합을 말하면서 자기 진영만 바라보는 죽기 살기 식 싸움을 해 왔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 진짜 적폐를 청산하는 데 힘을 모을 수 있다. 그래야 나라가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린 모두가 알면서도 수십 년째 같은 자리다. 그러는 사이에 또다른 적폐는 차곡차곡 쌓여 간다. 지금 정권도 5년 후엔 정권을 내놔야 한다. 진짜 적폐는 도대체 언제나 청산할 건가.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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