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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법인세 역전 … 트럼프 “35 → 20%” 문 정부 “22 → 2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세제개혁 관련 연설을 마치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세제개혁 관련 연설을 마치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다국적 기업이 세계 각국에 공장이나 법인을 세우는 투자를 할 때 고려하는 것이 바로 법인세를 비롯한 세금이다. 세금 정책에 따라 기업을 유치할 수도 있고, 이 때문에 기업이 떠나기도 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다.
 

더 많은 기업 유치해 고용 확대 포석
영국은 19 → 17%로 낮출 계획
미국 개인 최고 세율도 39.6 → 35%

한국, 경기회복 더딘데 세금 올리면
세수 효과는 적고 기업 경쟁력 저하

미국도 시동을 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법인세율을 현재 35%에서 20%로 내리는 내용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직접 발표했다. 그는 “역사상 최대 감세안”이라며 “부유층에게는 혜택이 거의 돌아가지 않고, 중산층 이하 계층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번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2013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인디애나주 주지사 시절 감세정책을 했던 사례를 내세웠다. 그 결과 20만 개 일자리가 만들어져 실업률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6년 법인세를 인하한 후 10년간 3.3%의 경제성장 효과를 봤다는 것도 근거로 내놨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도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2~22일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경제장관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은 벵자멩 그리보 프랑스 재정경제부 국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현재 33.3%인 법인세율을 2022년까지 25%로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역주행

법인세 역주행

이미 아시아 최저 수준의 법인세율을 정한 홍콩은 한 걸음 더 나간다는 방침이다. 홍콩은 최근 16.5%의 단일세율이던 법인세를 누진제로 개편하면서 과세표준(과표·소득에서 공제액을 뺀 금액으로 세금을 매기는 기준) 200만 홍콩달러(약 2억9000만원) 이하의 기업에는 세율 10%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현행 19%에서 2020년까지 17%로 세율을 내릴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 2012년까지 30%를 유지하다가 계속 세율을 낮춰 올해는 23.4%까지 내렸고 이후에도 감세 기조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회사인 KPMG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 평균 법인세율은 27.5%에서 24.63%로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평균 법인세율도 같은 기간 27.67%에서 24.85%로 내려갔다.
 
법인세뿐이 아니다. ‘부자 감세’를 하는 곳도 있다. 미국은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5%로 내리기로 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주식 등 금융자산에 부과되는 보유세 대부분을 폐지하기로 했다. 최고세율이 45%에 이르는 개인소득세율도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높은 세율이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한국은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초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과표 2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법인세율 25%를 적용키로 했다. 기존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다.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적용되면 2009년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춘 이후 9년 전 수준으로 ‘환원’되는 것이다. 소득세 최고세율도 38%에서 40%로 높인다.
 
전문가들은 특히 법인세율 인상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서 ‘법인세 역주행’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미국과 프랑스 등 주요국은 자국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데 한국만 기업을 옥죄고 있다”며 “법인세 인상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기업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에 따른 세수 효과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으로 연간 2조6000억원의 세수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이 자체로도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재정소요 비용 178조원에 크게 모자랄뿐더러, 장기적으로는 기업 투자를 위축시켜 오히려 세수를 줄이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법인세 인상의 세수효과는 미미하고, 기업의 경영 의욕만 크게 떨어뜨려 투자와 고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경제활동이 위축돼 세금도 덜 걷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법인세율을 1%포인트 올리면 경제성장률은 최대 1.1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율은 올해 국회에서 최대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법인세율 인상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중소·중견기업의 법인세를 낮추자는 개정안을 발의하며 맞불을 놓았다. 과표 2억원 이하 법인에 대한 법인세율을 10%에서 7%로, 과표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법인은 20%에서 18%로 낮추자는 내용이다. 최고세율은 현재의 22%를 유지한다.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법인세 부담을 줄여 기업의 창의적인 활동을 유도해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세종=하남현·장원석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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