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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이후 기업 구조조정 주춤 … IMF 모범생 한국 ‘성장판’ 닫힌다

외환위기 20년 <하> 기업 규제 풀고 노동개혁 나서라
지난해 2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간한 ‘개발도상국과 신흥시장에서의 구조개혁과 생산성 성장’이란 보고서엔 흥미로운 내용이 실렸다. 한국의 구조개혁을 성공 사례로 제시한 것이다.

외환위기 극복 이후 중국 특수
먹고살 만하니 구조조정 뒷전
조선 중심 ‘좀비 기업’ 급속 확산

근본 원인 놔둔 채 땜질부양 반복
새 정부도 일자리 우선 ‘수술’ 미뤄
철강·자동차 등 다른 산업도 휘청

 
IMF가 분석한 구조개혁 사례는 두 번이다. 첫 번째 구조개혁은 경제 자유화와 시장 개방 등을 위해 1980년대 초반에 진행된 것으로 10년간 한국의 총요소생산성(TFP)은 연평균 3.6%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구조개혁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이뤄졌다. 외부적 충격으로 인한 강제적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그 덕에 2000~2008년 경제 전체의 총요소생산성은 다시 상승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자본 투입 증가분을 빼고 경제성장 요인의 기여도를 총합한 것으로 경제 전체의 혁신과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외환위기 20년

외환위기 20년

 
하지만 2010년대로 접어들며 한국 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1~2015년 한국의 총요소생산성은 0.97%에 불과했다. 한국 경제가 활기를 잃어가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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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외환위기 이후 원화가치가 떨어지며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며 “중국 시장이 열리며 먹고살 만해지자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외환위기발 구조조정의 약발이 떨어지며 성장률은 다시 하락했다. 구조개혁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정부와 기업은 손을 놓고 있었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성장률 하락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지 않은 채 저금리와 건설 경기 부양 등 단기적이며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만 반복했다”며 “그 결과 경쟁력 없는 기업이 정리되지 않은 채 ‘좀비 기업’으로 살아남았다”고 지적했다.
 
좀비 기업으로 불리는 한계 기업은 점점 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1736개(9.34%)에서 2015년 2359개(12.7%)로 늘었다. 한계 기업은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인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기업이다.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 외부 자금 지원 없이는 경영 정상화도 어렵다. 한계 기업이 크게 늘어난 대표 업종은 조선업계다.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 업종의 한계 기업 비중은 2011년 6.57%에서 2015년 13.87%로 늘었다.
 
일자리 줄면서 취업률 최악

일자리 줄면서 취업률 최악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를 강조하면서 구조조정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그동안 진행됐던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멈춰 서 있다”며 “임시방편으로 문제를 덮으며 정부 재원만 계속 들어가게 되면 이후 터질 수 있는 폭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자리 창출은 장기 과제이고 구조조정은 당장 해결해야 할 단기 급선무 과제인데도 현 정부는 이를 조율할 방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와 수출을 이끌었던 주력 업종이 흔들리는 것도 한국이 직면한 위기다. 조선과 철강업이 중국과의 경쟁 속에 경쟁력을 상실한 데 이어 자동차 업계도 위태로운 처지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올 1~5월 중국 내 한국 자동차 점유율은 4%로 급감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갈등이 영향을 줬지만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부족에 더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 위험한 것은 ‘반도체 착시’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한국은 올 1분기(14.7%)와 2분기(16.8%)에도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 호황 덕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분기에 45%, 2분기에는 54% 늘었다.
 
수출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도 위협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세계 시장에서 1위(수출액 기준)를 차지한 품목은 68개였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추격이 거센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미국·독일·일본 등과 1위를 두고 경쟁 중인 40여 개 품목의 점유율 격차는 5% 미만으로 나타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제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기업이 어렵다고 한다.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좀비 기업
회생 가능성이 없음에도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연명하는 기업. 되살아난 시체를 뜻하는 ‘좀비(zombie)’에 빗대 부르는 말이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00% 미만인 한계 기업이 이에 해당된다.

 
하현옥·조현숙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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