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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로컬라이프(1) 농촌살이 두렵다면 ‘점진적 귀촌’ 어때요?

'저 푸른 초원 위에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는 꿈을 꿔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빡빡한 생활을 하는 직장인에게, 답답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도시민에게, 퇴직 이후 전원생활을 꿈꾸는 은퇴자에게 로컬라이프는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자 마지막 보루다. 실제로 귀농·귀촌 인구는 해마다 늘고 있는데, 지난 한 해에만 50만명에 가까운 인구가 농촌으로 유입됐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일이 '효리네 민박(jtbc)', '삼시세끼(tvN)' 등의 TV 프로그램처럼 유쾌하지만은 않을 터. TV가 아닌 현실에서 로컬라이프는 어떤 모습일까. 지역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라온. ‘즐거운’이란 뜻의 순수 우리말이다. 충북 옥천에 위치한 라온뜰은 진연순·박용규 씨 부부의 인생 2막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즐거움이 가득한 공간이 되길 바라는 부인 진연순(57) 씨의 뜻을 담았다. 부부는 라온뜰이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사업을 한다. 서로의 취향과 능력을 반영했다. 남편 박용규(60) 씨는 ‘라온뜰 아로니아 농장’ 대표로 아로니아를 키우고, 부인 진연순 씨는 ‘라온뜰 천연염색 공방’을 운영하며 체험학습을 진행한다. 명함은 같이 쓴다. 앞뒤로 각자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충북 옥천 ‘라온뜰’, 아로니아 키우는 남편과 천연염색가 부인
10년간 도-농 오가는 생활하며 농촌에 서서히 적응


라온뜰 농촌문화 체험농장 [사진 라온뜰]

라온뜰 농촌문화 체험농장 [사진 라온뜰]

 
27년간 대전서 입시학원 운영
 
부부는 남편 박 씨가 대전에서 운영하는 학원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부인 진 씨는 이 학원의 수학 선생님이었다. 부부는 옥천에 터를 옮기기 전까지 27년간 입시학원을 운영했다. 사교육 시장은 커졌고 학원사업은 잘됐다. 많을 때는 학생이 300명까지 늘기도 했다. 하지만 입시학원을 운영하다 보니 낮에 해를 보기 힘들었다. 부인 진 씨는 늘 두통을 달고 살았다. 항상 밤늦게까지 일해야 했고 강사관리, 수업관리뿐만 아니라 학부형 상담과 아이들 성적관리까지 스트레스가 많았다. 
 
“제가 올해 예순인데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죠?(하하) 아이들에게 성적이 굉장히 민감한 일이다 보니 덩달아 항상 예민했어요. 더 빨리 노화가 찾아온 것 같아요. ” 남편 박 씨의 말이다.  
사진 왼쪽부터 아내 진연순(57) 씨와 남편 박용규(60)씨 [사진 라온뜰]

사진 왼쪽부터 아내 진연순(57) 씨와 남편 박용규(60)씨 [사진 라온뜰]

 
그럴 때면 주말에 짬을 내 시골을 찾았다. 남편 박 씨가 막연하게 꿈꾸던 귀촌을 가족들에게 설득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었다. 옥천이 고향인 박 씨는 농촌생활에 대한 동경이 있었지만, 부인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도시생활에 익숙해져 농촌 살이에 대한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다. 고향 텃밭에서 주말농장부터 시작했다. 주말마다 텃밭을 가꾸며 시골의 맛(?)을 알게 될 때쯤 고향 터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집을 지은 뒤 2004년에는 옥천으로 이사를 왔다. 옥천에서 대전으로 출퇴근하며 학원사업을 지속했다. 도시와 농촌을 오가는 귀촌생활을 하다 2013년에 학원을 폐업하고 완전히 귀촌했다. 이름 붙이자면 '점진적 귀촌'쯤이 되겠다. 
 
“처음엔 아내나 아이들이 싫어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하더라고요. 귀촌생활을 시작하면서 아내를 괴롭히던 두통도 싹 사라졌고요. 귀농한 뒤로는 한 번도 병원에 갈 일이 없었어요. 좋은 공기, 좋은 물, 좋은 바람 덕분이지 않을까요.” 부부는 이구동성으로 귀촌의 이점을 자랑했다.  
 라온뜰 농촌문화 체험농장의 모습 [사진 라온뜰]

라온뜰 농촌문화 체험농장의 모습 [사진 라온뜰]

 
'쪽빛' 매료돼 시작한 천연염색..체험학습 통해 사람들과 소통
 
처음부터 부부가 귀촌생활에 잘 적응한 것은 아니다. 완전한 귀촌을 했지만 옥천이 고향인 남편과 달리 부인 진 씨에게 동네 주민들과 어울리는 일은 또 다른 숙제였다. 귀촌 후 부인 진 씨는 지역 주민과 어울리기보다 천연염색에 몰두했다. 천연염색은 어느 날 TV에서 본 쪽빛에 매료돼 학원을 운영하는 중 취미로 시작했던 터다. 
 
“쪽빛은 하늘을 닮은 푸른빛 계열의 색인데요.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염료로 물들이면 얻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학원을 하며 틈틈이 공부한 뒤 학원을 접은 뒤엔 본격적으로 천연염색가의 길로 들어섰죠.”  
 
쪽빛으로 천연염색한 모습 [사진 라온뜰]

쪽빛으로 천연염색한 모습 [사진 라온뜰]

귀촌한 뒤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더니 몇 달 만에 동네에 집을 판다는 소문이 났다. “제가 내성적인 성격이라 처음엔 동네사람과 어울리는 게 쉽지 않았죠. 그런데 시골이 워낙 말이 많고 서로 간섭하길 좋아해요. 옆 집 숟가락이 몇 개 인지도 안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어요. 제가 천연염색한다고 집에만 있었더니 와이프가 적응 못해서 이사 간다는 소문이 난 거였어요. 이렇게 지내서는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진 씨는 지역 주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천연염색을 통한 재능기부가 떠올랐다. 집에 공방을 만들어 천연염색 체험교실을 열었다.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천연염색을 체험하며 놀다 갔다. 하나둘 동네 사람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천연염색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하자 천연염색 체험을 하겠다며 찾아오는 이들도 늘었다. 학원사업을 했던 터라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낯설지 않았고, 컴퓨터에 익숙했던 덕분에 블로그도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아이들이 천연염색을 체험하고 있다.[사진 라온뜰]

아이들이 천연염색을 체험하고 있다.[사진 라온뜰]

천연염색 체험 후 옷을 말리고 있는 모습 [사진 라온뜰]

천연염색 체험 후 옷을 말리고 있는 모습 [사진 라온뜰]

완전 귀촌을 한 뒤 본격적으로 농사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작물은 아로니아로 낙점했다. 당시 옥천군 지원 사업을 통해 아로니아 묘목 800주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 400주를 더해 총 1200주를 키우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아로니아가 생산되자 판매라는 벽에 부딪혔다. 
 
“군에서 아로니아를 지원해 줬으니 판매까지 해주는 줄 알았어요. 안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순진했던거죠.(하하) 처음에는 지인에게 그냥 나눠줬죠. 그래도 남더라고요. 그때서야 가공과 유통을 고민했죠. 아로니아 원액, 분말, 잼 등을 만들었어요. 블로그에도 올리기 시작했죠.” 
 
블로그에서 조금씩 반응이 오면서 알음알음 판매를 시작했고, 고객들을 늘려갔다. 온라인에서 판매가 되기 시작하면서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주로 SNS를 통해 온라인으로 판매가 이뤄지는데 최근에는 ‘SNS 활용 농산물 마케팅 활성화 경진’ 분야에서 상도 탔다.  
라온뜰에서 재배되고 있는 아로니아 [사진 라온뜰]

라온뜰에서 재배되고 있는 아로니아 [사진 라온뜰]

사람들이 아로니아 수확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라온뜰]

사람들이 아로니아 수확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라온뜰]

 
“시간 얽매이지 않아 만족..막연한 환상은 금물”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일은 아내 진 씨가 담당하지만 아로니아를 키우고 수확하는 일은 오롯이 남편 박 씨의 몫이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손수 키우고 수확한다. “요즘 아로니아 과잉생산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저는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개념으로 키워요. 꼼꼼하게 애정을 갖고 하죠. 덕분에 친환경 무농약 인증과 농산물 인증관리(GAP)도 받을 수 있었어요. 단골도 생겼고요. 정석대로 내 신념을 갖고 하다 보니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농촌 생활에 가장 큰 이점이 뭐냐고 물으니 ‘시간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는 했다. 
 
“사실 농사일이라는 게 끝이 없어요. 새벽부터 밤까지 해야 할 때도 있고요. 그래도 좋은 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거예요. 학원사업을 할 때는 항상 시간에 쫓기며 살았어요. 지금은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어요. 하지만 농촌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 갖고 오는 건 금물입니다. 도시 깍쟁이처럼 굴다간 왕따 당하기 십상이죠.”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아이들이 라온뜰 체험농장에서 뛰어놀고 있다. [사진 라온뜰]

아이들이 라온뜰 체험농장에서 뛰어놀고 있다. [사진 라온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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