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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용호 외무상이 밝힌 “영공 밖에서도 격추하겠다”에 숨은 코드는

북한의 군사경계수역. 동해의 군사경계수역(오른쪽 색칠 부분)은 사다리꼴처럼 생겼다. 군사경계수역 안쪽의 해역은 일종의 내해(內海)로 북한은 영해의 일부로 주장하고 있다. [자료 한국해운조합]

북한의 군사경계수역. 동해의 군사경계수역(오른쪽 색칠 부분)은 사다리꼴처럼 생겼다. 군사경계수역 안쪽의 해역은 일종의 내해(內海)로 북한은 영해의 일부로 주장하고 있다. [자료 한국해운조합]

북한의 이용호 외무상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미국이 선전포고한 이상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 계선(경계선)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구겠다”고 말했다. 이는 전시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영공 밖 국제 공역((空域)에서 미국 전략폭격기를 격추하겠다는 것으로 국제법에 어긋난다. 그래서 이 외무상이 “미국이 선전포고한 이상”이란 단서를 달았다는 게 대다수 국제법 학자들의 해석이다.
 
그런데 이 외무상의 발언에 코드가 하나 더 숨어 있다. 바로 1977년 북한이 선포한 ‘군사경계수역’이다. 군사경계수역은 영해ㆍ영공보다 더 넓다. 당시 북한군 최고사령부는 “동해에서 령해(영해)의 기산선(기선)으로부터 50마일(50해리ㆍ92.6㎞) 군사경계선구역 안 수상ㆍ수중ㆍ공중에서 외국인ㆍ외국 군용함선ㆍ외국 군용비행기들의 행동을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북한은 서해에서도 군사경계수역을 그었다.
 
해양법을 전공한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현수 교수는 “북한의 군사경계수역은 국제법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며 “이 외무상이 ‘영공 밖에서도 격추하겠다’는 언급 속에 사실상 사문화한 군사경계수역을 다시 꺼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해는 기선(基線)으로부터 12해리(22.2㎞)까지의 바다다. 북한은 동해에서 해안선을 따라 기선을 긋지 않고, 임의로 설정한 직선을 기선으로 삼았다. 그래서 군사경계수역은 지도에서 보면 사다리꼴처럼 생겼다. 영공은 영토ㆍ영해 위 상공이다. 
 
미 공군 B-1B 전략 폭격기가 지난 23일 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북한 동해상 출격을 앞두고 대기하고 있다. [미 태평양사령부]

미 공군 B-1B 전략 폭격기가 지난 23일 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북한 동해상 출격을 앞두고 대기하고 있다. [미 태평양사령부]

북한은 한국과 같은 방공식별구역(ADIZ)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허가를 받지 않은 함선이나 비행기들이 군사경계수역에 진입할 경우 격침하거나 격추하겠다고 북한은 밝혔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국제법에 따르면 다른 나라의 항공기가 방공식별구역을 무단으로 들어오더라도 바로 공격할 수는 없다”면서 “군사경계수역은 방공식별구역보다 더 공격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을 알고 있는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군사경계수역을 넘나드는 심리전을 벌였다. 군 소식통은 “지난 23일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 편대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북쪽 끝까지 가는 과정에서 군사경계수역 경계까지 다가갔다”며 “북한에 경고를 주면서 군사경계수역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알아보려는 의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B-1B는 강원도 원산 동쪽 공역을 넘어 함경남도 신포·함흥 동쪽 공역까지 날아갔다고 한다. 
 
2009년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를 선포하자 북한은 한국 상선들을 상대로 단속과 검문을 강화하겠다고 위협했다. 당시 국토해양부가 군사경계수역을 우회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해운조합에 보냈다.

2009년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를 선포하자 북한은 한국 상선들을 상대로 단속과 검문을 강화하겠다고 위협했다. 당시 국토해양부가 군사경계수역을 우회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해운조합에 보냈다.

한국은 북한의 군사경계수역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북한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해운당국은 군사경계수역을 피해 가도록 권고했다. 2015년 3월 당시 해양수산부는 “북한이 군사경계수역을 통과하는 한국 상선이 우회하도록 무선통신에서 부당하게 요구를 하고 있다”며 “북측으로부터 나포나 위해 행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동 해역을 우회운항해 달라”는 공문을 해운조합에 보냈다. 이런 협조 공문은 여러차례 있었다.
 
김현수 교수는 “우리가 군사경계수역을 사실상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면서 “안전 항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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