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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7) 추석 차례상은 송편과 햇과일이면 충분

기자
송의호 사진 송의호
어린이들이 추석 차례상에 절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어린이들이 추석 차례상에 절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풍성한 한가위가 다가오고 있다. 신문에는 ‘차례상 차리는 법’이 그림과 함께 실린다. 밥과 국에 송편이 있고 제사 때 올라오는 각종 음식이 놓인 해마다 거의 같은 상차림이다. 그래서 준비하는데 올해는 얼마가 든다는 기사까지 등장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상차림은 풍성하긴 한데 예(禮)의 정신에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 허례허식에 더 가깝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차례의 본뜻은 차 한잔 올리는 간소한 의례
푸짐하게 상 차리는 건 예의 정신에 어긋나

 
 
제사와 차례의 차이  
 
제사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 고인을 기리는 행사다. 기일(忌日)에 지내 흔히 기제사(忌祭祀)로 부른다. 의식으로 보면 가장 중심이다. 이에 비해 추석 등 명절에 올리는 제사는 차례로 부른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차 한 잔 올리는 간소한 의례라는 뜻이다. 『주자가례』를 남긴 주자(朱子)는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민속절은 옛날에는 없었다….이날에 이르면 세속의 마음이 그의 할아버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음식을 올려 제향하니 올바른 예는 아니나 정리(情理)상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다.”
 
 
경북 안동시 성곡동 유교문화 체험 테마파크 유교랜드를 찾은 어린이들이 제사상 차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경북 안동시 성곡동 유교문화 체험 테마파크 유교랜드를 찾은 어린이들이 제사상 차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래서 주자는 민속절은 작은 제사이니 두 가지 음식에 술은 한 번만 올리라는 각론을 제시했다. “차례 음식 만드느라 뼈 빠지게 일한다”는 소셜미디어(SNS)의 자조는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상차림과 관련해 이동후(79) 도산우리예절원 명예원장은 “햇곡식이 나는 추석에는 송편과 햇과일 정도면 어울린다”고 말했다. 기제사처럼 밥과 국을 올리는 건 본뜻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국세시기』에 추석은 축제일이다. 추수기에 쉬어가며 닭 잡고 술 빚어 온 동네가 취하고 배부르게 먹으면서 즐기는 날이었다. 조상 제사상 차리는 게 주된 일이 아니었다. 명절에 지내는 차례는 즐겁게 먹고 놀면서 조상에게도 인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차례상도 술과 과일‧포 정도에 송편 같은 절식 하나를 추가해 올렸다.  
 
형식은 기제사는 기일을 맞은 고인 한 분에 그치지만 명절 차례는 4대까지 모두 봉사한다. 그래서 고조할아버지를 모시는 집은 차려야 할 상이 네 상이 된다. 차례는 또 축문을 읽지 않고 잔도 한 번만 올리는 무축단헌(無祝單獻)으로 진행된다.  
 
 
명절 음식은 양 아닌 정성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이 추석을 앞두고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이 추석을 앞두고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차례는 이렇게 간략함을 근본으로 한다. 그래도 물론 경건하고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주최한 ‘내가 바꾸는 명절 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홍화씨는 “명절 음식의 양을 반으로 줄이면서 명절이 가족 모두에게 행복한 축제가 됐다”고 밝힌 적이 있다. 명절 음식을 절반만 준비하니 일손도 절반만 필요하더라는 것이다. 제사 음식은 양이 아니라 정성이다. 시속에 떼밀려 어떤 사람이 만든 음식인지도 모르고 ‘업체’가 만든 음식을 제사상에 잔뜩 올리는 건 이제 피할 일이다.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 중앙일보 객원기자 yeeho1219@naver.com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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