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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만명이 1400조, 불안한 대출공화국

외환위기 20년, 새로운 위기 대비하라
1997년 한국은 무너졌다. 당시 재계 14위 한보철강을 시작으로 삼미·기아·해태 등이 쓰러졌다. 종금사와 은행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대량 실업이 이어졌다. 무리하게 늘린 빚을 기업이 갚지 못한 게 주 요인이었다. 20년이 흘렀다. 한국은 97년의 ‘치욕’을 간직했다. 외환위기로부터 얻은 교훈을 충실히 실천하는 데 집중했다.
 
나라 곳간은 튼튼해졌다. 외환보유액은 97년 12월 말 204억 달러에서 올 8월 말 3848억 달러로 늘었다. 대외건전성 지표는 양호해졌지만 위기는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성장률은 97년 5.9%에서 지난해 2.8%로 떨어졌다. 국가채무는 60조원에서 627조원으로 늘었다. 가계부채는 211조원에서 올 2분기 1388조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신용정보원이 집계한 금융권 대출 보유자(2015년 9월 기준)는 1800만 명에 달한다. 19세 이상 성인(약 4100만 명) 중 43%가 금융권에서 빚을 냈다.
 
최근에는 북핵 위기도 더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6~27일 이틀 동안 국내 채권시장에서 3조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이탈 조짐도 보인다.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 부도 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지난 26일 0.7471%포인트까지 올라 19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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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경제위기가 다시 올 가능성이 있을까. 글로벌 금융기업에서 한국 경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하지만 97년과는 다른 문제가 한국 앞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가 대비해야 할 새로운 위험으로 ▶가계부채 ▶청년실업 ▶중국 경제 리스크 ▶산업경쟁력 약화를 꼽았다.
 
청년실업, 중국경제 불안 … 북핵 위기에 외자 이탈 우려 “성장잠재력 키울 구조개혁을” 
 
킴엥 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아시아 국가신용등급 팀장은 “외환위기 경험 덕분에 한국 정책 결정자가 은행과 기업 부채에는 익숙해졌는데, 가계부채로 인한 리스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며 “가계부채 증가는 인구 변화, 주택 공급 정책 변화와 맞물려 위험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존 워커 맥쿼리코리아 회장은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부담이 커져 부실 채권이 증가하고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실업도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 리스크로 꼽혔다. 안위타 바수 EIU(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선임 국가 애널리스트는 “대졸자의 10%만이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일자리의 87%는 중소기업에 있는데 정작 중소기업이 국가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턱없이 작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둔화’도 신경 써야 할 과제다. 바수 애널리스트는 “부채 버블이 터지면서 중국 경제가 ‘파괴적 침체’를 겪으면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지원 JP모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성장 잠재력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하고, 산업 구조개혁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영·정진우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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