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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3년 만에 제자리 이유는?…“채권단은 순진했다”

돌고 돌아 제자리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남들은 앞으로 갔다. 그러니 정확히는 뒷걸음쳤다. 
 

워크아웃 졸업 3년만에 채권단 관리 체제로
매각 실패 과정서 불거진 4대 의문점 분석

금호타이어 얘기다. 약 3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갔다. 2014년 12월 워크아웃 졸업 후, (결과적으로는) 3년을 허송세월했다. 회사를 정상화한 후 파는 과정에서 회사가 되레 망가졌다. 주인이 누가 될지를 놓고 씨름하는 사이 실적은 곤두박질쳤고, 누가 주인이 될지 불안한 노동자들은 생산 현장이 아니라 집회 마당으로 모였다.
[사진 금호타이어]

[사진 금호타이어]

 
작년 9월 새 주인 찾기에 나선 이후 지금까지 금호타이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나. 채권단이 출자전환에 쓴 돈(4600억원)의 두 배 가까운 9550억원에 팔기로 한 지난 3월의 ‘대박’ 계약(주식매매계약ㆍSPA)은 왜 결국 무산된 걸까. 매각 실패 과정에서 불거졌던 4대 의문점을 알아본다.
 
① 박 회장에게 왜 경영권 줬나
 
 왜 애초에 박삼구 회장에게 다시 경영권을 줬을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위기는 2006년 11월 대우건설 인수로 잉태됐다. 인수는 하고 싶은데 손에 쥔 돈은 없는 박 회장이 택한 방식은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를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FI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돈만 대는 이들인데, 박 회장은 이들을 유인할 목적으로 ‘풋백옵션’을 줬다. 현재 주당 약 2만6000원에 산 주식이 3년 뒤 3만1500원에 못 미치면 그 가격에 금호가 되사주겠다고 약속했다. FI로서는 손해볼 게 없는 계약이었다. 이렇게 해서 박 회장이 FI로부터 끌어들인 자금이 약 3조5000억원. 총 인수대금(약 6조원)의 절반이 넘는다.
 
 ‘신의 한수’를 던졌다고 평가한 대우건설 인수는 결국 ‘신의 패착’으로 결론났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건설 경기는 고꾸라졌고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풋백옵션을 행사할 FI들에게 돈 줄 방법이 없었다. 대우건설뿐 아니라 그룹 전체가 휘청였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

결국 그룹 계열사였던 금호타이어는 2009년 12월 워크아웃을 신청한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구조조정에 적극 협조할테니 지원을 해달라는 요구다. 이듬해 1월 채권단은 신청을 받아들여 워크아웃을 개시한다. 2009년 당시 재계 서열 8위 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쓰러지도록 뒀다가는 수많은 임직원들이 길거리로 내앉는 상황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방치할 순 없었다.
 
문제는 구조조정을 채권단 일방의 의지로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상법상 주주 역시 기업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워크아웃을 앞두고 경영권을 뺏길 위기에 처한 기업의 대주주가 할 수 있는 '돌발' 행동은 법정관리 신청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모든 채무가 동결되고 법원이 지정한 법정관리인이 기업 관리를 맡는다. 채권단이 입게 될 손실은 커진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박 회장 일가에게 제안한 방법이 타이어는 박삼구 회장이, 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이, 항공은 채권단이 경영을 맡기로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채권단 입장에서도 박 회장의 타이어업계 네트워크 및 경영 노하우를 활용할 필요도 있었다. 엄밀히 말해 금호타이어 부실이 타어어 회사 경영 자체를 잘못해서라기 보다는 대우건설 고가 인수, 이어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등에 따른 그룹 자금난으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보통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오너의 배임ㆍ횡령 등 범죄 행위가 없거나 부실의 정도가 많지 않으면 경영권을 주는 것은 워크아웃 제도의 관행이었다.
 
금호타이어 경영진과 면담하는 정동영 의원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국민의당 당권주자인 정동영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23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본사를 방문해 손봉영 글로벌생산기술본부장(부사장·왼쪽 세번째)으로부터 매각 진행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정 의원은 산업은행이 중국 더블스타를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매각을 추진중인 데 대해 "론스타와 쌍용자동차의 실패 사례를 모아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2017.8.23   areu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금호타이어 경영진과 면담하는 정동영 의원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국민의당 당권주자인 정동영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23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본사를 방문해 손봉영 글로벌생산기술본부장(부사장·왼쪽 세번째)으로부터 매각 진행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정 의원은 산업은행이 중국 더블스타를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매각을 추진중인 데 대해 "론스타와 쌍용자동차의 실패 사례를 모아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2017.8.23 areu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채권단이 박 회장과 ‘경영정상화계획 이행 약정’을 맺은 게 2010년 5월 말이다. 며칠 뒤인 6월 2일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의 첫 지방선거. 정권 차원에선 금호타이어가 빨리 정상화될 필요가 있었다. 
 
조기 정상화를 위해선 박 회장의 협조(?)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 약정에는 ‘3년 동안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경영을 계속하고 금호타이어가 정상화될 경우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당시 실무진들은 그냥 법정관리 보내버리자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박 회장의 경영권 유지는 유효한 전략이었다. 2010~2011년 1000억원대를 유지하던 영업이익은 2012~2014년엔 3년 연속 3000억원대로 늘어났다. 실적 호조에는 글로벌 타이어업계 업황 회복도 한 몫했다.
 
② 박 회장에게 왜 우선매수청구권 줬나
 
우선매수청구권은 경영권 유지와 세트로 다니는 권리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그만큼 노력하면 다시 회사를 되살 수 있는 권리(우선매수청구권)를 줄 테니 열심히 노력해서 빨리 기업을 정상화시키라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이전에도 부실 초래한 재벌 오너들에게 공적 자금 투입해서 기업 정상화한 뒤 다시 줘도 되느냐는 비판이 계속 있었지만 오너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관행적으로 우선매수권을 줬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선매수권 제도 자체의 맹점이다. 우선매수권은 조건부 권리다. 예를 들어 처음 10년 계약을 체결하면 우선매수권은 계약 체결 때 주는 게 아니다. 그때는 약정만 체결하고 권리 자체는 부여가 안 된 상태다. 권리 부여는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난 후다. 우선매수권을 가진 경영자 입자에서 보자면 권리를 받기 위해서는 실적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 열심히 경영해야 한다. 그래서 워크아웃을 졸업해야 우선매수권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려고 할 때는 실적이 좋으면 싸게 되 살 수가 없다. 이게 우선매수제의 맹점이다. 경제적 이득 측면으로만 따지면, 권리를 받기 전까지는 실적을 좋게 만들어야 하고 권리를 받고 난 후에는 실적이 나빠야 최대의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간에는 우선매수권 행사 시점에 의도적으로 기업 가치를 떨어트리는 일이 없었다”며 “그건 채권단과 경영자 간에 신뢰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어야 하는데 우선매수권 관련해 문제가 불거진 것은 채권단이 너무 순진해서였던 것 같다”며 “우선매수권 제도는 이후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심각한 표정의 이동걸 산은 회장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가운데)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은 대회의실에서 가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메모를 적고 있다. 2017.9.20   jieu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심각한 표정의 이동걸 산은 회장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가운데)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은 대회의실에서 가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메모를 적고 있다. 2017.9.20 jieu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③ 박 회장에겐 왜 컨소시엄을 못 만들게 했나
 
애초 지난 3월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와 맺은 주식매매계약(SPA)에 대해 박 회장이 문제제기를 했던 부분은 컨소시엄(여러 주체가 연합해 공동으로 회사를 인수하는 것) 허용 여부다.
 
당시 박 회장은 “더블스타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사는데 왜 우리(박 회장)는 컨소시엄 구성을 못 하게 하느냐”며 채권단에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물론 박 회장이 가진 우선매수권에는 ‘전속적 권리’라는 부분이 명시돼 있다. 우선매수권이 박 회장과 그의 아들 개인에게만 국한된 권리라는 의미다.  
 
계약상 그렇기는 하지만 언뜻 보기에는 형평성에 어긋나 보인다. 박 회장 입장에선 충분히 억울할 것 같은 부분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그러나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을 허용했다면 아예 매각 입찰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매수권은 절대적으로 우월한 권리다. 입찰이 끝나 최고가를 써 낸 곳과 같은 가격만 내면 무조건 기업을 살 수 있다. 이런 우선매수권을 가진 사람에게 컨소시엄을 허용하면 다른 곳은 매각 입찰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 사고 싶다면 우선매수권자의 컨소시엄에 들어가면 된다. 무조건 우선매수권자가 가져가는 입찰에 들러리 설 이유가 없다.
 
채권단 관계자는 “박 회장이 정말 금호타이어를 되사고 싶었다면 차라리 SPA 발표 후 우리(채권단)를 형평성 시비를 걸며 비난하기 전에 더블스타 컨소시엄에 들어가는 방안을 고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④ 상표권은 왜 사전에 합의 안 했나
 
금호타이어 상표권은 보통의 경우와는 좀 다르다. 대개 팔리는 기업의 상표 사용권은 팔리는 기업에 존속돼 있다. 그런데 금호타이어의 상표권은 제3자인 금호산업이 가진 권리다. SPA와는 별개로 처리해야 할 문제다.  
 
채권단 관계자는 “SPA 체결 전에 박 회장 쪽과 상표권 합의를 하자고 했으면 그때 0.5% 요율로 20년 의무 사용과 같은 무리한 요구를 했을 것”이라며 “당시 상표권 문제는 일단 계약을 진행하면서 협상을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채권단은 매각 성사를 위해 금호산업(박 회장 측)이 요구하는 상표권 요건 충족에 따른 비용 1550억원을 모두 보전해 주기로 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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