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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35 히말라야 넘어 신비의 도시 ‘레’로

인도의 8월은 하늘이 뚫린 듯 비가 내리는 우기에요. 하필이면 이런 시기에 인도에 방문하게 된 이유는 딱 하나! 여름에만 육로가 열리는 라다크 지역에 가기 위해서입니다. 인도의 땅덩이는 워낙 크기 때문에 기후도 지역마다 다양해요. 대부분의 지역은 8월이 우기이지만 북부 지역은 이때가 여행하기 딱 좋아요. 오래전부터 우리 부부의 버킷리스트에 있었던 인도의 라다크 지역. 이번 여름에는 꼭 가보고 싶어서 무작정 인도로 달려왔어요.
잼쏭부부의 버킷리스트 였던 인도 라다크.

잼쏭부부의 버킷리스트 였던 인도 라다크.


인도의 수도 델리에서 라다크의 레(Leh)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요. 비행기로 가거나 육로로 가거나. 항공편은 연중 이용할 수 있지만 육로여행은 조금 특별해요. 레로 넘어가는 길은 해발 5000m가 넘는 히말라야 고지대를 지나기 때문에 눈이 녹는 6월 중순부터 9월까지만 도로가 열리거든요. 공항이 없던 과거에는 이 시기를 놓치면 외부로부터 고립되는 신비로운 도시이기도 했어요. 

6~9월에만 육로 열리는 동토의 땅
5000m 깔딱고개 넘어야 갈 수 있어
버스는 여자 할인 제도 있어
현지인도 사랑하는 인도 속 이국

빠른 비행기도 좋지만, 마날리~레 구간의 육로 풍경이 아름답다는 소문을 들어서 육로로 이동하기로 했어요. 델리에서 마날리까지는 540km, 마날리에서 레까지는 475km 떨어져 있어요. ‘서울에서 부산 정도의 거리니까 5시간 정도 걸리겠군!’ 이런 계산을 하면 낭패에요. 마날리~레 구간은 히말라야의 산자락을 굽이굽이 넘어가기 때문에 20시간이 넘게 걸리는 대장정이거든요. 몇몇 여행자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지프를 빌려 하루에 가기도 해요. 하지만 안전 여행을 위해서는 킬롱 마을에서 묵으며 이틀에 나눠서 가는 게 일반적이에요.
마날리에서 레로 향하는 도로의 들쑥날쑥한 해발고도표.

마날리에서 레로 향하는 도로의 들쑥날쑥한 해발고도표.

육로가 열리는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8월 초 마날리로 넘어왔어요. 하지만 마날리의 매력에 빠져 3주가 훌쩍 지나고, 또 미지의 여행지였던 스피티 밸리로 여행을 2주 다녀오니 어느덧 달력은 9월 중순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여차하면 곧 길이 닫히겠구나’ 하는 다급한 마음에 어서 교통편을 알아봤죠. 레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저렴한 버스를 타기로 했어요. 관광청에서 운영하는 여행자 버스는 1박 2일 숙박 포함 2900루피. 하지만 버스를 타면 숙박비를 포함하더라도 1000루피면 갈 수 있거든요. 
마날리 터미널 풍경.

마날리 터미널 풍경.

1일차 킬롱 가는 시내버스
마날리에서 중간 마을인 킬롱까지 가는 버스는 하루에 5~6대 운행해요. 오전 5시부터 오전 10시30분까지 버스가 있으니 시간에 맞춰 타고 버스 안에서 티켓을 사면 돼요. (2017년 9월 기준) 뉴마날리 터미널에 도착해서 “킬롱?”하며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한 낡은 버스를 가리켰어요. 원래 아랫마을인 쿨루에서 오는 버스로 알고 있었는데 몇 버스는 마날리 터미널에서 출발하기도 하나봐요. 대기하던 버스에 올라타니 승무원 아저씨가 티켓을 끊어 줘요. 남자는 173루피, 여자는 131루피. 이 지역(히마찰 프라데시) 버스는 대부분 25% 여성 할인(Woman Concession)이 있으니 항상 티켓 끊을 땐 여자라고 말하면 작은 돈이나마 할인 받을 수 있어요. 
마날리에서 탄 버스 내부.

마날리에서 탄 버스 내부.

좁은 도로를 가로질러 가는 양떼.

좁은 도로를 가로질러 가는 양떼.

첫날 일정은 수월했어요. 비록 도로가 좁긴 했지만 3980m의 로탕 패스(Rotang Pass)를 지나 약 5시간만 이동하면 되거든요. 한국에서 5시간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꽤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인도에서는 워낙 땅이 넓다보니 옆 동네 가는 정도의 시간으로 느껴져요. 도로도 대부분 포장되어 있어 승차감도 나쁘지 않았어요. 물론 경치도 아름다웠고요. 오전 9시30분에 마날리에서 출발해 오후 2시30분에 킬롱 마을에 도착했어요. 그저 중간 쉼터 정도의 마을이라고 생각했던 킬롱은 너무 아름다운 마을이었어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동서남북으로 보이는 설산에 입이 벌어졌어요. 대신 설산에 둘러싸여 있는 마을이니 만큼 마날리보다 훨씬 쌀쌀한 기온이었어요. 으슬으슬 떨며 터미널 앞의 한 숙소로 들어갔어요. 시즌 막바지이다 보니 흥정이 가능해서 600루피에 더블룸을 잡을 수 있었어요.
로탕패스 3980m로 넘어가는 꼬부랑길.

로탕패스 3980m로 넘어가는 꼬부랑길.

중간 정착지 킬롱.

중간 정착지 킬롱.

이제부터가 진정한 레로 떠나는 여정의 시작이에요. 킬롱에서 레로 가는 버스는 오전 5시에 출발해서 오후 7시에 도착하는, 장장 14시간에 거친 대장정이에요. 버스는 하루에 단 한 대 있기 때문에 전날 미리 좌석을 예약해 두는 게 좋아요. 다음 날 오전 4시에 일어나 터미널로 나가니 다행히 레로 가는 버스가 대기 중이었어요. 이른 시간에도 터미널 매점이 손님을 맞고 있었어요. 매점에서 따뜻하게 짜이(밀크티) 한 잔을 마시고 버스에 올라 탔어요. 35인승 버스인데 인기 노선인지 이른 아침인데도 남은 자리 없이 모든 좌석이 가득 찼어요. 하마터면 못 탈 뻔했어요.
새벽 5시에 킬롱에서 레로 떠나는 버스.

새벽 5시에 킬롱에서 레로 떠나는 버스.

버스에서 1인 540루피에 티켓을 끊고, 레로 향하는 여정은 추위 속에 시작됐어요. 인도 히말라야 산자락의 새벽은 정말 추웠어요. 버스에 타기 전 터미널에서 밤새 노숙하던 사람도 있던데, 이 추위에서 어떻게 잤을지 의문이에요. 금세 칠흑 같은 어둠이 걷히고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였어요.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9월에 맞이하는 첫눈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첫눈에 기쁨도 잠시,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고 몸은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했어요. 어쨌든 추워도 눈으로 길이 막히기 전에 레로 넘어갈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고개를 넘으니 눈은 멎고, 다음 마을 사추(Sarchu)에서 아침 식사 시간을 가졌어요. 천막으로 만들어진 아늑한 식당에서 따뜻한 차 한잔과 오믈렛을 먹으니 몸이 스르르 녹았어요.  
히말라야의 완연한 가을.

히말라야의 완연한 가을.

첫번째 고개에서 내리기 시작한 첫 눈.

첫번째 고개에서 내리기 시작한 첫 눈.

몸을 따뜻하게 해줬던 아침식사 장소.

몸을 따뜻하게 해줬던 아침식사 장소.

라다크는 ‘트랜스 히말라야(Trans Himalaya)’에 속하해요. 해발 8000m의 하얀 히말라야의 끝자락에 이어진 해발 2500~4500m 지대의 산맥을 말해요. 만년설은 많이 없지만 단층이 표면으로 그대로 드러나 남성적인 웅장한 산악지형을 볼 수 있어요. 레로 가는 길은 이 트랜스 히말라야의 중심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경치가 매우 아름다워요. 10시간이 넘는 긴 여정이라 힘들 만도 한데 고개를 넘을 때마다 변하는 지형과 아름다운 풍경에 카메라는 쉴 틈 없이 찰칵거렸어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데 갑자기 머리가 띵 하고 아팠어요. 지도를 확인해보니 두 번째 고개 근처인 것 같아요. 두 번째 고개는 5000m가 넘어서 고산병 증세가 온 것 같아요. 다행히 2주간 4000m 지대의 스피티 밸리에서 지내다 와서인지, 증세는 곧 완화됐어요. 버스 안의 사람들도 긴 여정과 고산증세에 조금씩 지쳐가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1.5차선의 산허리를 굽이굽이 두른 길을 달려, 출발한 지 10시간30분째. 마지막 고개인 타그랑라(Taglang La)에 도착했어요. 타그랑라는 해발 5328m의 고개로 세계에서 2번째로 높은 길이자, 레로 가는 여정 중 가장 높은 지점이에요.
트랜스 히말라야의 풍경.

트랜스 히말라야의 풍경.

버스에서의 10시간 째엔 다들 이런 모습.

버스에서의 10시간 째엔 다들 이런 모습.

드디어 마지막 고개, 타그랑라.

드디어 마지막 고개, 타그랑라.

타그랑라를 지나 1800m의 꼬부랑 내리막길을 내려와 레에 도착했어요. 레에 도착하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었어요. 5년 동안 꼭 와보고 싶었던 미지의 도시, 레! 하지만 생각 외로 레는 너무도 붐볐어요. 9월이라서 조금은 한산할 줄 알았는데 현지 관광객들이 정말 많았어요. 『오래된 미래』에서 읽었던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공동체의 모습은 잃어버린 지 오래인 것 같아요. 레는 이미 인도 대표적인 관광도시로 탈바꿈한 모습이에요. 인도에 있지만 문화는 티베트에 가까운 특별한 도시 레. 레에서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 들려드릴게요.  
레로 가는 내리막 길.

레로 가는 내리막 길.

레 버스터미널.

레 버스터미널.

붐비는 레. 교통체증도 이렇게 심해요.

붐비는 레. 교통체증도 이렇게 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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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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