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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 “보신주의에 물든 관료, 친노조 경향 강한 새 정부에 과잉 충성”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와 파리바게뜨 로고[사진 주진형, 파리바게뜨 페이스북]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와 파리바게뜨 로고[사진 주진형, 파리바게뜨 페이스북]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파리바게뜨에 5000명이 넘는 제빵사를 25일 안에 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 요구를 비판했다.

 
 주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에 고용부가 발표를 하면서 당장 한달 안에 5천여명의 제빵사를 파리바게뜨가 직접 고용하라고 한 것은 분명 지나친 처사다. 보신주의에 물든 관료들이 친노조 경향이 강한 새로운 정부에게 잘 보이려고 과잉 충성경쟁을 한 것은 아닌가 싶다”고 적었다.
26일 오전 서울 양재동 파리바게트 본사 앞에서 '직접고용과 체불임금 해결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서울 양재동 파리바게트 본사 앞에서 '직접고용과 체불임금 해결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고용부만의 힘으로는 퇴로가 안 보인다. 다행히 공문을 발송하지 않았단다. 만약 파리바게뜨가 가처분 소송을 걸면 일이 매우 복잡해진다. 모두가 패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사를 직접 고용해 파견하더라도 이번 문제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본사는 수천 곳에 퍼져 있는 개별 제빵사를 중앙에서 관리 감독해야 한다. 누가 일을 제대로 하는지 관리하느라 감독하는데 드는 노력을 감내하기 어렵다. 또,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즉각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가게가 즉각 무너진다. 이건 한국처럼 저성과자 해고가 불가능한 노동규제 환경에선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운데)가 27일 오후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고용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운데)가 27일 오후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고용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파리바게뜨의 판매 방식을 “한마디로 갓 구은 방부제 빵을 비싼 인테리어를 한 가게에서 파는 사업이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한국 시장에서 잘 먹힌다는 점이다. 내 생각엔 한국 소비자가 빵맛에 덜 예민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실 긴급 현안 간담회 '파리바게뜨 직접 고용이 해답인가' 에서 파리바게뜨 한 가맹점주가 정형우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가운데)에게 질문하고 있다.[연합뉴스]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실 긴급 현안 간담회 '파리바게뜨 직접 고용이 해답인가' 에서 파리바게뜨 한 가맹점주가 정형우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가운데)에게 질문하고 있다.[연합뉴스]

 
 주진형 전 대표는 대선 기간인 올해 4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경제, 알아야 바꾼다』는 책을 냈다. 지난 5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해 “삼성합병 찬성한 박근혜 발언은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다음은 주 전 대표가 올린 페이스북 글 전문
 파리바게뜨 감독 결과를 발표하면서 5,000명이 넘는 제빵사를 한달 안에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했던 고용노동부가 세간의 비판을 의식하고 약간 뒤로 빼는 것 같다. 시정명령 공문을 아직 발송하지 않았으며, 본사, 협력업체, 가맹점주협의회가 어떤 상생안을 갖고 오는지를 봐서 다음 조치를 검토하겠단다.
 
나는 과거부터 파리바게뜨 같은 사업 방식을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원래 빵을 만드는 사업은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적당하지 않다. 우선 빵은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이다. 또 맥도날드 햄버거 뒤집는 것과는 다르다. 제빵 기술은 고숙련 노동이다. 서양에서 제빵업계는 빵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컴컴한 새벽 세네시에 일어나 만들어 아침부터 갓 구은 빵을 제공하는 동네 빵집 사업과 공장에서 만든 빵을 슈퍼마켓에 공급하는 사업으로 이분회되어 있다. 전자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갓 구은 빵이지만 비싸다. 후자는 방부제가 불가피하지만 값이 저렴하다.
 
그런데 파리바게뜨는 그 중간을 찾아냈다. 제빵 기술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동네에 빵집을 열어 갓 구은 듯한 빵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업 방식을 만들어냈다. 상당수 제품은 공장 완제품을 팔지만 일부는 공장에서 만든 속성 발효를 거친 반가공 재료를 냉동해 운반한 후 이를 현지 가게에서 구워 제공한다. 제빵사가 주인인 개인 빵집에 비해 기술 수준이 낮은 사람을 훈련시켜서 고용한다.
 
하지만 방부제가 들어간 빵이란 약점은 피할 수 없다. 한마디로 갓 구은 방부제 빵을 비싼 인티리어를 한 가게에서 파는 사업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한국 시장에서 잘 먹힌다는 점이다. 내 생각엔 한국 소비자가 빵맛에 덜 예민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만약 소비자들이 방부제를 쓰지 않고, 좋은 밀가루를 써서, 설탕을 과도하게 쓰지 않고, 시간을 들여 자연 발효를 해서, 갓 구워 만든 빵의 맛에 민감하다면 불가능한 사업이다. 구입한 후 한달이 되도 곰팡이가 슬지 않는 빵을 동네 가게에서 비싸게 사서 먹는다는 것에 반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지면 장사가 유지되기 어렵다.
 
이 사업 방식의 또 다른 약점은 현장 가게 주인이 제빵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자기 업의 핵심 업무를 담당한 사람을 어떻게 뽑을지, 무엇을 가르칠 지, 무엇을 시킬지, 어떻게 감독할지 등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주인인 사업은 근본적으로 취약하다. 게다가 이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사를 직접 고용해서 파견하더라도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다. 본사는 수천 곳에 퍼져 있는 개별 제빵사를 중앙에서 관리 감독해야 한다. 누가 일을 제대로 하는지 관리하느라 감독하는데 드는 노력을 감내하기 어렵다. 또,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즉각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가게가 즉각 무너진다. 이건 한국처럼 저성과자 해고가 불가능한 노동규제 환경에선 치명적일 수 있다.
 
파리바게뜨는 이를 협력사 간접 고용 파견으로 해결해왔다. 제빵기사를 선발하고 훈련하고 평가하는 업무를 협력사가 맡았다지만 고객에게 균일한 질의 제품을 제공하야 하는 본사 입장에서 그들을 감독하지 않을 수 없다. 파리바게뜨 출신 사람들이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것을 갖고 뭔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낼 수도 있으나 꼭 그것이 뒷거래가 관여된 불공정 거래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수많은 제빵사를 관리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파견 허용 업종이 아닌데 파견을 한 셈이긴 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직접 피해를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불확실하다. 파리바게뜨 협력사는 자기 제빵사에게 업계 임금 수준에 비해 특별히 낮은 임금을 지불하 않았다. 동네 가맹점 주인들도 협력사가 보내는 제빵사를 쓰면서 내는 돈에 대해 특별히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각 불만은 있겠지만 모두들 그런대로 그럭저럭 먹고 사는 상태였다. 동네 빵집이 망한다는 소리가 있지만 그것은 고용부 소관이 아니었다. 그래서 고용부가 이를 용인해왔어도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번에 고용부가 발표를 하면서 당장 한달 안에 5천여명의 제빵사를 파리바게뜨가 직접 고용하라고 한 것은 분명 지나친 처사다. 보신주의에 물든 관료들이 친노조 경향이 강한 새로운 정부에게 잘 보이려고 과잉 충성경쟁을 한 것은 아닌가 싶다. 사업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을 요구했다. 한달 안에 처리하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누가 보기에도 무책임한 행정이다. 21일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는 기세를 올렸을지 모르지만 곧바로 행정 만능주의, 또는 행정 편의주의적인 일처리라는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아마도 당황했을 것이다. 퇴로가 필요하다. 자칫하면 일이 커진다.
 
고용부만의 힘으로는 퇴로가 안 보인다. 다행히 공문을 발송하지 않았단다. 이제와서 자기들이 신중해서 그런 것처럼 말하지만 원래 공문은 나중에 보내는 것이다. 보기에 따라선 공문도 발송하지 않을 거면서 그런 무리한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또 무슨 짓인가 싶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만약 파리바게뜨가 가처분 소송을 걸면 일이 매우 복잡해진다. 모두가 패자가 될 수 있다.
 
지나침은 부족한 것만하지 못하다는 경구가 이번처럼 잘 들어 맞기도 쉽지 않다. 이번 일을 통해서 정부가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으면 좋겠다. 밖에서 비판하던 것과 자기가 그 일을 맡는 것은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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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