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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에 번지는 '단톡방 다이어트'…조례, 선언에 ‘퇴근 후 카톡 지시 금지’ 잇따라

퇴근 후 카톡 지시가 직장인들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을 안긴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공직 사회에서 '퇴근 후 카톡 지시 금지'가 확산되고 있다. [중앙일보 DB]

퇴근 후 카톡 지시가 직장인들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을 안긴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공직 사회에서 '퇴근 후 카톡 지시 금지'가 확산되고 있다. [중앙일보 DB]

 
서울시 A과장의 별명은 ‘그리고’였다. 업무 지시를 받고 돌아서는 부하 직원에게 “아, 그리고….”란 말로 시작해 또 다른 업무를 맡겼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업무 스타일은 퇴근 후 카카오톡(카톡) 지시로도 이어졌다. 
 
‘제출한 자료에서 이 용어는 무슨 뜻인가요?’, ‘내일 오전까지 추가 자료를 만들어주세요’하는 메시지를 수시로 남겼다. 담당자가 아니여도 누군가 빨리 답변해주길 원해서인지 주로 단체 카톡방(단톡방)을 이용했다.
 
하지만 요즘 그의 카톡방 ‘출연’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업무 시간 후엔 처리가 시급한 업무만 담당자의 개인 카톡으로 연락을 하고 있다. A과장은 “‘내일까지 어떻게 기다리나’하는 조바심에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가, ‘지금 이 카톡을 꼭 보내야 하는가?’라고 자문하면서 참는 연습을 하고 있다. 대신 지시 사항을 메모해 뒀다가 다음날 업무 시간에 전달한다”고 말했다.
 
A과장의 ‘카톡 지시’가 줄어든 건 지난 21일부터 서울시에서 적용되고 있는 ‘퇴근 후 카톡 업무 지시 금지’ 조례에 영향을 받았다. 서울시 조례·규칙심의위원회는 ‘서울시 지방공무원 복무조례’ 개정안을 지난 19일 의결했다. 앞서 지난 18일 서울시의 한 7급 공무원이 격무를 호소하며 자택에서 투신자살한 일도 이같은 변화의 원인 중 하나다.  
 
조례에 강제성이나 처벌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조례의 내용은 ‘근무 시간 이외에 카톡이나 문자메시지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업무 지시를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된 것이 전부다. 김권기 서울시 인사과장은 “서울시청 전 부서에 이를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민간 부문의 개선을 유도하는 데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례 시행 일주일 째, 서울시 B주무관도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퇴근 후 상사로부터 오던 카톡 횟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답이 몇 분만 늦어져도 “숫자 ‘1’이 사라졌는데, 왜 답을 안하느냐”고 재촉하던 상사였다. B 주무관은 “예전엔 모처럼 정시 퇴근해 남편과 영화관에 갔는데, 상사가 계속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해와 서러운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의 ‘퇴근 후 카톡 업무 지시’ 금지 정책> 
 
  서울시  ‘퇴근 후 카톡 지시 금지’ 조례 시행  
  서초구   ‘근무 외 시간, 업무용 소셜미디어 자제’ 결의문 채택 
  행정안전부  김부겸 장관, 워크숍에서 “근무 외 시간, 휴대전화 메신저로 업무 지시 금지”      
  경기 광명시 퇴근 후 소셜미디어 이용 업무 지시 금지하는 ‘직원 인권보장’ 선언      

‘퇴근 후 카톡 금지’는 공직사회에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서초구는 ‘평일 오후 7시 이후와 주말·공휴일에 업무용 소셜미디어를 자제하자’는 실천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민우 서초구 감사담당관은 “퇴근 후나 휴일에 족쇄가 되는 ‘불필요한 단톡방부터 없앨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의 C 주무관은 “특히 단톡방이 문제였다. 퇴근 후 단톡방에 업무 지시가 뜨면 확인이나 답변을 먼저 하지 않기 위한 보이지 않는 눈치 싸움이 시작된다”면서 “최근엔 단톡방 개수를 줄이는 ‘단톡방 다이어트’가 부서마다 캠페인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시도 지난 7월 ‘퇴근 후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업무 지시를 금지하자’는 내용이 담긴 ‘직원 인권보장’ 선언을 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달 초 근무 외 시간에 휴대전화 메신저 등을 활용한 업무지시 행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례와 선언 등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 한 주무관은 “조례가 시행된 이후에도 밤 9시 퇴근길에 ‘내일 아침까지 이것 좀 알아보라’는 카톡 지시를 받았다”면서“과도한 업무량과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빨리 빨리’ 문화 먼저 뜯어 고쳐야한다”고 말했다.  
 
업무 효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의 D과장은 “퇴근 후 업무 연락이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지시 전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면 업무 처리가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서울시의 E국장은 “여러 직원들이 먼저 ‘빨리 보고하고 끝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퇴근 후에 ‘카톡 보고’를 하곤 한다. 나도 고달프지만,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업무 시간 외 카톡 지시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은 이른바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을 지난 8월 대표 발의했다. 상당수 직장인들이 카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업무 시간 외 지시를 받고 있는 현실이 반영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6일 성인 38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8.1%가 ‘업무 시간 이외의 시간에 모바일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답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직사회의 변화 노력이 일반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전체 구성원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보여주기 식’ 제도에 그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퇴근 후 카톡 지시를 일률적으로 ‘하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이럴 땐 ‘해도 된다’는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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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