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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로, 러시아로…김정은 산소호흡기 러시아로 향하나, 1960년대 중소 등거리 외교 재현?

북한과 미국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북한의 외교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용호 외무상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72회 유엔 총회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말 폭탄’을 날리고 25일 귀국행 비행기를 탄 직후 북한 6자회담 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이 러시아를 찾았다. 25일 평양을 떠난 최선희는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 26일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그의 러시아행은 북·미 간에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거리다. 특히 대미 정책 실무책임자인 미국 국장이 러시아를 찾았다는 것도 이례적이다. 지난 18일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찾았던 그가 일주일 만에 모스크바로 이동한 건 양국 간 뭔가 긴박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의 초청에 따라 최선희가 움직인 것으로 안다”며 “러시아에서는 6자회담 차석대표인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순회대사와 만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선희는 도착 직후 “(러시아와)협상하러 왔다”고 밝혔다.
최선희 북한 미국국장이 26일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에 도착해 청사를 빠져 나오고 있다. 그는 구체적인 안건은 밝히지 않은 채 "(러시아와)협상사러 왔다"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미국국장이 26일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에 도착해 청사를 빠져 나오고 있다. 그는 구체적인 안건은 밝히지 않은 채 "(러시아와)협상사러 왔다"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①산소호흡기 러시아로 향하나= 북한이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한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원유공급량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결의 2375호를 채택했다. 이어 멕시코 등이 북한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추방하는가 하면 베트남과 대만 등이 북한과의 무역거래를 축소하거나 단절키로 했다. 여기에 미국은 원산 앞 공역에 B-1B 전략폭격기와 F-15C 전투기를 보내 무력시위를 펼친 데 이어 26일(현지시간) 북한의 은행 8곳 등을 제재했다. 국제사회의 경제적 옥죄기와 외교적 고립, 군사적 위협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영원한 우방이자 후견인으로 여겼던 중국마저 제재에 동참하는 분위기에 나서자 북한이 러시아를 돌파구로 삼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선희의 러시아 관계자 접촉 뿐만 아니라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들이 지난 22~23일 백두산을 찾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극동지역 방문 15주년 행사를 하는 등 양국의 거리는 어느때 보다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중국과 관계가 좋지 않을 때 러시아에 손을 뻗치는 줄타기 외교에 나선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체제연구실장은 “옛 소련에 의지하던 북한이 6·25전쟁을 겪으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고, 1960년 중반 중소 분쟁 당시 다시 옛 소련에 손을 뻗치는 줄타기 외교를 한 적이 있다”며 “최근에 다시 중국에서 러시아로 방향을 선회해 정치 군사적으로 중국 대신 자신들의 후원을 기대하는 일종의 헤징(hedging·줄타기)외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②출구전략 모색?= 미국 담당국장의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북한 핵문제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실장은 “러시아가 최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3단계 해법을 제시했다”며 “최선희는 부르미스트로프 대사의 7월 방북에 대한 답방 성격도 있어 이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에서 최선희의 카운터파트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러시아 차석대표라는 점도 이같은 분석해 힘을 싣고 있다. 러시아가 제안한 3단계 로드맵은 북한이 추가적인 핵·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핵과 미사일의 비확산을 공약하면 한·미 양국도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조치를 1단계에서 취하도록 하고 있다. 또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2단계 조치를 거쳐 다자협정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지역 안보체제 등을 논의하는 단계별 접근법이다.  
최근 북·미 간에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역시 대내외적으로 결사 항전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이 쉽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선 중재자가 필요한데,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통한 협의가 가능한 푸틴 대통령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한반도에서 영향력 확대를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중재자 또는 출구전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의 압박에 견디기 위해서든, 긴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든 기존 버팀목을 중국에서 러시아로 옮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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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