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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대박났다” NFL과의 전쟁 즐기는 트럼프

“NFL은 모든 규정과 규칙을 갖고 있다. 그들에게 유일한 출구는 국가가 연주될 때 무릎을 꿇을 수 없게 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린 트윗글이다. 이날 오전 중에 트럼프가 올린 트윗 6건 중 4건은 미국프로풋볼(NFL)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하루 전 날인 25일에도 그가 작성한 트윗글 12건 중 7건이 NFL에 대한 것이었다. 
북한 이용호 외무상이 뉴욕을 떠나면서 “트럼프가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 미국의 전폭기를 격추할 권리가 있다”고 폭탄선언을 한 날이었는데도 말이다. 
 
트럼프의 NFL 비난과 그에 대한 선수들의 반발이 언론 전면에 등장한 게 지난 22일. 대체 왜 트럼프는 국내외 산적한 문제 대신 NFL과의 다툼에 몰두하고 있는 걸까.  
25일 열린 경기에서 선수들과 함께 무릎을 꿇은 NFL 댈러스 카우보이의 구단주 제리 존스(가운데). 그러나 댈러스 선수들은 국가가 연주되기 전에 무릎을 꿇었다. [AP=연합뉴스]

25일 열린 경기에서 선수들과 함께 무릎을 꿇은 NFL 댈러스 카우보이의 구단주 제리 존스(가운데). 그러나 댈러스 선수들은 국가가 연주되기 전에 무릎을 꿇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닷새째 NFL 맹비난
22일 트럼프는 앨라배마주에서 열린 상원의원 선거 유세에 참석했다. 그는 공화당 후보 지지연설 중 난데없이 NFL 선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성조기를 존중하지 않는 선수에게 ‘저 개자식(son of a bitch)을 당장 끌어내. 해고야!’라고 말할 수 있는 NFL 구단주를 보고 싶지 않은가”
연설에서 밝히진 않았지만, 미 언론들은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이었던 콜린 캐퍼닉이 트럼프 대통령이 ‘개자식’으로 지목한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캐퍼닉은 지난해 8월 경기 중 국가가 연주될 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의 총격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이 미 전역에서 연이어 발생할 때였다. 당시 그는 인터뷰에서 “나는 흑인이나 유색인종을 억압하는 나라에 자긍심을 보여주기 위해 일어서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남부 백인의 상징팀 댈러스도 무릎꿇기
이후 일부 NFL 선수들이 무릎꿇기에 동참했다. 지난달 웨스트버니지아주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사태 후엔 인종차별이 미국 사회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여기에 트럼프가 비속어를 섞은 ‘막말’로 불을 지른 셈이다.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어스의 쿼터백이었던 콜린 캐퍼닉. [AP=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어스의 쿼터백이었던 콜린 캐퍼닉. [AP=연합뉴스]

지난 주말 경기를 치른 NFL 선수 100명 이상이 국가가 울려퍼질 때 무릎을 꿇었다. 
25일엔 댈러스 카우보이도 동참했다. 전세계 스포츠 구단 중 최고의 가치(40억 달러)를 지닌 NFL 인기 구단이자, 보수적인 남부 백인들에게 상징적인 팀이다. 
댈러스의 구단주인 제리 존스도 선수들과 함께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댈러스 선수들은 국가 연주 전 무릎을 꿇었고, 연주 중일 땐 서로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댈러스가 동참하자 트럼프는 또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댈러스 선수들이 무릎을 꿇을 때, 관중들의 야유는 내가 들었던 것 중 가장 시끄러웠다. 그러나 국가 연주 중에는 서 있었다는 점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
인종 이슈를 애국심 논란으로 오도
트럼프가 무의미한 다툼을 수일 째 이어가자 미 언론들이 분석에 나섰다.  
25일 CNN은 자신에게 불리한 이슈에서 국민의 관심을 돌리는 데 NFL이 이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폴 매너포트가 당시 러시아 억만장자에게 선거 관련 브리핑을 제안한 사실이 폭로됐고,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은 백악관에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해임 등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24일엔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공식 업무에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CNN은 또 트럼프가 정치적 속셈으로 현 사태의 프레임을 전환해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FL 선수들이 인종차별에 저항하기 위해 시위하는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트럼프는 선수들의 애국심을 문제삼는다. 25일엔 트위터에 “무릎 꿇기 이슈는 인종과 아무 상관 없다. 우리나라와 국기·국가에 대한 존경의 문제다. NFL은 이것을 존중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 대서특필도 즐기는 중  
『트럼프의 진실』을 쓴 작가 마이클 단토니오는 CNN 기고문에서 “트럼프에게 NFL 논란은 자신만의 쇼타임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언론이 자신에 대해 대서특필하는 것만으로 성공했다고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앨라배마 연설에서 “해고야(he’s fired)”라는 자신의 유행어를 사용한 것도 연극적 효과를 위해서라고 봤다. 단토니오는 트럼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유행어를 사용하려고 애쓴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트럼프는 백인이 대다수인 앨라배마 유세장이서 대다수가 흑인인 NFL 선수들을 비난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면서, 자신을 부각시키는 ‘쇼’를 완성한 것이다. 
 
주말 내내 NFL을 공격해 언론을 장식한 트럼프는 공공연히 만족감도 드러냈다. 앞선 CNN 보도에 따르면 그는 25일 밤 백악관에서 열린 모임에서 NFL에 대한 자신의 연설과 발언에 무척 흡족해했다. 한 참석자는 트럼프가 “완전 인기다. 완전 인기(It‘s really caught on. It‘s really caught on )”라고 자랑하듯 말했다고 전했다.  
 
흑인 선수와 백인 구단주…NFL은 난감 
트럼프느 26일 밤 NFL 선수들을 공격하는 트윗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번엔 뜬금없이 자메이카의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를 끌어들였다. 그는 “가장 위대한 선수인 우사인 볼트는 자메이카 사람임에도 우리의 국가(國歌)에 존경을 표했다”며 영상을 첨부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촬영된 영상 속에서 볼트는 미국 국가가 연주되자 언론 인터뷰 중단을 요청한 뒤 엄숙하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트럼프는 NFL 공격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이지만, NFL 측은 더 이상 논란이 확대되기를 원치 않는다. 
선수 대부분은 차별의 당사자인 흑인이지만, 구단주와 주요 팬은 백인인 NFL 구단들로선 현 상황이 매우 난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32개 구단의 구단주 상당수는 ‘무릎꿇기’ 시위를 지지하고는 있지만 동시에 트럼프의 지지자들이다. 
 
25일 CNN머니는 “트럼프 인수위가 모금한 1억 600만 달러(약 1200억원) 중 최소 775만 달러(약 88억원)가 NFL 구단주로부터 기부된 돈”이라고 보도했다.
26일 NFL 대변인인 존 록하트는 “그(트럼프)는 표현의 자유를 행사 중이고 나는 대응하지 않은 자유를 행사한다”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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