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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도산업 침몰시킨 中 저가 공세의 비밀!

해외 수출을 위해 컨테이너선에 실리고 있는 중국중차가 생산한 전동차 [사진 CRRC]

해외 수출을 위해 컨테이너선에 실리고 있는 중국중차가 생산한 전동차 [사진 CRRC]

차이나랩: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중차의 핵심 경쟁력은 뭡니까?
CRRC: 가격경쟁력이죠.
차이나랩: 싼 인건비 덕분인가요?
CRRC: 아닙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자오밍더(赵明德) 중국중차(中國中車·이하 CRRC) 푸젠공장 책임자의 말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난징 시내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공장에서 만난 그는 간단한 질의응답 후 공장 안중국중차으로 안내했다. CRRC는 어떤 곳일까. 중국 남차(CSR)와 북차(CNR)가 합병해 탄생한 중국 내 초대형 전동차 회사다. 지난 2012년 이후 CRRC는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전 세계 전동차 시장을 휘저었다. 요즘엔 굴러다니는 전동차 10대 중 3대는 CRRC가 만든다.    
지난 2010년 중국 남차가 프랑스와 일본, 독일과 합작해 고속철 ‘허셰(和諧)호’를 개발했다. [사진 인민망]

지난 2010년 중국 남차가 프랑스와 일본, 독일과 합작해 고속철 ‘허셰(和諧)호’를 개발했다. [사진 인민망]

시끌벅적한 용접 설비라인을 지나 공장 한쪽에 있는 대형 스크린 앞에 멈지췄다. 일종의 휘실같은 개념으로 ‘CRRC 물류지휘센터’라 적혀 있었다. 대형 디스플레이엔 공장 내 작업 상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공장 작업 전반에 걸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CRRC 관계자는 ‘물류지휘센터’라고 불렀다. [사진 차이나랩]

공장 작업 전반에 걸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CRRC 관계자는 ‘물류지휘센터’라고 불렀다. [사진 차이나랩]

초록색과 빨간색 라인이 번갈아 반짝거렸다. 진척 상황을 완료되면 초록색을, 진행 중이면 빨간색이 떴다. 이내 전체 공정을 보여주는 화면으로 바뀌었다. 작업 속도, 현장 영상, 작업 내용 등을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번갈아 전환되는 순간에도 작업 중인 대차(Bogie·전동차 차체와 바퀴를 연결해주는 프레임) 한 대를 비추고 있었다. 그 밑에는 ‘시·분·초’ 아래 놓인 숫자가 카운트되고 있었다. 작업을 마친 대차는 다음 공정인 용접과 조립 공정에 배치됐다. 적체 현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조립 대기 중인 대차들 [사진 차이나랩]

조립 대기 중인 대차들 [사진 차이나랩]

자오 책임자가 말했다.
일종의 스마트 시스템이죠. 전 생산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입니다. 평소 2시간 이상 걸리던 대차 한 대의 제작 시간이 15분으로 줄었습니다. 공정 상황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죠.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사실 CRRC 대형 공장은 중국 전역에 7곳이나 됩니다. 수주한 전동차도 발주한 나라별로 다릅니다. 들어가는 부품부터 납품 계약일도 천차만별이죠. 단순히 불량을 잡거나 빨리 만들려고 자동화를 추진한 게 아닙니다.
전동차 부품이 오가는 레일(왼쪽)과 부품 창고(오른쪽) [사진 차이나랩]

전동차 부품이 오가는 레일(왼쪽)과 부품 창고(오른쪽) [사진 차이나랩]

스마트 시스템 덕분에 제작시간이 분명 줄었다. 보통 전동차 한 량당 대차 4대 정도가 필요하니까 한 시간이면 전동차 한 량 분량은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더 큰 효과도 거뒀다. 공장끼리 작업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다. 대형 스크린엔 중국 전역에 퍼져있는 CRRC 공장과 각 계열사 지부에서 생산 또는 납품하는 부품 정보가 나타난다. 작업 진행 상황이나 배송 중인 부품 위치까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작업자들은 공장별 부품 수급량과 작업 수준에 맞춰 작업 일정을 짰다. 난징 공장은 중국 내 7곳의 CRRC  공장 중 부품 생산과 별도 물류센터까지 갖춘 곳으로 CRRC 그룹 내 가장 큰 공장이다.
바로 옆 물류센터에선 레일 위로 각종 부품을 담은 바구니가 오갔고, 그 옆에선 로봇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레일 위를 오가는 부품을 창고로 옮기기 위함이다. 부품 창고 내역도 CRRC 전 공장이 공유했다. 현장 작업자 중 한 직원이 “개별 부품을 담은 비닐 팩마다 관련 정보를 담은 바코드 스티커를 부착한다”며 “어떤 바구니에 어떤 부품이 얼마나 있는지 등을 파악해 다른 공장과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각종 부품이 담긴 비닐팩에 바코드 스티커가 붙어있다. [사진 차이나랩]

각종 부품이 담긴 비닐팩에 바코드 스티커가 붙어있다. [사진 차이나랩]

중국 전역에 있는 공장이 정보를 서로 공유해도 그 거리는 상당히 멀다. 각기 다른 부품을 제작해 배송해야 한다면 작업 공백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한 직원이 공장 내 철재박스 앞에 섰다. 그는 “전국 CRRC 공장을 오가는 규격 컨테이너로 이곳에 각종 부품을 싣는다”며 “GPS와 부품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콘솔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위치, 물건 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한 정보는 오른쪽 위에 있는 스크린에C 떴다. 특히 RRC 규격 컨테이너는 여러 개를 이어 붙여 열차에 실을 수도 있다.  
 
자오 책임자는 “푸젠 공장을 비롯해 CRRC 전체 공장에서 제조 공정을 혁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공장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개의 공장이 굴러가듯 전체 제조 공정을 시스템화려고 한다. 덕분에 부품 수급이 더 원활해졌고, 재고수량도 ‘제로(0)’에 맞춰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CRRC 부품 수급용 컨테이너를 설명 중인 한 직원 [사진 차이나랩]

CRRC 부품 수급용 컨테이너를 설명 중인 한 직원 [사진 차이나랩]

물론 공장 전체가 자동화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조립, 운반이나 일부 용접 과정에는 많은 근로자가 투입된다. 하지만 전동차 생산을 대량화, 첨단화하면서 ‘인건비 절감’ 전략보다 ‘효율적인 생산 전략’에 을 꾀하는 데 방점을 뒀다는 게 중요한 변화였다. 이어 자오 책임자가 설명했다.  
 
전체 작업을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기존엔 공장·공정마다 소통조차 어려워 생산 일정을 어기거나 다른 전동차 부품이 섞이는 경우도 다반사였기 때문이죠.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공용품은 최대한 규격화해 생산, 공급하니 단가를 더 낮출 수 있었죠.
작업 중인 CRRC 공장 근로자들 [사진 차이나랩]

작업 중인 CRRC 공장 근로자들 [사진 차이나랩]

CRRC는 중국 당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 시장을 독식했다. 중국에선 신규 전동차 프로젝트 입찰 참여를 중국 합작 회사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 업체는 물론 외국 업체에도 곁을 내주지 않았다. 가파르게 성장한 중국의 철도 산업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CRR C 매출액은 2241억 위안(약 38조7400억원), 영업이익은 139억 위안(약 2조4000억원)에 달한다. 매출만 보면 지난 2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국 전동차 기업 현대로템보다 13배 정도 크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톤 지하철 차량 수주에 성공한 중국 CRRC [사진 보스톤글로브]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톤 지하철 차량 수주에 성공한 중국 CRRC [사진 보스톤글로브]

중국뿐만 아니라 일대일로 연변 국가, 미국 등 선진국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매사추세츠주는 CRRC로부터 134량의 지하철 차량을 2억7000만 달러에 공급받기로 했다. 지난 2014년에도 5억6700만 달러 규모의 284량짜리 지하철 수주 건 이후 두 번째 계약이다. 철도 차량을 제작할 때 비용의 60%를 국산 자재로 쓰도록 해 외국 기업을 견제하려 했던 조치조차 ‘가격’ 앞에 무색해졌다. 독일·영국·말레이시아·파키스탄 등 지역을 불문하고, 고속철 시장은 더 빠르게 잠식해나가고 있다.  
최종 조립 공정 중인 전동차(오른쪽), 조립을 마치고 시험운행 레일에 선 차량(가운데), 지난해 CRRC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전동차(오른쪽) [사진 차이나랩·CRRC]

최종 조립 공정 중인 전동차(오른쪽), 조립을 마치고 시험운행 레일에 선 차량(가운데), 지난해 CRRC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전동차(오른쪽) [사진 차이나랩·CRRC]

대체 가격이 어느 정도일까. 익명을 요한 현대로템 관계자는 “해외 입찰에서 CRRC가 한국 업체보다 20% 정도 싼 가격을 제시한다”며 “우리가 아무리 싸게 써내도 중국 업체는 그보다 더 싸게 입찰에 나선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서울시 9호선 전동차 70량 중 첫 편성 4량을 출고했다. 현대로템은 1999년 7월 현대모비스,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의 철도차량 사업 빅딜로 탄생한 국내 유일의 철도 차량 제작사다. 올해 초 몇 차례 해외수주에 성공했지만, 수년째 국내외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 현대로템]

지난해 5월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서울시 9호선 전동차 70량 중 첫 편성 4량을 출고했다. 현대로템은 1999년 7월 현대모비스,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의 철도차량 사업 빅딜로 탄생한 국내 유일의 철도 차량 제작사다. 올해 초 몇 차례 해외수주에 성공했지만, 수년째 국내외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 현대로템]

공장 시찰을 마치며 자오 책임자와 최종 조립라인에 들어섰다. 공장 작업자들은 전동차 내부, 하부를 오가며 쉴 새 없이 조립하며 체결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작업 중간 라인을 둘러보며 “열차 한 량당 얼마면 살 수 있냐”고 묻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얼마를 원하세요? 모든 자재부터 유리 하나하나까지 원하는 가격에 맞춰드릴 수 있습니다. 아무리 싸게 만들어도 쉽게 고장 나지도 않을 겁니다. 불안하다고요? 수년간 중국 기술진도 파견 근무식으로 보내드릴게요.
난징=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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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