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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몰카 피해 여성의 눈물 “몇 달째 수백만원 주고 영상 삭제”

26일 디지털 성범죄 방지 당정에 참석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왼쪽)과 우원식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26일 디지털 성범죄 방지 당정에 참석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왼쪽)과 우원식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20대 여성 A씨는 예전 남자친구와 함께 찍힌 몰카(몰래카메라) 영상이 인터넷에 퍼졌다는 얘기를 듣고 경찰서를 찾았다. 돌아온 건 “먼저 해당 사이트에 직접 삭제 요청을 하고, 토렌트(파일을 공유하는 사이트)일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해 삭제하라”는 대답이었다. A씨가 “유포된 영상을 채증해 줄 수 있느냐”고 묻자 경찰은 “피해자가 직접 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A씨는 스스로 인터넷을 뒤져 유포된 동영상을 경찰에 제출했다. 10일 뒤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A씨가 채증한 자료에 “채증 시간과 피해자의 성기 스샷(스크린샷)이 없어서 유포자들에게 음란물유포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영상이) 유포된 것도 억울한데 그런 말을 들으니 마음이 뜯기는 것 같았다. 하루하루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여성 B씨도 자신의 몰카 영상이 인터넷에 나돌고 있음을 알았지만 경찰을 찾지 않았다. “영상에서 저를 보고 숨을 쉴 수 없었지만 경찰에 신고하면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될 것 같아서”였다. B씨는 본인이 직접 동영상을 찾아 삭제하려 했지만 확산 속도를 따라가기란 불가능했다. 동영상 삭제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 몇 달째 수백만원을 주고 일을 맡겨놓고 있다. B씨는 “제발 영상을 보지 말라고 하고 싶다. 그 영상의 여성은 포르노 배우가 아니다”고 호소했다.
 
A·B씨의 경우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접수된 실제 피해 사례다. 대한민국의 ‘디지털 인권’은 취약하다. 몰카 피해 등으로 방송통신심의위에 접수된 ‘개인 성행위 정보 시정 요구’ 건수는 2012년 1044건에서 2016년 7325건으로 6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방통위에 유포된 사이트를 신고해도 최소 한 달 이상 심의가 걸리고, 경찰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게 피해자들의 호소다. 그사이 몰카 영상은 ‘헤비 업로더(heavy uploader·동영상 재유포자)’에 의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무조정실·여성가족부·방송통신위·법무부·행정안전부가 26일 ‘몰카 당정’을 열어 피해 방지책을 마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우선 몰카를 이용한 불법 촬영 및 유포자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법무부는 올 12월까지 성폭력범죄특례법을 개정해 영리 목적으로 몰카를 유포한 경우 벌금형을 삭제하고, 7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할 계획이다. 연인 간 복수 등을 위해 몰카를 촬영·유포한 ‘리벤지 포르노’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바꿀 예정이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2018년부터 몰카 영상 피해자가 삭제를 요청할 경우 3일 내 차단 조치를 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2019년까지 인공지능을 활용해 몰카 등 음란물을 실시간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불법 영상물이 갖고 있는 고유값으로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동일 영상을 찾아내는 ‘DNA 필터링’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펜·안경·자동차키 등에 카메라를 단 변형 카메라의 수입·판매업자에 대한 등록제를 시행하고 변형 카메라를 구입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길 경우 신고를 의무화해 카메라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이력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찰칵’ 소리가 나지 않아 몰카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큰 스마트폰 ‘무음앱’ 피해를 막기 위해 불빛이나 소리 등으로 촬영 사실을 표시하도록 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디지털 불법 영상물은 한번 유포되면 피해가 너무나 끔찍한데도 정부의 대응과 관련 법률이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며 “대책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예산과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훈·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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