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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공들인 ‘흑산도공항’ 착공 지연 … 주민 “철새 먹일 농사도 해왔는데 … ”

흑산도 주민들이 철새를 위해 농사를 짓고 있는 현장을 신안군 관계자들이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흑산도 주민들이 철새를 위해 농사를 짓고 있는 현장을 신안군 관계자들이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흑산공항 건설 사업은 주민의 생존권 문제이자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사업입니다. 환경부가 이미 충분한 논의가 이뤄진 철새 보호 대책을 운운하며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정일윤(63) 흑산권역개발추진위원장은 26일 “환경부가 사실상 흑산공항 사업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흑산공항 건설 사업이 1년 가까이 보류되면서 흑산도 주민들은 대부분 정 위원장과 비슷한 입장이다. 환경부가 국립공원위원회를 방패막이로 내세워 8년간 추진된 이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흑산공항 건설 사업은 총 1833억원의 예산을 들여 흑산도 북동쪽 끝 지역인 예리 일대에 1200m 길이의 활주로를 만드는 게 골자다. 원래 올해 하반기 공사를 시작해 2020년에 경비행기가 흑산도를 오가는 게 계획이었다.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경비행기로 1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이 사업은 섬 주민들의 응급 구호 지원은 물론 방문객 편의 제공과 함께 해양영토 관리 차원에서 2009년부터 본격 추진됐다. 그해 국토교통부가 흑산도 소형공항 건설 검토용역에 들어갔다. 환경부도 발을 맞췄다. 2011년 9월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인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4000여 명이 모여 사는 흑산도는 유명 관광지이자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의 중간 지점으로 철새들은 월동지인 동남아시아 국가나 호주 등 지역과 번식지인 몽골과 시베리아 등 지역을 오가며 흑산도에서 쉰다.
 
흑산공항은 경제성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사업의 경제성(B/C)이 4.38이 나왔다. 비용 대비 편익을 나타내는 B/C가 1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다는 의미다.
흑산공항 예정 부지

흑산공항 예정 부지

 
2015년 12월 기본계획 수립 고시까지 이뤄지며 급물살을 타는 듯 했던 이 사업은 지난해 11월 제동이 걸렸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보류’ 결정이 나면서다. 이후 심의는 다시 열리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우려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청와대와 환경부 등 12개 기관에 6218명 명의로 흑산공항 조기 건설 촉구 청원서를 제출했다. 또 8년을 기다려온 흑산공항 사업 자체가 표류하는 게 아닌지 환경부에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그 사이 주민들은 흑산도에서 철새와 공존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올해부터 철새 대체 서식지 조성 차원에서 새들의 먹이 활동을 위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또 새들의 비행고도를 고려해 나무 가지치기 등도 해왔다. 철새들이 부딪히는 것을 막기 위해 전신주까지 제거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환경운동가 출신인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막연히 철새 보호를 내세워 사업에 제동을 건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환경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우선 국립공원위원회의 위원 가운데 정부 위원보다 민간 위원이 더 많아 이 사업 추진 여부에 대한 판단을 사실상 민간 위원들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또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한 차례 보류 이후 이에 따른 보완 요구에 국토부의 추가 자료가 부실해 재보완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항공기 운항에 따른 철새 충돌 해소 방안도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경제성 평가에 대해서도 일부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환경부는 흑산공항 건설 사업에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며 “이 사안은 우선 국립공원위원회의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흑산도=김호 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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