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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구의 NEAR 와치]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다시 국가를 생각한다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

지금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시아에 전운이 감돌고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들어서고 있다. 그동안 유엔을 통한 제재와 압박이 중국과 러시아의 미온적 태도로 위력을 잃고 북한 김정은에게도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 급기야 미국은 강력한 독자 제재 방안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군사행동을 저울질하며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군의 단독작전이 갖는 의미를 축소 해석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정은은 이번 기회에 미국과의 대등한 협상을 이끌어내 체제 보장과 경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전쟁 불가론을 내세우며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상황은 문 대통령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물론 한반도 전쟁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 그러나 쿠바 위기 때 미국 케네디 대통령과 소련의 흐루쇼프 총리와 같은 빅맨들이 보여준 절제의 덕목을 지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에게서 찾기는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전쟁 가능성을 더 우려하는 것이다.
 
이 와중에 국민은 ‘정작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겠는가’라는 막연한 안도감에 빠져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이러한 한국인 특유의 막연한 낙관주의가 6·25 한국전쟁 직전에도 넓게 퍼져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우리를 두렵게 한다.
 
이러한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여야 간 안보 상황을 보는 시각과 대응 방안에 대한 견해가 극명하게 갈리며 국론이 분열돼 있다. 물론 어느 나라나 전쟁 징후가 있을 때는 주화파와 주전파가 대립했다. 그러나 지금의 여야 대립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과 이념적 기초가 다른 데서 기인한다는 평가가 많다.
 
[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이제 우리는 세 가지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첫째는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이고, 둘째는 중국이 북한을 제어하고 압박해 굴복시킬 것이라는 착각이며, 셋째는 미국이 어떤 경우에도 한국을 돕고 보호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이러한 착각 속에 갖는 막연한 기대나 안도감은 금물이다.
 
그러나 전쟁과 평화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 전쟁과 평화를 가르는 선은 전쟁 억지력이며 부국강병과 동맹의 힘, 국민의 단결된 희생정신, 그리고 국가 지도자들의 예지와 담대함이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를 유지한다. 윈스턴 처칠은 히틀러의 침공을 앞두고 “평화를 구걸한다고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다.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평화를 지켜낼 수 있는 힘이 전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평화는 말이나 문서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 송나라 중기에 금나라의 침공을 받을 때 주화파 진회(秦檜)와 주전파 악비(岳飛)가 정면 대립했다. 이때 송나라 흠종은 진회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금나라에 금은보화와 영토를 내어주며 화친조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금나라는 조약을 파기하고 침공해 송나라는 남송으로 밀려났다. 문제는 지금 대통령 주변에 악비는 찾아보기 힘들고 진회로만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국가의 안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우리는 국민 개개인보다 국가를 더 높은 가치로 세워야 하는 중요한 국면에 이르렀다. 헌법상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킨다. 그러나 오랫동안 세계 강대국들의 젊은이는 전쟁에 나가 장렬히 전사하며 나라를 지켰고 부모들은 이를 숭고한 희생이라고 자존감을 세우며 눈물을 참아왔다. 나라의 안위가 위태로울 때는 국가를 훨씬 높은 가치로 받든다는 의미다. 그러나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때 과연 우리 젊은이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전선으로 모여들 것인가. 조금의 자기희생도 꺼리는 부모들과 그들의 과보호 속에 성장한 젊은이들, 인권 존중의 병영문화 속에서 복무해 온 병사들이 막상 전쟁이 발발하면 어떤 태도로 전쟁을 맞이할 것인지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금은 진보정치의 전성시대다. 그러나 전쟁을 앞에 두고 국가보다 국민, 국민 이전에 인간이 더 소중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제 대통령은 ‘지금은 국민 개개인의 안전과 인권 못지않게 국가의 안위가 훨씬 높은 상위 개념’이며 국가를 지키기 위해 개인의 희생도 불가피할 수 있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대내외에 천명해야 한다.
 
지금 북·미 간 강대강의 대치 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냉정한 상황인식 속에서 북·미 간 전쟁 가능성, 북한의 남한 공격 가능성을 열어놓고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태세를 확립해야 한다. 그리고 주화파와 주전파 모두를 한배에 태워 통합의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 지금은 모든 국민이 국가 공동체의 이익과 나의 이익이 충돌할 때 나의 이익을 버릴 수 있는 담대한 희생정신을 갖추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때다.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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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