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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김정은에게 촛불의 의미는?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심리학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을 이해하려 들기 때문이다. 때로는 부모를 죽인 패륜범, 연쇄살인범, 자신이 한 말을 뻔뻔하게 뒤집는 정치인, 탄핵된 전직 대통령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이해는 결코 ‘편들거나 동의한다’는 뜻이 아니다. ‘분석하고 설명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분석과 설명은 가능하면 가치·윤리적 판단을 배제하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 인과관계를 밝히는 듯이 보여져 오해받기 딱 좋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인물을 이해(분석·설명)하는 일은 조심스럽다.
 
아마 최근 가장 조심스러운 대상 중 하나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일 것이다. 반복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를 전쟁의 위험 속으로 몰아넣는 행동만으로도 이미 합리적인 분석과 설명의 범위를 넘어섰다. 그리고 그 행동이 설명과 분석이 된다 해도 그 자체가 기분 나쁘다. 결코 그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부정적 평가와 정신이상자 취급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안 되니, 그가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해 보면 어떨까.
 
현 정부로서도 최근 김정은의 행동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북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와 단절로 일관하던 박근혜 정부가 촛불로 끝나고, 상대적으로 북한을 이해(?)하려 하고 대화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남북시대를 공약하고 추진하려 했다. 그런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이미 북한은 미사일을 쏴대기 시작했고, 북한이 표면적으로 바라는 바를 모두 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베를린 구상마저 걷어차 버렸다. 많은 사람은 의아하다. ‘도대체 왜 이런 좋은 기회를…?’
 
김정은이 바보가 아니라면 현 정권이 얘기하는 그 모든 제안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베를린 구상에 담긴 ‘북한 붕괴나 인위적 흡수통일을 원치 않고, 김정은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제안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우리가 통일을 포기하고 그것을 공식화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통일을 포기하는 경우 전쟁의 위협만 없다면 북한은 그냥 어찌 돼도 상관없는 이웃 국가로 남으면 된다. 4대·5대 세습을 하든지 말든지, 경제가 무너져서 그 국민들이 굶어죽든지 모른 척하고 살면 된다. 마치 저멀리 다른 대륙의 한 국가가 내전에 빠져 국민의 절반이 죽어나가도 상관 안 하듯이.
 
허태균칼럼

허태균칼럼

어차피 이런 포기는 불가능하다. 궁극적으로 통일을 추구한다면 누구나 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그대로 있는 한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그 유일한 방법은 북한에 흡수통일이 돼서 김정은의 지배하에 다같이 사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김정은은 가능만 하면 4대 세습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때 가서 김정은까지는 되는데, 그 아들은 안 된다고 얘기할 건가.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을 주장하는 이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은 대결 국면보다 그런 대화와 교류를 통해 더 많은 북한 주민이 진실을 알게 되고 남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통해 통일을 이루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얘기한다. 김정은 정권을 그대로 두고? 만약 김정은 정권을 그대로 두고도 통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제발 누군가 알려주길 바란다. 결국 그 어떤 방법이든 간에 김정은 정권을 그대로 두고 이 모든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결국 그 방법이 무엇이건 상관없이 김정은 정권은 대한민국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 된다.
 
더구나 김정은은 촛불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것을 지켜봤다. 자신과 나쁜 관계인 정권이 무너졌으니 좋아했을까? 아니다. 김정은은 아마 확신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신과 자신의 정권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겨우(?)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고, 직·간접적인 뇌물수수에 연관됐고, 헌법 수호의 의지가 없다고 탄핵돼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을 보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을 촛불의 정신으로, 헌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몰아내는 것을 목격했다. 그런 우리가 김정은을 인정하고 그 정권의 안전을 보장한다면 말이 되나? 우리의 기준에, 아니 인류의 기준에 잊을 만하면 공개처형 소식을 들려주는 김정은 정권이 과연 지속돼도 되나?
 
김정은은 바보가 아닐 거다. 당연히 미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단지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선언을 하건 그것은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아니, 그러고 싶어도 대한민국 국민의 촛불이 절대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을 안다. 촛불을 본 그의 고민이 이해가 된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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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