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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보정부일수록 기업보다 노동개혁이 우선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경제를 내세운다. 5대 국정 목표의 둘째가 ‘더불어 잘사는 경제’며 그 핵심 과제가 일자리 창출이다. 그렇게 중요한 일자리를 만드는 게 기업이다. 정부도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마중물일 뿐이고, 결국 일자리는 시장에서 생긴다고 인정했다. 그런 정부가 일자리 만드는 기업을 사정없이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
 
그제 고용노동부는 노동개혁 양대지침으로 불리는 저성과자 해고 절차를 담은 ‘공정인사 지침’과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성과연봉제나 역할·직무급으로 개편하기 쉽게 하는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을 공식 폐기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노동개혁의 상징이었던 두 지침은 1년8개월 만에 물거품이 됐다. 재계에선 정부의 친노동정책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업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앞세워 민간기업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압박했다. 가맹점의 품질관리가 기본인 프랜차이즈의 본질을 무시하고 파리바게뜨에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가계 부담을 줄이겠다는 대선 공약을 관철하기 위해 통신비를 끌어내렸고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됐으며 법인세 부담도 늘어난다. 기업 부담을 늘리는 정책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써도 재물이 줄지 않는 화수분처럼 기업을 생각하는 것 같다.
 
기업은 지금 안팎의 칼바람을 맞고 있다. 북핵 사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소비 심리도 나빠졌다. 어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정부는 경제운용의 중심을 국가와 기업에서 국민 개인과 가계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기 위해 기업 중심의 정책에서 한발 물러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업을 이렇게까지 흔들어대는 건 지나치다. 대기업에 골목상권을 떠나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라고 말만 앞세워선 안 된다. 다리에 잔뜩 모래주머니를 채워놓고 달리기 경주에서 어떻게 승리하라는 말인가.
 
새 정부의 국정과제 38번은 ‘주력산업 경쟁력 제고로 산업경제의 활력 회복’이다. 신산업과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외국인투자·유턴기업을 중점 유치할 수 있도록 내년까지 관련 지원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했다. 해외로 나간 일자리를 되돌리기 위해 세제 혜택만이 능사는 아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독일의 슈뢰더 개혁까지 갈 것도 없다. 노무현 정부도 2003년 노사관계 로드맵을 만들었다. 이번에 폐기된 양대 지침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마찬가지로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보수의 어젠다를 진보 정부가 채택했던 것이다. 이처럼 경쟁을 꺼리는 진보의 적폐를 진보정권이 정조준하고, 보수의 적폐는 보수정권이 청산해야 제대로 된 나라다. 참여정부를 계승한다는 문재인 정부는 과거에서 대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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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