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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꼬박 냈는데 회사가 체납 … 100만명 제돈 못 받아

회사원 김형모(40)씨는 2001~2004년 벤처기업에 병역 특례 근무를 하면서 21개월간 월 2만원가량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냈다. 회사가 월급에서 원천징수했다. 그런데 보험료를 낸 게 아니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보험료를 국민연금공단(지금은 건강보험공단)에 내지 않은 것이었다. 21개월이 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되지 않아 노후연금이 줄어들게 됐다. 김씨는 “내가 잘못해서 보험료를 안 낸 것도 아닌데 노후연금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한다.
 
직장인 연금보험료(소득의 4.5%)는 월급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회사가 여기에다 사업주 부담금(4.5%)을 더해 건보공단에 낸다. 그런데 회사가 이 돈을 안 내고 체납할 경우 근로자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체납자가 돼 노후연금에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런 근로자가 100만 명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정의당) 의원은 26일 “건보공단의 체납자료를 분석한 결과 7월 말 현재 49만5000여 개 사업장이 2조902억원의 연금 보험료를 안 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체납자가 생기면 한 달간 ‘납기 후 납부 기간’을 준다. 여기까지 완납 기간으로 인정한다. 그 이후에 근로자에게 체납 사실을 알려준다. 이런 통지를 받은 근로자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4만1774명이다. 이 중에는 월급을 아예 받지 못해 연금보험료가 원천징수되지 않고 체납한 사람이 섞여 있다.
 
노후 국민연금 액수는 가입 기간과 소득에 따라 결정된다. 가입기간이 짧으면 연금이 줄어든다. 104만 명의 체납 근로자 중 상당수가 이런 피해를 보게 됐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근로자 입장에서는 이미 보험료가 원천징수됐고 사업주 귀책사유로 인해 체납자가 됐는데, 억울하게 연금에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같은 체납이라도 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은 불이익이 없는데 국민연금만 근로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장호연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장은 “건보·고용보험 등은 단기 보장 보험이어서 체납자라고 해서 당장 보장하지 않을 수 없고, 지원 근거가 법률에 담겨 있다”며 “반면 국민연금은 노후에 연금을 받는 장기보험인 데다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할 때부터 그랬다는 설명이다.
 
다만 체납 통지를 받은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보험료(4.5%)를 납부할 수 있다. 이렇게 해도 가입 기간을 절반만 인정한다. 가령 1년치 체납기간 보험료를 낸다면 6개월 만 인정받는다. 나중에 납부할 유인이 약하다 보니 지난해 162명만 냈다. 2015년에는 139명이었다.
 
게다가 개별 납부 가능 시한이 ‘체납 통지 후 5년 이내’여서 이 기간이 지나면 낼 길이 없다. 김형모씨는 “전업주부도 자유롭게 추후 납부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근로자는 5년 시한을 적용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체납이 발생하는 데가 주로 영세 사업장인데 여기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젊어서는 저임금, 은퇴 후에는 낮은 연금’이라는 이중의 설움을 당한다”고 말했다.
 
오건호 위원장은 “현 정부가 포용적 복지를 하려면 체납 통지를 받은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연금 사각지대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체납 통지를 받은 근로자 중에서 연금 보험료를 원천징수한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보험료를 나중에 낼 경우 가입기간 절반만 인정할 게 아니라 전부를 인정해야 한다”며 “개별 납부 시한(5년)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연금보험료 체납 사업주 명단 공개 요건을 ‘납부 기한 2년 경과, 체납액 5000만원 이상’에서 ‘1년, 1000만원’으로 낮추고 임금채권보장기금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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