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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기운 없다며 안 드시고, 자꾸 찡그리는 부모님 ­… 큰 병일 수도 있어요

서울에 사는 최희원(45·여)씨는 지난 8월 어머니(69)가 홀로 사는 전남 여수로 휴가를 갔다. 지난 4월 함께 중국 여행을 갔다온 지 넉 달 만에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2년 전 아버지가 위암으로 숨진 뒤 혼자가 됐다. 어머니는 “동네에 친척이 많아 외롭지 않다. 아픈 데가 없다”고 말했다. 얼핏 보기에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머니가 이상했다. 계산대 앞에서 1만원과 1000원을 구분하지 못했다. 그냥 넘기려다 혹시 몰라 중국 여행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는 “나는 간 적이 없다”며 기억하지 못했다. 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알츠하이머 치매였다. 넉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부모님은 오랜만에 찾은 자식들이 걱정할까 봐 아파도 내색하지 않는다. 일부러 건강한 척한다. 자식들도 부모님 건강에 이상 증세가 보여도 ‘나이 탓이겠지’라고 무심코 넘기기 십상이다. 만약 최씨가 어머니의 이상 징후를 그냥 넘겼다면 치매 악화 속도는 더 빨랐을 것이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추석 때 꼭 체크해야 할 부모님 질환 10개’를 골랐다.
 
힌트 줘도 기억 못해낼 땐 치매 신호
 
우선 눈여겨봐야 할 병은 심장·뇌혈관 질환이다. 각각 한국인 사망 원인 2, 3위를 차지하는 무서운 병이다. 나이 들수록 혈관이 약해져 심장·뇌가 고장 나기 쉽다. 이들 기관은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가슴 통증, 두통 외에도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박춘금(70·여·전남 고흥군)씨는 최근 힘이 빠지고 입맛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22년째 앓고 있는 당뇨병 때문이라 여겼다. 하지만 혈당에 이상이 없었다. 걱정하던 딸이 박씨를 병원에 데려갔다. 심전도·심장초음파 등의 검사를 했더니 관상동맥 세 가닥 중 두 가닥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다. 두 혈관이 80% 이상 막힌 협심증이었다. 박씨는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꼭 체크해야 할 부모님 질환 10개

꼭 체크해야 할 부모님 질환 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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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심증·심근경색은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대는 ‘관상동맥’이란 혈관이 막히는 병이다. 주로 쥐어짜는 듯한 뻐근한 가슴 통증이 나타난다. 하지만 나이가 많거나 오랫동안 당뇨병을 앓았다면 이런 통증이 없을 수 있다. 대신 박씨처럼 ▶힘이 줄고 ▶식욕이 사라지며 ▶갑자기 숨이 찬 증상을 호소한다.
 
심부전일 때는 다리가 잘 붓는다. 심부전은 고혈압·심장판막 질환 등으로 심장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혈액을 제대로 짜내지 못하면 혈액이 고여 몸이 붓는다. 심장이 압박을 받으면 폐의 부담이 커진다. 감기도 아닌데 마른기침을 한다.
 
뇌 혈관이 막히고(뇌경색) 터지는(뇌출혈) 뇌졸중도 혈관 벽이 약한 고령층에게 잘 생긴다. 뇌졸중일 때는 반신마비가 가장 많고 ▶발음 장애 ▶안면 마비 ▶실어증(말을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함) ▶시야 장애 등이 나타난다. 뇌졸중에 걸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1년 안에 심각한 뇌졸중이 재발할 위험이 매우 높다.
 
뇌졸중이 혈관 문제라면 치매는 뇌 조직의 문제다. 뇌세포가 파괴되면서 뇌 조직이 손상되는 병이다. 기억력을 시작으로 계산능력·판단력 등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 치매는 완벽히 치료할 수 없지만 초기에 관리하면 증상 악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건망증일 때는 옆에서 귀띔해 주면 대부분의 일을 기억한다. 치매는 힌트를 줘도 떠올리지 못한다. 이 경우 추가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어지럼증은 통증·떨림과 함께 건강 적신호 3대 증상의 하나다. 어지럼증은 단순히 불편한 데 그치지 않는다. 넘어져 뼈가 부러지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특히 고관절이 부러진 노인은 1년 내 사망할 확률이 최대 67%나 된다. 어지럼증은 빈혈보다 귀의 문제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귀에는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전정기관’이 있다. 이곳에 돌 부스러기(이석)가 돌아다니면 어지럼증이 생긴다. 어지럼증은 원인만 파악하면 비교적 치료가 잘 된다.
 
어지럼증은 귀 속 평형기관 살펴봐야
 
눈이 뻑뻑하고 부시면 안구건조증일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눈물이 잘 만들어지지 않고, 눈물을 가두는 지방층이 약해져 잘 증발한다. 안구건조증이 심하면 시력이 떨어진다. 인공눈물을 쓰는 게 능사가 아니다. 경우에 따라 염증을 치료하는 안약이나 항생제를 써야 한다.
 
시력이 떨어지면서 시야가 좁아지면 녹내장을 의심해야 한다. 서울 종로구 정진영(67·여)씨는 몇 달 전부터 돋보기를 써도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다. 자꾸 눈을 찡그리고 인상을 썼다. 그 모습을 본 딸의 권유로 함께 안과를 찾았다가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반복적으로 손상되다가 실명에 이르는 병이다. 정씨는 다행히 조기에 발견해 실명하진 않았다. 정기적으로 안과를 찾아 안압 검사 등을 받고 있다.
 
다리가 ‘O자’로 휜다면 무릎 퇴행성 관절염일 확률이 높다. 퇴행성 관절염은 뼈를 감싼 연골이 닳으면서 통증·기능장애가 나타난다. 부모님이 걸을 때 무릎 통증을 호소하거나 무릎이 붓고, 제대로 펴고 구부릴 수 없다면 퇴행성 관절염을 의심해야 한다. 수영·실내 자전거 등의 운동을 꾸준히 하면 관절염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요즘은 임플란트를 하는 고령층이 많다. 임플란트 치료를 받고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면 잇몸병이 생긴 것이다. 임플란트 주변 잇몸에 염증이 생기고 뼈가 녹는 임플란트 주위염이다. 통증이 잘 느껴지지 않아 모르고 넘어가기 쉽다. 5명 중 1명이 겪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니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임플란트를 하면 최소한 1년에 한 번 정기검사를 받고, 애초에 잇몸병이 있었다면 3개월마다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이 여섯 가지, 꼭 여쭤 보세요
1. 매일 규칙적으로 식사하시나요.
식습관만 봐도 영양 상태와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2. 술·담배를 자주 하시나요.
음주는 심혈관계 질환과 치매·우울증에 영향을 미친다. 흡연할 경우 비흡연자보다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이 70% 높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3. 하루에 몇 개의 약을 드시나요.
5가지 이상의 약을 장기간 먹으면 상호작용 때문에 이상이 생기기 쉽다.


4. 반년 새 넘어진 적이 있으시나요.
노인 낙상은 사망률을 높인다.조명을 밝게 하고 문턱을 낮추는 등 주거환경을 개선하자.


5. 기억력이 많이 떨어지셨나요.
치매가 오면 최근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자주 가던 길을 못 찾고 성격이 달라진 것 같으면 의심해야 한다.


6. 요즘 슬프고 우울할 때가 많으시나요.
잠을 잘 못 자고 입맛이 떨어지고 즐거운 일이 없다고 하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한다.
 
글=박정렬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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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