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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극우정당 ‘트럼프식 전략’ 먹혔다

“다른 정당에서 우리에 대해 말하는 건 믿지 마세요. 기표소에선 누구에게 투표하는지 아무도 못 본다는 것만 기억하세요.”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을 며칠 앞두고 프랑크푸르트 오데르를 방문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렉산더 가울란트(76) 공동 최고후보가 한 얘기다. 총선에서 AfD는 3위를 차지해 나치 이후 68년 만에 독일 연방 하원의 주요 세력으로 등장한 첫 극우 정당이 됐다. 가울란트의 주문대로 본심을 드러내지 않은 ‘샤이(shy) AfD’들이 투표장을 많이 찾은 결과일까. AfD의 약진을 두고는 “독일 사회에 잠재해온 불만과 불안 요소가 그들의 선거전략과 맞물려 상승 작용을 일으킨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AfD는 2013년 총선을 앞두고 급조되다시피 한 신생정당이다. 그 뿌리는 2012년 결성된 ‘2013 선거대안’이란 조직이다. 함부르크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베른트 뤼케를 비롯해 헤세주 국무장관을 역임한 가울란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편집자 출신인 콘라드 아담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남유럽 국가들에 대한 구제 금융을 비판하면서 모였다. 이들이 공약 형태의 선언을 발표하자 68명이 동조 서명을 했다. 절반 이상이 교수일 정도로 지식인 사회가 호응한 것이다.
 
앞서 독일에선 ‘유럽의 이슬람화’ 문제를 제기한 책이 발간돼 논란을 일으켰다. 독일 내부의 반 이슬람 경향의 신호였다. AfD는 그해 총선에서 4.7%를 얻는데 그쳤다.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는 5%엔 미치지 못했지만, 희망을 키울만한 성적표였다.
 
2015년 메르켈 총리의 난민 수용 정책은 AfD에겐 천금의 기회였다. 그해 7월 당 대회에서 공동대표로 선출된 극우 성향 여성 화학자 출신의 프라우케 페트리는 히틀러의 이름 아돌프를 본뜬 ‘아돌피나’로 불리며 반 난민 드라이브로 당세를 확장했다. 2015~2016년 100만 명이 넘는 이민자가 몰려들면서 AfD의 주장은 먹혀들기 시작했다.
 
AfD는 총선에서 ‘트럼프식 전략’을 구사했다. 자극적이고 논란이 될 만한 이슈와 발언을 쏟아내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표를 받고 싶은 층에 어필하는 방식도 트럼프와 흡사했다. 페트리 대신 막판 선거전을 이끈 가울란트와 경제학 박사 출신의 38세 동성애자 알리체 바이델이 그 최전선에 섰다. 가울란트는 “영국인에게 처칠을 자랑스러워 할 권리가 있다면 우리도 독일 군인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델은 TV 토론회가 불공정하다며 퇴장하는 소동을 일으켰다.
 
AfD는 메르켈이 ‘수면 유세’라고 불릴 정도로 소극적인 선거운동만 펼치는 상황을 파고들었다. 대세론이 굳어졌던 메르켈 총리는 TV토론을 한 차례만 했다. 선거판 이슈를 온통 AfD가 장악한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무기로 활용하는 AfD의 전략도 먹혀들었다. AfD의 페이스북 팔로워 숫자는 다른 모든 정당의 팔로워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독일 정치 트윗 중 AfD 관련 해시태그가 포함된 게시물이 30% 이상이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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