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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자 찬밥 된 ‘코리아 세일 페스타’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한창인 지난해 10월 서울 명동 거리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당시 면세점은 매출이 2015년보다 29.5% 늘었다. [뉴시스]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한창인 지난해 10월 서울 명동 거리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당시 면세점은 매출이 2015년보다 29.5% 늘었다. [뉴시스]

개막이 불과 하루 앞인 27일인데 ‘축제’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 얘기다. 공식 홈페이지는 개막 D-1인데도 썰렁하다. 소비자가 가장 궁금한 세일 상품(참여 업체별 대표 상품) 페이지엔 26일 현재 ‘9월 말 오픈 예정입니다’라는 메시지뿐이다. 축제를 알리기 위한 음악회도, 문화제도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담당자는 아직도 참여 업체를 모집하러 다닌다.
 
올해 2회를 맞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하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코리아 그랜드세일’을 합쳐 지난해 처음 개최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쇼핑·관광축제’를 내세웠다. 올해는 지난해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해 나아진 모습을 기대했지만 되레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정작 정부가 시큰둥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 정부의 대규모 행사는 계륵이 됐다. 전 정부의 작품을 성황리에 이어갈 수도, 그렇다고 2회 만에 없앨 수도 없는 속내가 드러난다. 정부의 태도는 관련 보도자료 양에서도 확 차이가 난다. 지난해엔 코리아 세일 페스타 개막 전 한 달 여 간 산업부에서만 열 번에 걸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올해는 절반인 다섯 번뿐이었다.
 
태생적인 한계도 2회 만에 드러났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본떠 만들었다. 이 기간에는 미국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쇼핑하려는 수요가 몰린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이끄는 주력인 제조업체가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내놓기 때문이다. 300만원짜리 TV를 100만원에 파는 식이다. 직접 만든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구조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반면에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백화점·대형마트 같은 유통업체 중심이다. 제조업체가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는 가격 할인에 한계가 있다. 가장 중요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구조다. 익명을 요구한 백화점 관계자는 “유통업체 입장에선 늘 진행하는 행사 이상의 혜택을 내놓기 어렵다”며 “제조업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그런 요소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소비 진작을 위한 긴 연휴도 이번엔 되레 걸림돌이 됐다. 정부가 내수를 살리겠다며 대체공휴일을 지정하면서 생긴 10일 연휴가 코리아 세일 페스타 개막 다음 날 시작된다. 그런데 이 기간 해외여행을 가려고 소비자들은 대거 국내를 빠져나간다. 하나투어·모두투어를 통해 추석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수요만 15만 건(예약 건수)이 넘는다. 지난해 추석 연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자동차 업계는 아예 발을 빼는 분위기다. 현대·기아, 르노삼성, 쌍용자동차는 아직까지 참여를 고민 중이다.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할인행사와 겹친다는 이유다. 유통업체는 최대 80% 할인 혜택을 내걸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식상하다. 가전제품처럼 인기가 많은 제품은 할인 대상에서 쏙 빠졌고, 아웃도어 같은 의류나 패션 잡화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대비 8.4% 오르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당시 진행 중이던 행사 때문이라는 게 자체 평가다.
 
합심해야 할 정부와 업체는 ‘책임 핑퐁’만 하고 있다. 정부는 “업체 좋자고 만든 행사인데 업체 스스로 홍보해야 한다”고 밝힌다. 정작 업체는 “정부 눈치 보느라 억지로 참여하는데 정부는 홍보는 안 하고 뒷짐만 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애초에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만든 것은 말레이시아·태국 등 다른 국가도 이런 행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세계 각국이 관광객을 놓고 경쟁하는 입장인데, 전 정부의 작품이라고 방치할 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희(경제학) 중앙대 교수는 “참여를 종용하는 식보다는 마케팅을 돕거나 빅데이터를 통한 전략 제시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준상(경영학) 동국대 교수는 “어떤 상품, 어떤 이벤트가 진행되는지 알리는 게 급선무”라며 “행사 자체에 대한 브랜딩을 강화해 제조업체의 참여부터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도원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부회장은 “규모가 작은 제조업체도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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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