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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강승원과 인연…'서른 즈음에' 되돌아보는 뮤지컬 공연

뮤지컬 '서른 즈음에'를 연출한 조승욱 PD(가운데)와 출연 배우 산들(오른쪽), 백형훈이 19일 오전서울 마포구 용강동 연습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뮤지컬 '서른 즈음에'를 연출한 조승욱 PD(가운데)와 출연 배우 산들(오른쪽), 백형훈이 19일 오전서울 마포구 용강동 연습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누구라도 한 번쯤 흥얼거렸을 노래, 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10월 20일부터 12월 2일까지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창작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연출을 맡은 이는 JTBC ‘히든 싱어’ ‘팬텀 싱어’를 연출한 조승욱 PD다. 뮤지컬 연출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조PD는 “인연이 만들어준 무대”라고 소개했다. ‘서른 즈음에’를 작사·작곡한 싱어송라이터이자 다수의 KBS 음악토크쇼 음악감독을 맡았던 강승원씨와의 인연이다.
 
“97년 KBS 입사 후 ‘이소라의 프로포즈’에서 조연출과 음악감독으로 처음 만났어요. 십년 후에는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연출과 음악감독으로, 또 십년 후에는 뮤지컬 연출과 음악감독으로 함께 일하고 있으니 인연은 인연이죠.”(조승욱)
 
뮤지컬 '서른 즈음에' 포스터.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중년의 '현식'이 20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사진 뮤지컬 '서른 즈음에']

뮤지컬 '서른 즈음에' 포스터.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중년의 '현식'이 20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사진 뮤지컬 '서른 즈음에']

말하자면 뮤지컬 ‘서른 즈음에’는 김광석·강승원·조승욱 세 사람의 연결 고리들이 조합된 작품이다. 우선 김광석의 허무한 보이스 컬러와 노래 제목은 극의 줄거리를 이루는 중요한 모티프가 됐다. “살면서 그런 순간이 있죠.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내 인생이 바뀌었을 텐데’라고 생각할 때. 그런데 정말로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떡할까. 출구 없는 미로 속을 헤매는 중년의 ‘현식’이 특별한 기회에 자기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서른 즈음으로 돌아가 인생을 다시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에요.”(조승욱)  
 
음악은 ‘서른 즈음에’를 비롯해 ‘태양계’(성시경)·‘나는 지금(이적)’·‘무중력(자이언티)’·‘오늘도 어제 같은 나는(윤도현)’ 등 강승원의 대표곡들로 구성됐다. 지금부터 20여 년 전,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서른 즈음으로 돌아갔을 때의 젊은 ‘현식’은 뮤지컬 배우 백형훈과 B1A4의 멤버 산들이 맡았다. 마포의 한 연습실에서 조PD와 두 배우를 만났다.  
뮤지컬 '서른 즈음에'를 연출한 조승욱 PD. KBS 입사, JTBC로 옮긴 후 '히든 싱어' '팬텀 싱어'를 연출했다. 김경록 기자

뮤지컬 '서른 즈음에'를 연출한 조승욱 PD. KBS 입사, JTBC로 옮긴 후 '히든 싱어' '팬텀 싱어'를 연출했다. 김경록 기자

 
김광석의 노래들로만 꾸며진 기존의 뮤지컬과 ‘서른 즈음에’는 뭐가 다른가.
“우선 강승원 선배가 작사·작곡한 노래들로 구성한 게 큰 차이다. 김광석의 대표곡인 제목 때문에 김광석 노래들로 만든 또 다른 뮤지컬로 생각될까 고민도 했지만, 말 그대로 ‘서른 즈음’을 바라보는 여러 사람들의 감성에 관한 이야기라 그대로 가기로 했다. 강승원 선배가 작곡한 곡들에는 따뜻하고 서정적인 정서의 노래들이 많다. 20여 년이라는 세월을 관통하면서 불렸던 그 노래들로 감성 충만한 주크박스 뮤지컬을 만들어보자 의견을 모았다.”(조승욱)  
 
이미 여러 사람의 뇌리에 새겨진 노래를 극의 줄거리에 끼워 맞추는 건 때론 억지스럽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어려운 점이다. 줄거리에 맞춰 충실하게 새로 곡을 만든 게 아니라, 기존의 노래들을 갖고 소위 짜깁기를 한 거라 잘못하면 억지스럽고 어색하다. 그래서 더 많이 더 열심히 고민했다. 곡에 따라 관객이 원하는 장면이 따로 있겠지만, 곡이 원래 갖고 있던 정서는 고스란히 전달될 거라 믿는다.”(조승욱)
뮤지컬 '서른 즈음에'서 젊은 '현식'을 연기하는 배우 백형훈. 호리호리한 몸매와 섬세한 외모로 그만의 카리스마를 연기하는 뮤지컬 배우다. 김경록 기자

뮤지컬 '서른 즈음에'서 젊은 '현식'을 연기하는 배우 백형훈. 호리호리한 몸매와 섬세한 외모로 그만의 카리스마를 연기하는 뮤지컬 배우다. 김경록 기자

 
실제 나이 서른하나. 서른 즈음을 가장 실감하는 배우일 것 같다.
“그래서 고민이 많다. 내가 초등학교 3~4학년 때였던 20년 전 삼십대는 진짜 어른처럼 보였는데 요즘의 삼십대는 나부터도 어리다. 우리 부모 세대보다 10살 정도 젊게 살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같은 삼십대라도 20여 년 전의 현식이 느끼는 삶의 무게가 나와는 다르기 때문에 연기 톤을 결정하는 게 쉽지는 않다.”(백형훈)  
 
뮤지컬 '서른 즈음에'서 젊은 '현식'을 연기하는 배우 산들(B1A4 멤버). 명랑하고 유쾌해 보이지만 생각은 진지하다. "가수로든 배우로든 무대에서 관객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게 꿈이다. 김경록 기자

뮤지컬 '서른 즈음에'서 젊은 '현식'을 연기하는 배우 산들(B1A4 멤버). 명랑하고 유쾌해 보이지만 생각은 진지하다. "가수로든 배우로든 무대에서 관객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게 꿈이다. 김경록 기자

20년 전이면 몇 살이었나.
“겨우 여섯 살.(웃음) 젊은 현식은 자기 인생에서 놓치고 후회했던 부분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패기와 의지로 가득하다. 하지만 현식의 실제 나이는 49세다. 머리는 중년인데 몸은 서른 즈음을 살아가는 거다. 그래서 마냥 내 성격대로 발랄할 수만은 없다. 다만 현식은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 하는 청년이다. 여섯 살 때 사진을 보니 나는 어려서부터 무대에 서는 걸 좋아했다.(웃음) 이 정도 열정과 당돌함이면 젊은 현식의 마음에 어느 정도 닿지 않을까.”(산들)  
 
요즘 뮤지컬은 무대장치도 중요한 요소다. TV같으면 그 시대의 물건을 클로즈업 해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향수를 확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20년 동안 세상은 엄청 바뀌었지만 사람들이 느끼고 표현하는 마음은 비슷하지 않을까.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삼십대만 좋아하는 게 아니다. 강승원 작곡가도 이 노래를 20대 중반에 만들었다. 나이는 다 달라도 이 노래를 들으며 모두 ‘내 얘기 같다’고들 한다. 결국 97년·2017년 그 시대의 풍경은 큰 의미가 없다. ‘내 인생을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어떡할 것인가’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게 목표다.”(조승욱)  
뮤지컬 '서른 즈음에' 주요 출연진. 왼쪽부터 젊은 '현식' 백형훈, 여주인공 '옥희' 러블리즈 멤버 케이, 중년의 '현식' 조순창. [사진 뮤지컬 '서른 즈음에']

뮤지컬 '서른 즈음에' 주요 출연진. 왼쪽부터 젊은 '현식' 백형훈, 여주인공 '옥희' 러블리즈 멤버 케이, 중년의 '현식' 조순창. [사진 뮤지컬 '서른 즈음에']

 
총 21곡이 선보인다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뭔가.
“성시경 선배의 ‘태양계’. 극중 어머니가 부르는 노래인데 뇌리에 박히더라.”(산들) “강승원 음악감독님이 속했던 그룹 우리동네 사람들의 ‘미안해’라는 노래다. 원래 노래를 들을 때 가사가 주는 메시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듣자마자 가슴이 탁 막히더라. ‘나의 총명한 미모와 존재감 눈동자까지도 미안해’라는 소절을 듣고 있으면 잘난 척 하는 건가 싶은데, 바로 이어지는 ‘그 안에 울고 있는 나의 다른 모습까지도’라는 부분을 들으면 모두 가면을 쓰고 산다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린 것 같아 씁쓸해진다.”(백형훈)  
 뮤지컬 '서른 즈음에' 주요 출연진. 왼쪽부터 젊은 '현식' 산들, 여주인공 '옥희' 뮤지컬 배우 유주혜, 중년의 '현식' 이정열.  [사진 뮤지컬 '서른 즈음에']

뮤지컬 '서른 즈음에' 주요 출연진. 왼쪽부터 젊은 '현식' 산들, 여주인공 '옥희' 뮤지컬 배우 유주혜, 중년의 '현식' 이정열. [사진 뮤지컬 '서른 즈음에']

 
두 사람이 연기하는 ‘현식’은 어떤 차이가 있나.
“두 사람에겐 각각의 빛깔이 있다. 백형훈은 ‘팬텀싱어’를 하면서 알게 됐고 뮤지컬 하는 것도 여러 번 봤다. 노래나 연기 모두 너무 잘 해서 든든하다. 산들은 가요가 갖고 있는 감성을 잘 표현해야 하는 작품이라 주변 분들의 추천으로 눈여겨봤는데 단순한 아이돌 가수가 아니더라. 다양한 보이스 컬러를 갖고 있는 데다 뮤지컬도 이미 다섯 편이나 한 터라 연기 톤이 점점 좋아져서 ‘배우구나’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두 사람 다 내 머릿속에만 있는 그림을 현실에 구현하는데 잘 맞는다. 두 사람과 이야기를 할수록 새로운 그림들이 계속 창조된다. 방송과는 달리 이렇게 공동 작업을 하면서 ‘이야기와 캐릭터가 더 촘촘해지고 빛깔들이 더해지는구나’ 배우는 게 많다. 이런 사람들을 발탁하다니, 내 안목의 탁월함에(웃음) 내가 놀랄 때가 많다.”(조승욱)  
 
여섯 번째 뮤지컬이다. 기분이 어떤가.
“2011년에 B1A4로 데뷔하고, 바로 다음해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연기했다. 뮤지컬 무대에 ‘던져졌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열심히 했다. 한 작품 할 때마다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의 자세를 배워간다. ‘무대에선 살아있어야 한다’는 말이 굉장히 추상적으로 들렸는데 이젠 조금 알겠다. 배우든 가수든 무대에 섰을 때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때부터 꿈을 꾼다. 큰 나무가 돼서 뿌리를 관객들에게 뻗치는 존재가 되고 싶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무대 위에서 좋은 기운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다.”(산들) “나무 사이로 좋은 기운을 실어다주는 산들바람, 좋은데.”(조승욱)  
 
26일 B1A4의 새 앨범이 나온다. 멤버들의 자작곡으로 꾸며졌다던데.
“나는 ‘아이처럼’이라는 곡을 작사·작곡했다. 초심을 잃지 않고 그때의 패기와 행복하고 즐거웠던 마음을 느끼고 싶어서 만든 곡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뮤지컬 ‘서른 즈음에’와도 연결되는 곡이다.”(산들)  
 
되돌리고 싶은 시간이 있나.
“어렸을 때는 빨리 나이를 먹고 싶었다. 뮤지컬 캐릭터들에 인생의 굴곡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어린 내가 표현하기에 한계가 느껴졌다. 빨리 서른이 됐으면 했는데 막상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지나간 시간이 아쉽다. 특히 같이 작업하는 산들처럼 열심이고 일도 잘하는 아이돌 가수들을 보면 이십대 초반인 저 나이로 돌아가서 뮤지컬을 좀 더 열심히 하고 싶다. 그렇다면 지금의 내가 조금 더 성숙해 있지 않을까.”(백형훈)  
뮤지컬 '서른 즈음에'를 연출한 조승욱 PD(가운데)와 출연 배우 산들(오른쪽), 백형훈이 19일 오전서울 마포구 용강동 연습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뮤지컬 '서른 즈음에'를 연출한 조승욱 PD(가운데)와 출연 배우 산들(오른쪽), 백형훈이 19일 오전서울 마포구 용강동 연습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음악프로들과 인연이 깊다. JTBC에서 성공한 ‘히든싱어’ ‘팬텀싱어’도 그렇고 강승원 음악감독과 만났던 KBS 프로그램들도 그렇고.
“20년째 방송을 하고 있는데 ‘출발 드림팀’ 같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많이 했다. 다만 음악 프로들과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지만 듣고 좋아하는 수준 정도다. 빌보드 차트, 최신 가요 등을 빼놓지 않고 두루두루 듣기는 하지만 음악에 특별한 재주는 없다. 그저 음악에 애정이 많은 사람이다.”(조승욱)  
 
18번(애창곡)이 있나.
“지금은 ‘서른 즈음에’라고 대답하는 게 좋을 것 같다.(웃음)  
 
관객이 돌아갈 때 무엇을 얻어 가길 바라나.
“우선 산들의 현식, 백형훈의 현식을 모두 지켜봤으면 좋겠다. 각자 자기만의 빛깔이 있어서 두 번 봐도 지루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극장을 나오면서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뮤지컬이 됐으면 좋겠다. 한 잔 하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나’ 이런 질문까지 한다면 더 좋고.”(조승욱)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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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