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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은 어떻게 빌보드를 사로잡은 글로벌 아티스트가 됐나

방탄소년단이 신곡 'DNA'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 100'에 85위로 진입했다. [사진 빌보드 캡처]

방탄소년단이 신곡 'DNA'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 100'에 85위로 진입했다. [사진 빌보드 캡처]

'말하는 대로' 이뤄지는 방탄의 마법 
이쯤 되면 ‘말하는 대로’다. 25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의 신곡 ‘DNA’가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 100’에 85위로 진입했다. 지난 18일 미니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를 발표하면서 꼽았던 새로운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이들은 빌보드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서도 7위를 차지하면서 스스로 가지고 있던 자체 최고 기록(‘윙스’ 26위)을 경신했다. 2012년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핫 100’에서 7주 연속 2위를 차지하며 K팝의 외연을 넓힌 싸이에 이어 K팝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2013년 데뷔한 7인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방탄)의 위상은 지난 5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으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악스홀(1000석)부터 핸드볼경기장(5000석)과 체조경기장(1만석)을 거쳐 고척돔(2만석)까지 콘서트 규모를 키워온 것처럼 빌보드에서도 2015년 12월 ‘화양연화 pt.2’로 171위에 진입한 이래 ‘화양연화 영 포에버’ 107위, ‘유 네버 워크 얼론’ 61위 등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왔다. JYP가 원더걸스를 앞세워 미국 진출을 시도한 것이나 SM이 슈퍼주니어-M이나 엑소-M 등 중화권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닛을 만들었던 것과 달리 월드투어를 하면서도 국내 활동을 병행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이는 일찍이 빌보드 싱글 차트에 이름을 올린 선배들과 다른 지점이기도 하다. 2009년 ‘노바디’로 76위를 기록한 원더걸스와 지난해 ‘리프티드’로 94위에 진입한 2NE1의 씨엘은 영어로 노래를 발표했다. ‘DNA’는 대부분의 가사가 한국어다. 앞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역시 한국어 노래였지만 인기 비결은 달렸다. 싸이가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포인트 안무인 ‘말춤’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커버 동영상 등의 수혜를 입은 유튜브 스타라면 방탄은 탄탄한 글로벌 팬덤을 바탕으로 하는 SNS 스타다.
 
이를테면 방탄의 ‘DNA’는 발매 첫 주 미국 내 스트리밍 530만회, 다운로드 판매량 1만4000회 등 음악 관련 지표에서 고른 분포를 보였다. 반면 미국 내 라디오 방영 횟수는 다소 부족했다. 그렇다면 해외 팬들이 모여 빌보드를 전문적으로 공략하는 트위터 계정(@BTS_Billboard)을 통해 해당 소식이 전해지고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해당 곡을 신청하는 등 이를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이 발빠르게 이뤄진다. 이날도 빌보드 차트 진입 소식이 전해지자 방탄은 “우리가 해냈다”며 “팀워크가 꿈같은 일을 만들었다”고 트위터를 통해 소감을 전하는 등 팬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글로벌 트렌드 따라 EDM 더하고 라틴 리듬까지 소화 
방탄은 기존 선보인 힙합에 EDM 등 글로벌 트렌드를 가미한 곡으로 돌아왔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은 기존 선보인 힙합에 EDM 등 글로벌 트렌드를 가미한 곡으로 돌아왔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앨범 발매 첫날 73개국 아이튠스 차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영국 앨범차트 14위, 스웨덴 차트 13위 등 북미 전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모습은 이들이 단순히 기획사에 만들어진 아이돌을 넘어 자기 음악을 스스로 만드는 아티스트로서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보다 보수적인 유럽 차트 특성상 변동폭이 크지 않음에도 빠르게 이들의 인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가수의 영혼이 얼마나 녹아있는지를 중시하는” 서구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고 철저히 청자 맞춤형 음악을 기반으로 하되 멤버 7명이 직접 곡의 작사ㆍ작곡에 참여하게 하는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전략이 주효했다.  
 
그동안 힙합 베이스의 곡을 주로 선보여온 방탄이 EDM(Electronic Dance Music)으로 선회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방탄은 타이틀곡 ‘DNA’ 외에도 체인스모커스와 협업한 ‘베스트 오브 미’ 등 현재 팝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EDM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빅히트 측은 “EDM 곡이 글로벌 차트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다면, ‘고민보다 Go’는 히스패닉 문화권을 고려해 라틴 정서와 리듬을 가미했다”고 밝혔다. 음악평론가 미묘는 “음악이 예전보다 밝아지면서 비비드한 매력이 살아났다”며 “뮤직비디오 역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반응을 얻은 ‘쩔어’와 ‘불타오르네’ 등 세트장 스타일을 활용해 방탄표 칼군무와 멤버별 독무의 매력을 극대화했다”고 분석했다.  
 
DJ 스티브 아오키가 지난 5월 SNS에 올린 사진. 방탄소년단은 체인스모커스 등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EDM DJ들과 친분을 쌓으며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스티브 아오키 인스타그램]

DJ 스티브 아오키가 지난 5월 SNS에 올린 사진. 방탄소년단은 체인스모커스 등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EDM DJ들과 친분을 쌓으며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스티브 아오키 인스타그램]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 안을 채워넣는 것 역시 멤버들의 몫이었다.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에 이어 새롭게 들고 나온 화두 ‘러브 유어셀프’에 대해 랩몬스터는 “지난 앨범에 수록된 솔로곡 ‘리플렉션’을 만들 때부터 이어지는 고민”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 영화가 너무 재밌어/ 매일 매일 잘 찍고 싶어’하는 나와 ‘근데 말야 가끔 나는 내가 너무너무 미워’라는 나 사이에서 생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를 사랑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빅히트 측은 “새로운 콘셉트를 정할 때는 시대정신과 트렌드도 고려하지만 멤버들의 상황과 심경을 가장 많이 반영한다”며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동안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눈 것이 글로벌 슈퍼스타로서의 삶과 자연인으로서의 삶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일이자 함께 학교를 다니고 청춘으로 건너온 세대가 원하는 주제라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쇼트 필름으로 새 시리즈도 알리고 앨범 홍보도
새로운 시리즈 '러브 유어셀프'를 알리는 하이라이트 릴. 4부작 쇼트 필름 형식이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새로운 시리즈 '러브 유어셀프'를 알리는 하이라이트 릴. 4부작 쇼트 필름 형식이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새로운 시리즈가 탄생했으니 이에 걸맞는 플랫폼도 필요했다. 방시혁 프로듀서는 기존의 학교나 청춘처럼 직관적인 주제에 비해 추상적인 시리즈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형태로 보여주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 쇼트 필름을 기획했다. 앨범 발매 1달 전부터 ‘하이라이트 릴’ 형태로 4부작으로 나누어 공개된 동영상은 그 자체로 티저 광고의 효과를 지니기도 했다.
 
연습생 시절부터 간간히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면서 멤버들 자체의 셀프 프로듀싱 능력이 커진 것도 팬덤을 더욱 공고히 하는 요소다. 공식 콘텐트가 주로 올라오는 다른 아이돌 그룹 채널과는 달리 ‘방탄 TV’에는 일상을 담은 ‘방탄 밤’이나 영상 일기 ‘방탄 로그’ 등 멤버들이 직접 만드는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 SNS를 운영하는 대신 채널을 한데 모은 것도 차별화 포인트다. 7명이 돌아가면서 게시물을 남기다 보니 매일 의상 착용샷을 남기는 ‘김데일리’(랩몬스터)나 잠들기 전 인사를 전하는 ‘홉나잇’(제이홉) 등 멤버별 코너도 생겨 자연스럽게 소통 횟수도 잦고 범위도 넓어졌다.
 
변신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스토리텔링 중에서도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장 소구력이 높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은 한국 팬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매력적인 주제”라며 “‘승’을 시작으로 기승전결이 모두 공개되면 일종의 스노볼 효과가 생겨 더 큰 팬덤이 구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국내 차트에서는 아이유의 ‘가을아침’이 1위인 것처럼 전 연령을 아우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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