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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남한산성' 시대정신 깃든 비장한 정통 사극의 탄생

남한산성 
영화 '남한산성'

영화 '남한산성'

감독ㆍ각본 황동혁 출연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 원작 김훈 촬영 김지용 조명 조규영 미술 채경선 음악 류이치 사카모토 편집 남나영 무술 허명행 의상조상경 분장 조태희 특수효과 정도안, 류영일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39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10월 3일 
 
★★★★
 
[매거진M] 모처럼 시대정신이 깃든 비장한 정통 사극의 탄생이다. 70만부 팔린 김훈 작가의 원작『남한산성』(학고재)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김훈 작가가 직접 연출했나 싶을 만큼 원작의 장점을 충실히 스크린에 옮겼다. 내용이나 대사뿐만 아니라 힘 있는 문체나 냉철한 정조까지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벼려내고 벼려내어 쓰는 게 김훈 소설의 특징인데, 이를 더 벼려내면서도 이야기의 힘을 잃지 않은 황동혁 감독의 각색이 무척 훌륭하다.   
 
'남한산성'

'남한산성'

이 영화는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의 한가운데로 관객을 안내한다. 청군이 턱밑까지 쳐들어오자 인조와 조정은 적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든다. 조정은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을 필두로 청나라와 끝까지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척화파와 청과 화친하여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주화파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로 나뉘었다. 나라의 앞날이 바람 앞의 등불인 상황에서 인조(박해일)는 흔들리고 번민한다.  
 
11장으로 구성된 영화는 계속해서 두 개의 선택지를 제시하며 관객에게 고민거리를 던진다. 성안의 곡식을 아낄 것인가 아니면 장병들을 배불리 먹일 것인가, 가마니를 장병들의 추위를 막는데 쓸 것인가 아니면 말의 먹이로 줄 것인가. 대신들은 이런 질문을 놓고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논쟁하고 설득한다. 
 
말과 말의 치열한 대결이 이 영화를 견인하는 힘이다. 특히 김상헌과 최명길의 ‘싸울 것인가, 화해할 것인가’를 놓고 벌어지는 논박은, 그 대사 하나하나가 격조있는 비유와 깊이있는 사유를 담고 있어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한다.  
 
'남한산성'

'남한산성'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미덕은, 두 개의 고결한 가치가 투쟁하는 동안 백성은 추위와 굶주림, 전쟁의 참화로 죽어가고 있음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적에게 노출될까봐 성첩에서 불을 피우지 못하는 장병들의 고단한 모습 뒤에 방안에서 화롯불을 쬐는 임금의 모습이 이어진다. 
 
임금은 “아껴서 먹이되, 너무 아끼지는 마라”는 빈약한 현실인식과 무지를 자주 드러내고, 고관대작들은 아래로 책임을 전가하며 번지르르한 말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다. 결국 나라가 패망한 것은 국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위정자들이 민초의 삶과 괴리되었기 때문임을 이 영화는 말한다. 그것은 지금의 한국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남한산성'

'남한산성'

황 감독은 패배의 역사를 다루면서도 그 비극성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지만 묵직한 톤으로 영화를 끌고 간다. 최근 한국 상업영화에서 이렇게 절제의 미학을 보여준 영화는 없었다. 진경산수화를 보는 듯한 조선 산하의 풍경, 류이치 사카모토의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음악, 배우들의 잘 조율된 연기까지 흠 잡을 데 없다. 
 
TIP 강원도 평창에 실제 산성을 재현한 세트에서 조선과 청의 산성 전투를 찍었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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