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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건너뛴 침묵의 해산…북한 정세 내세운 아베의 도박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28일 중의원을 해산하겠다고 25일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저출산ㆍ고령화 문제,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을 국난(國難)으로 규정하고 이번 해산을 “국난 돌파 해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8%인 소비세를 2019년 10%로 올리는 데 따른 증세분 일부를 교육 무상화 등 '전(全)세대복지'에 충당하려는 방침과 대북 압박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의원 해산에 따른 선거 일정은 다음 달 10일 고시, 22일 투ㆍ개표다. 
아베 총리는 임시국회 개막일인 28일 시정 연설이나 야당 대표연설 없이 개회와 동시에 해산한다. 국회 개회일의 이른바 ‘모두(冒頭) 해산’은 1966년 아베의 외종조부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총리 이래 네 번째다. 개각을 단행한 정권이 국회 질의를 거치지 않고 중의원 해산을 하는 것은 전후 처음이다. 아베 신 내각은 지난달 3일 출범했다. 국회를 무시한 ‘침묵 해산’ ‘자기 보신 해산’ ‘권력의 사유화’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야당은 개회와 더불어 아베 친구가 이사장인 사학재단에 대한 내각의 특혜 의혹을 집중 추궁하려던 터였다. 아베의 기이한 해산 방식에는 야당의 사학 스캔들 공세를 원천봉쇄 해 선거에 대한 악영향을 막으려는 의도가 꿈틀거린다. 야쿠시지가쓰유키(藥師寺克行)도요대 교수는 “이번 해산은 사학 스캔들을 숨기고 지지율을 하락을 막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선거는 자민당이냐, 야당이냐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아베 총리에 대한 찬성이냐 반대의 문제”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뉴욕타임스 기고 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뉴욕타임스 기고 글.

 총선 일정은 보수표 결집을 의식한 색채가 짙다. 한반도 위기 국면을 선택했다. 현재 한반도 정세는 북미 지도자 간 강(强) 대 강 대치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총선으로 생길지 모를 정치 공백이나 위기관리 부실 문제보다 보수 표심 잡기를 우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사학재단 스캔들로 한때 20%대로 내려앉았다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회복세로 돌아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25일 자 조사에선 50%를 기록했다. 지지하지 않는 비율은 42%였다. 지지율-부(不)지지율 역전은 다른 조사서도 마찬가지다. 총선 일정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1월 초 한ㆍ중ㆍ일 순방 직전으로 잡은 것은 일종의 배수진이다. 트럼프의 첫 방일을 앞두고 유권자가 리더십을 바꾸는 선택을 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야당은 지리멸렬하다. 제 1야당 민진당은 탈당 도미노에 휩싸여 있다. 보수 성향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가 들어오면서 공산당과의 선거 협력도 불투명하다. 공산당은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 국민적 인기가 높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의 신당은 본격적인 선거 채비를 갖추지 못했다. 이 시점의 해산은 야당엔 명분 없는 정권 유지용이지만 아베엔 절묘한 타이밍인 셈이다.  
 
 선거의 최대 초점은 자민ㆍ공명당 등 개헌 세력이 3분의 2를 계속 확보할 수 있을지다. 현재 중의원(475석)은 자민ㆍ공명당만으로 3분의 2를 넘는다. 자민당은 이번에 개헌을 공약으로 삼을 방침이다. 당초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아베의 개헌 구상은 사학 스캔들로 물건너간 듯 했지만 선거로 새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선거는 의석이 10석 준 465석인 만큼 자민ㆍ공명당이 3분의 2인 310석을 얻을 수 있을지가 1차적 관심사다. 자민당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정세를 분석한 결과, 두 당의 의석수는 280석을 넘었다고 한다. 의석은 줄지만 여당 절대 우위의 판세다. 닛케이의 25일 자 여론조사에서도 투표 의향 정당은 자민당이 44%로 압도적이었다. 민진당과 고이케 신당은 각각 8%에 불과했다. 자민당 내에선 “의석 감소폭을 얼마나 작게 하느냐가 선거의 관건”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자민ㆍ공명당과 더불어 개헌에 전향적인 일본유신회(현 15석) 등을 합친 의석이 3분의 2를 넘으면 개헌 논의는 재점화할 수 있다. 개헌에는 고이케 지사도 적극적이다.    
 
 아베가 선거에서 압박 기조의 대북 정책에 대한 신임도 묻기로 한 만큼 정권 유지 땐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문제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소비세 증세분의 용처 전환은 복지 중시의 야당을 견제하는 측면이 크다. 아베에겐 변수도 적잖다. 명분없는 해산에 대한 반발 여론이 만만찮다. 교도통신의 23~24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4.3%가 현 시점의 해산에 반대했다. 대도시권 무당파의 표심도 지켜봐야 한다. 지난 7월 도쿄도 지사선거에서 고이케 지역 신당이 압승한 것은 무당표 표가 쏠렸기 때문이다. 야당이 단일 후보 합의 등 어느 정도 선거 협력을 할지도 변수다. 이번 중의원 해산이 아베의 도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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