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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後] 미아리텍사스, 불법과 삶이 뒤엉킨 모순 덩어리였다

 
그 골목에선 하수구 냄새 같은 것이 났다. 볕이 들지 않아 습했다. 거나하게 취한 한 남성은 누군가를 향해 욕설을 뱉어냈다.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로 경계심 가득한 시선들이 쏟아졌다. 지난달 서울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미아리텍사스촌'에 처음 갔을 때였다. 어렸을 적 우연히 차를 타고 서울 영등포의 홍등가를 지나다 어머니가 화들짝 놀라며 눈을 가려줬던 게 기억하는 첫 집창촌의 풍경이다. 이후 수십년 뒤 마주한 미아리텍사스촌은 마치 '들어가선 안 될 곳' 같았다.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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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어슬렁거리는 여성이 낯선 건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구 찾으러 왔어?" 한 업소 앞에 앉아있던 마담(호객행위 여성)이 물었다. 검정색 시트지로 가려진 건물 유리문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움찔 놀라 "아무것도 아니다"며 첫 날은 그렇게 줄행랑을 쳤다.
 
그 후로 서너 번 더 그곳에 갔다. 미아리텍사스촌에는 '자율정화위원회'라는 일종의 소통 창구가 있었다. 취재를 위해선 거길 먼저 거쳐야 했다. 그들은 먼저 "뭘 쓰고 싶은지" 물었다. "그냥, 지금 이 모습들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럼 우리에게 뭐가 돌아오느냐"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답했다. 뭐가 통했는지, 취재는 성사됐다. 
 
하루는 업주들을 만났고, 또 다른 하루는 성매매 종사자들을 만났다. 30대 후반의 여성 종사자를 만날 때는 내가 무심코 던진 질문이 상처가 될까, 조심스러웠다. 인터뷰 도중 그가 먼저 농담 투로 "여기 오는 남자들 음란 동영상 좀 그만 보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웃음이 터졌다. '단지 성을 사고 판다는 이유로 욕설과 과도한 요구가 이어지고 폭력이 당연한 것이 된다'고 그가 말을 이었다. "쉽게 돈 번다는 이야기, 들을 수 있겠죠. 그렇다고 우리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말미에 조심스레 "다른 일을 할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런 생각 어제도 했고, 오늘도 한다. 근데 당장 먹고 살려면 내일도 일하고 모레도 일해야 하는데 어떡해야 하느냐"고 털어놨다.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곳에서 거래되는 성의 값은 '30분에 10만원'이었다. 유흥이라는 말보다는 '배설'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숫자였다.
 
업주들은 자신들을 '독 안에 든 쥐'라고 표현했다. 집창촌 바깥의 성매매 변종 업소들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늘 단속 대상이 되는 건 자기들이라는 억울함의 표현이었다. 성매매는 엄연한 불법이다. 그들이 단속에 걸렸다고 억울해 할 이유는 없었다. 다만 올해 시행된 지 13년째인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얻고 버린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뿐이었다.
 
골목 곳곳에는 애지중지 자란 티가 나는 강아지들이 많이 보였다. 종사자들이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폐업으로 빈 공간에는 길고양이들을 위해 종사자들이 일부러 갖다 놓은 밥그릇과 물그릇이 보였다. "외로워서 많이들 키워요." 누군가 말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느꼈던 불편한 낯섦에 살짝 연민이 끼어들었다. 엄연한 이 '불법의 공간'은 뭐라고 함부로 정의하기가 어려웠다. 그들은 '누군가 들쑤시지 않아도 이곳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곳'이라고 했다. 불법과 연민, 삶, 그리고 사라질 것들…. 온갖 모순된 것들이 중첩된 이곳에서 명확한 답을 찾긴 어려웠다. 그저 남아있는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적어내려가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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