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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주 어린이들, 지진 고통 받는 멕시코에 위로 손편지

25일 경북 경주시 내남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지진 피해를 겪은 멕시코 아이들을 위한 편지를 쓰고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경주=김정석기자

25일 경북 경주시 내남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지진 피해를 겪은 멕시코 아이들을 위한 편지를 쓰고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경주=김정석기자

 
'우리도 뉴스에서 보았는데 멕시코에 7.1 지진이 났다고 들었어. 우리는 5.8이 났어. 멕시코에서는 사람들이 오래 살면 좋겠어.'
 
25일 오전 경북 경주시 내남면 내남초등학교. 전교생이 85명인 작은 시골 학교에서 학생들이 정성스레 손편지를 쓰고 있었다. 여느 때면 점심을 앞두고 한창 들떠야 할 시간이지만 학생들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학생들이 이날 쓴 편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일어난 7.1 강진으로 피해를 본 또래 친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그중에서도 멕시코시티 남부에 있는 엔리케 레브사멘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20여 명이 숨진 일을 추모하기 위해 연필을 꺼내 들었다.
19일 오후(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남동쪽으로 123㎞ 떨어진 푸에블라주 라보소 인근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났다. [연합뉴스]

19일 오후(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남동쪽으로 123㎞ 떨어진 푸에블라주 라보소 인근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났다. [연합뉴스]

 
앞서 금요일인 지난 22일 내남초는 학생들에게 멕시코에서 발생한 대지진에 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지난해 지진을 몸소 겪었던 학생들은 멕시코 국민이 겪은 지진 피해를 쉽게 공감했다.
 
내남초등학교는 학년별로 학급이 하나씩 있다. 이번 손편지 쓰기 행사에는 고학년인 4~6학년 49명이 참여했다. 4학년 담임 남지영(35·여) 교사는 학생들에게 "우리처럼 지진 피해를 겪은 멕시코 친구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 뒤 "멕시코 어린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편지를 적어 보내자"고 말했다.
경북 경주시 내남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지진 피해를 겪은 멕시코 친구들을 위해 손편지를 쓰고 있다. 경주=김정석기자

경북 경주시 내남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지진 피해를 겪은 멕시코 친구들을 위해 손편지를 쓰고 있다. 경주=김정석기자

 
오전 11시 30분 종이 울리자 시작된 손편지 쓰기. 고사리손들이 편지지에 적은 글씨는 삐뚤빼뚤했지만 지진을 겪은 친구들을 걱정하고 위로하는 말들은 제법 어른스러웠다.
 
5학년인 문찬미양은 "우린 작년에 생애 처음으로 5.8 지진을 느꼈는데 놀랐어. 그런데 너희는 우리보다 더 큰 지진을 느껴서 정말 무섭고 떨렸겠구나"라고 적었다. 같은 반 김도연군은 "지진 때문에 무섭지? 우는 애 있으면 울지 말라고 해. 나도 울다가 금방 그쳤어. 남자는 살면서 3번만 우는 거야"라고 썼다.
경북 경주시 내남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지진 피해를 겪은 멕시코 친구들을 위해 손편지를 쓰고 있다. 경주=김정석기자

경북 경주시 내남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지진 피해를 겪은 멕시코 친구들을 위해 손편지를 쓰고 있다. 경주=김정석기자

 
4학년 김수연양은 "아직도 공포스러울 거야. 더 심한 지진이 다시 날 수 있으니 대피할 준비를 해"라고 조언했다. 신예성군은 "지진은 자연 재해라서 사람들도 어떻게 할 수 없어. 지진이 났을 때는 먼저 진동이 멈추면 바깥으로 나와야 해. 다친 곳이 있으면 신고를 해"라면서 자신이 지진 교육을 통해 배운 점을 알려줬다. 
경북 경주시 내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진 피해를 겪은 멕시코 친구들을 위해 쓴 편지. 경주=김정석기자

경북 경주시 내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진 피해를 겪은 멕시코 친구들을 위해 쓴 편지. 경주=김정석기자

 
이처럼 지금은 멕시코 어린이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내남초 학생들도 지난해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서해 최북단 대청도에 사는 어린이들이 지진과 태풍 피해를 겪어 힘들어 하는 내남초 친구들을 위해 손편지를 띄워주면서다.
 
내남초 김낙곤 교장은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 5.8 지진이 일어났을 때 물리적인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당시 대청초 학생들이 내남초 친구들을 위해 꾹꾹 눌러 쓴 편지를 보내 줘 상당한 위로와 격려가 됐다"고 전했다.
경북 경주시 내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진 피해를 겪은 멕시코 친구들을 위해 쓴 편지. 경주=김정석기자

경북 경주시 내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진 피해를 겪은 멕시코 친구들을 위해 쓴 편지. 경주=김정석기자

 
이들이 서로 손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한 손편지운동본부 이근호 본부장은 "손편지가 주는 따뜻한 마음은 세상을 참 아름답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며 "아름다운 '편지 손길'이 지진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멕시코의 어린이와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와 애도를 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시 내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진 피해를 겪은 멕시코 친구들을 위해 쓴 편지. 경주=김정석기자

경북 경주시 내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진 피해를 겪은 멕시코 친구들을 위해 쓴 편지. 경주=김정석기자

 
한편 손편지운동본부는 내남초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보낸 손편지를 모아 스페인어로 번역한 뒤 주한멕시코대사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경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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