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임진왜란 당시 조선군의 필살기 '대완구'

임진왜란 때 사용됐던 화포 대완구(왼쪽)와 포탄 비격진천뢰. 박정호 기자

임진왜란 때 사용됐던 화포 대완구(왼쪽)와 포탄 비격진천뢰. 박정호 기자

올해는 정유재란이 일어난 지 7주갑(420년)이 되는 해다. 임진왜란에 이은 왜군의 잇단 침략으로 조선의 강산이 숱한 수난을 겪었다. 당시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과 함께 왜군을 격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무기가 있다. 바로 대완구(大碗口·보물 제857호)와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상민 학예사가 25일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두 무기를 가리켰다. “왜군의 조총부대에 대항했던 조선군의 무기입니다. 대완구는 현재 이것 한 점만이 남아 있습니다.”
25일 오전 열린 특별전 '쇠·철·강-철의 문화사'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열린 특별전 '쇠·철·강-철의 문화사'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완구는 주로 성(城)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화포다. 총 길이 64.4㎝,무게 360㎏으로 비격진천뢰(포탄)를 발사하는 데 사용했다. 포탄이 없을 경우 큰 돌을 넣어 적의 성문을 파괴하는 데 썼다. 비격진천뢰는 무쇠를 주조해 둥근 공 모양으로 만들었다. 발사 후 일정 시간 후에 포탄이 터지도록 설계했다. 일종의 시한폭탄이다. ‘폭발할 때 하늘을 흔드는 우레와 같은 소리가 난다’고 해서 진천뢰라는 이름이 붙었다.
 
가야 왕국에서 쓰던 쇠갑옷. [사진 국립김해박물관]

가야 왕국에서 쓰던 쇠갑옷. [사진 국립김해박물관]

 대완구와 비격진천뢰는 26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하는 ‘쇠·강·철-철의 문화사'(11월 26일까지)에서 공개된다. 인류 문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온 쇠와 철의 모든 것을 문화사적으로 살펴보는 자리다. 730점이란 전시 품목에서 알 수 있듯 쇠를 둘러싼 우리의 지난 발자취를 폭넓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사, 나아가 세계사 교과서를 축약해놓은 모양새다. 그만큼 쇠를 빼고는 인류의 역사를 설명할 수 없을 터다.
 
 철은 예전에 흑금(黑金)이라 불렸다. 황금과 함께 인간이 가장 애용한 금속 중 하나였다. 석기·청동기시대를 거쳐 인류 문명이 꽃피우는 결정적 구실을 했다. 고대국가도 철기문명 바탕 위에서 성립됐다. 철이 없는 현대사회를 상상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도 24시간 철의 이기(利器)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먼 옛날 우주에서 날아온 아르헨티나 운철. [사진 철박물관]

먼 옛날 우주에서 날아온 아르헨티나 운철. [사진 철박물관]

 이번 전시는 먼 옛날 우주로부터 날아온 운철(隕鐵)을 보여주며 문을 연다. 운철은 운석에서 발견되는 금속철을 말한다. 전시장 초입에 길이 48㎝, 무게 160㎏의 아르헨티나 운철이 자리잡고 있다. 고대인은 운철을 ‘하늘의 조각’으로 여겼고, 권력자들은 운철로 만든 칼을 차며 자신의 위세를 드러냈다.  
신라 황남대종에서 출토된 덩이쇠.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황남대종에서 출토된 덩이쇠.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철은 서기전(BC) 2000년 무렵 아나톨리아(지금의 터키) 반도에 살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제련(製鍊)하기 시작했다. 이집트와 함께 당대 서아시아 문명을 주도했던 히타이트는 대규모 철 생산을 이끈 최초의 국가로 꼽힌다. 히타이트 철 문명은 이후 동서로 확산되며 인류 문명의 뼈대를 형성했다. 농기를 만들고, 무기를 제조하고, 예술품을 빚으며 역사를 이끌어왔다. 
 철은 고대사회에서 권력이었다. 철기가 등장하며 생산력이 증대됐고, 국가의 기틀이 잡혔다. 칼·갑옷·화살·도끼 등 각종 철기는 정복과 전쟁을 불러왔고, 또 이는 역사의 또 다른 모순을 드러냈다. 권력은 속성상 독점을 선호한다. 
 고대국가 지배층이 철기를 독점한 예는 신라 황남대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농기구·무기 등 무려 3200여 점의 철기가 출토됐다. 그 중 당시 철기의 소재이면서 화폐와 같은 가지를 지녔던 ‘덩이쇠’가 눈길을 끈다. 황남대총에서 나온 덩이쇠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243m에 이른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높이와 맞먹는 수치다.
 
충남 서산군 보원사지에서 나온 통일신라 시대 철불. 박정호 기자

충남 서산군 보원사지에서 나온 통일신라 시대 철불. 박정호 기자

 철은 두 가지 얼굴을 지녔다. 정복의 반대 편에 생산이 있다. 철은 일상도구, 건축 부재, 종교적 상징 등 용도가 다양했다. 가위·다리미·솥·화로 등등 살림살이의 밑바탕이 됐다. 도자기 안료로도 널리 쓰였고, 대형 철불처럼 신앙의 대상이 됐다. 4차 산업혁명이 강력히 떠오르는 요즘이라지만 사실 현대인도 1년 365일을 철에 의존하며 생활하고 있다. 예컨대 지하철이나 자동차 없는 하루를 상상할 수 있을까.  
 
철로 채색한 청자 구름무늬 매병. 조선시대.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철로 채색한 청자 구름무늬 매병. 조선시대.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이번 전시는 화려하지 않다. 다이아몬드나 금처럼 번쩍이는 유물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산회되는 철의 특성상 다소 어두워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전시는 빛난다. 다양한 시각·영상자료,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해 관람 집중도를 높였다. 공간을 인류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들려주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과거완료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써의 ‘쇠와 철’을 실감하게 된다.  
 
최기석 작가의 '철의 숲'. 자연의 나무를 도시화 상징인 철로 표현했다. 박정호 기자

최기석 작가의 '철의 숲'. 자연의 나무를 도시화 상징인 철로 표현했다. 박정호 기자

 “우리의 핏속에도, 건축물에도 철은 있습니다. 철의 속살을 파헤치는 기획입니다. 우주선·의료기기 등 미래에도 철은 가장 중요한 금속일 겁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말이다. 전시는 12월 19일부터 내년 2월 20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에서 계속된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