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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1년]감사원 처벌 0건, 공무원 비리는 못잡고 농가(農家)만 피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부터 1년째가 된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교직원 등에 대한 부정 금품수수를 막아 사회 전반에 청렴한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로 도입돼 지난해 9월 28일부터 시행됐다. 1년이 지난 현재 사회적 평가는 매우 높다. 지난 21일 한국사회학회에서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9.5%가 김영란법에 대해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약간 있었다’(45.6%)가 가장 많았고, ‘어느 정도 컸다’(38.3%), ‘매우 컸다’(5.6%)가 뒤를 이었다.  
 
그런데도 사회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에 대해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농어촌에서는 “법안의 직격탄을 맞아 경제적으로 타격이 크다”는 불평이 높다.  
이 때문에 국회에는 이미 여야를 가리지 않고 15건의 김영란법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이중 9건은 ‘규제 대상에서 농·수·축산물 및 전통주 제외 ’(박준영 국민의당 의원)하거나 ‘음식물, 선물 가액을 각각 3·5만원에서 10·10만원으로 상향’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또는 ‘규제 시기에 3년간 유예기간 적용’(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으로 적용 대상 및 규제 내용을 완화하자는 내용이다.  
김정재 한국당 의원은 “공직사회의 부조리를 근절하고자 하는 법 취지에는 크게 공감하지만, FTA로 인한 저가 수입산 농산물의 유입과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국내 농·축·수산업이 무척 어렵다”며 “농가 평균소득은 3722만원으로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5780만원의 64%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현행법을 과도하게 적용하면 농가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진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2016년 국산 농·축산물 선물 판매액은 12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과 수산물도 전년대비 각각 31% 및 20% 줄었으며, 지난해 설식품 선물세트 판매액은 전년 대비 약 14.4% 감소했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농수축산물 포함 선물 2조원 등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반면 서울 같은 대도시는 이미 김영란법 도입 이전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은 입구 주변에 ‘회식&비지니스 코스’리며 1인당 4만9500원 짜리 메뉴를 걸어둔 채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도입 초기 앞 다퉈 3만원 이하 메뉴를 내놓았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내건 메뉴 홍보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내건 메뉴 홍보

서울의 한 일식점 관계자도 “불과 1년 전에 제각기 각자 카드로 계산하느라 난리였는데 요즘은 다시 예전처럼 한 사람이 법인카드 등을 이용해서 한꺼번에 결제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김영란법이 타깃으로 겨냥했던 고위공직자나 교사 등이 실제로 처벌받은 사례도 거의 없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감사원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김영란법을 위반해 신고된 건수는 75건이었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처벌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형식적 요건 미비’(30건)였다. 즉,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앞서 법원은 김영란법 위반 관련 재판에서 사진이나 영상, 영수증 등 철저한 증거자료 제출을 요구하도록 하고 있다. 김영란법 도입 초기부터 주고받는 대상자들만 입을 닫으면 된다던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감사원이 밝힌 김영란법 위반 신고 미처벌 사유

감사원이 밝힌 김영란법 위반 신고 미처벌 사유

정 의원은 “김영란법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안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다”며 “법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 및 규제와 함깨 농가와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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